씨엘 Ciel 8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는 초기작부터 대담했다.
'이러이러 해서 이러이러 될 거야.' 라는 추측이나 쉽게 보는 설정따위는 버려두고,
자신만의 세계에 투철한 꽤 개성있는 작가다.
...라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 바로 이 '씨엘'이란 작품이다.
그저 적당한 인기물을 만들어내는 숱한 순정 만화 작가 중에 하나 아니야? 라는 오만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 만화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제대로 살려 내고 있었다.
판타지라는 장르가 어떤 장르야 라고 묻는 다면..
본인은 '세계관'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현실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해.
자신의 작품을 이해못하는 사람도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도무지 맥을 잡지 못한 채 '판타지' 형식만 빌려쓴 작품은 넘쳐난다.
드래곤과 요정, 마왕만 등장하면 판타지겠지..라고 생각하는 만화, 본격 판타지 소설 역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이 더 많다..암..^^;;)
이 작품은 하나의 덩어리를 짜임새있게 짜넣어, 어색함이 없을 뿐아니라 제대로
흥미를 유발하며 바람직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세상 안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멋진 주인공이 있다.
"..왜냐하면, 난 미인이니까."
를 연발하는 이비엔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어야 할 '특별함'이란 덕목과 함께
보통 주인공이 가지기 힘든 '자의식 과잉'이 있다.
허무함이나 존재가치에 대한 비애 등 때론 그늘이 지는 자신의 모습조차
당당하게 자신이 특별하기 때문임을 잊지 않는 이 주인공은, 그럼에도 매우 사랑스럽다.
영특한 이 주인공과 함께 하는 주변인물들 역시 멋있다.
백합물과 야오이의 뉘앙스를 느끼게도 하지만, 극의 흐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처럼 그런 장면에 살짝 놀라는 사람들이라도 무시하고 읽어도 좋지 싶다.

순정 만화 답게 간간이 흘러나오는, 애정 곡선들은 다양한 감정의 표현으로 연출되어
설레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또한 한 소녀의 '마녀'로서의 성장과정도 제법 흥미진진하며,
점점 실체를 더해 가는 세계의 위기와 주인공의 허무함 역시 뒷권을 기다리게 하는
쏠쏠한 재미가 된다.

분명, '순정 만화'임에는 틀림없는 이 만화지만 그 안에 그려진 많은 것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의 지루함은 가져가버리지 않을까?
물론, 긴 순간은 아닐지라도, 그 동안과 잠시 동안의 여유로운 사색은 이 책을 통해
즐길 수 있으리라...짐작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