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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맛있는 세상 - 소박하고 풍요로운 우리네 음식과 사람 이야기
황석영 지음 / 향연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사는 곳에서
우리집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은 묘한 곳이다.
맨 처음에 그 도서관에 한국서적을 찾아 보았을때
이국에서 만난 책들이 반갑기는 했지만,
너무나 적은 수에 책에 실망하는 마음이 있었더랬다.
그래도, 그게 어딘감
일곱권을 책을 빌려오면서,
이렇게 일곱권씩 두어번 빌려보면 끝이 나겠지만..
Better than nothing...이라는 맘이 무척 컸더랬다
평범한 안방의 한벽을 채울만한 책장사이즈가 전부이니깐.
이릏케..
허나, 이 도서관이 마법을 부린다.
책을 반납하러 갈때마다, 책의 숫자는 늘지가 않는데도
꼭 새로 읽을 일곱권의 책들을 토해 놓는다.
신간도 들어 와 있고,
손때가 묻어 있어도, 못 본 책들이 있다.
한번 빌리면 삼주간의 읽을 시간을 주는데,
그 사이 매직이 일어 나는듯
그리하여,
오늘 빌린 일곱권은 아래와 같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어서 빌렸고,
그래서, 손 쉽게 집어든 황석영작가의 맛있는 세상이라는 책을
먼저 펼쳤다가..빨려 들었다.
빨려 들고 말았다.
작가의 구력이 구비구비 사연따라 절절하며,
그 입맛이며, 추억이며, 얽힌 이야기들이
손에 잡고 읽는 서너시간동안 정신없이
나를 이끌고 다녔다.
만주벌판에서 시작하여,
김일성주석궁의 식사에서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간식과 노동까지,
유럽 구석구석부터 해남과 제주도까지 다 훑는
전무후무한 파란만장쟁이 황석영작가의
맛따라~ 구라따라~ 인생따라~
그런 책이였다.
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였고..
그러니, 먹는 거에 사는 이야기는 겹쳐지고,
그렇게 오버랩되는 곳이면,
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연과 사랑이 꽃처럼 피어난다.
속 마음이야 어떠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누구보다 본격적으로 부대끼고 살았던 작가이니
그 경험들이 음식이야기로 한정되고,
추억으로 절제되어 나와도
색이 진하고,
향이 짙을 수 밖에 없다.
황석영작가의 글은 작가의 말처럼 구력이 강해,
몰고가는 이야기가 탄탄하다고만 느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그네와의 추억에서
칠십대의 작가가 묘사하는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연민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자존심이 강해서,
자신의 감정이나 약한 모습을 보이길 싫어하는 그녀누워있던 그녀 의 귓속에
조용히 흘러내려 고인 눈물을 기억하고,
우연히 만난 그녀의 표정에서 말하지 못한 감정을 해석해 내놓으며,
오랜만에 통화에서 무척이나 늙어 버렸다는 작가의 말에
나 또한 그러하다며 받아주었던 그녀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간다.
글이 늙지 않았더라.
하나도..
서슬퍼런 감정들처럼
살아 있더라.
그래서, 좋았던..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