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읽는 시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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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에서 나온 장면이 생각난다.

유시민 작가가 아내에게 프로포즈한 이야기를 했다.

논리적인 사람이니, 논리로 물으셨단다.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냐고.

김영하 작가가 옆에서 동감했다.

자신은 소설을 써서 받쳤다며, 그녀만을 위한 글이였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구애할 때,

자신이 제일 잘 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두드린다면서 말이다.

 

 

 

 

김남희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에게 깊고 깊은 산으로 가서 읽히기 위하여,

노트에다가 하루 분량의 시와 하루분량의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런 구애의 서사가 이 책의 시작이라니,

이 책은 벌써 존재자체로 끝판왕이리라. 


십수년전

작가가 오마이뉴스에 국내여행을 하며, 쓴 글을 올린 걸..

아껴서 두고두고 읽은 기억이 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이리 죽지도, 저리 살지도 못할 그런 나이로 표현하며,
그래서, 그 서른의 나이에 길을 떠난다고 시작하던 그 글에
나역시 찌찌뽕을 외치며,
모 아니면 도..라는 서슬 푸른 결단을 내렸었다.

세월이 흘러,
세상에 모 아니면 도 뿐아니라,
개걸윷이 버젓이 존재하고,
다 나쁘지 않아..
물론, 다 공짜도 아니지..하며
이리 살지도 저리 죽지도 못했던 드럽던 승질은,
미모와 탈탈 털린 기와 함께 시간속에 고리채로 다 뜯기고, 
나는 다시 그녀의 글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좋았던 건, 
그녀의 걸었던 길이 이 세상의 끝에만 있지 않고,
시작과 돌아옴에 한결같이 같이했던 가족에게도,
아버지의 작은 구멍가게에게도..
이제는 사라진 가족들의 대추나무에도 있음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고..

여행비법의 꿀잼은
새삼 신기한 관찰자시점이 전부였던 여타의 스펙타클 여행담들과 달리,
세상위에 길 곳곳을 보는 그녀의 따스한 시각이 스며들어
보이는 것뿐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들의 고단함과 수고을 다 훑어서 좋았다. 
 
책들을 읽다보면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나기도 한다.
많이도 마음에 남았는데..
딱히, 쓸 말도 없고, 기록하고 싶은 근사한 어록도 없는데..
그런데 두고두고 생각나고,
앞으로도 그럴 거같은 느낌이 온는 책 말이다.

시들과 
글들이
길위에서 만난 인연이여서 그러한가 보다.

경황중에 만나고, 
같이 걸어 좋지만,
정작 가치를 느끼는 건
각자의 길로 들어선 후에
느끼는 그 사람의 부재감이 주는 느낌아닌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그녀의 구애가 
한 사람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구애이기도 하니깐.
삶에 대한 구애이기도 하니깐.
읽는 나도 그런 마음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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