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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ㅣ 이미경의 구멍가게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2월
평점 :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이들어감에 따라..라든가,
나 어릴 적에는..라든가로
시작되는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런 말을 하기에
딱 적당한
그 만큼 나이가 든
그 무렵부터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예전 이야기들을,
추억들을,
사라진 풍경에 대한 글들을,
그냥 저냥 흘려 들으려 한다.
느낌 아니까..
그런 내가 이미경 작가의 책을
이 먼 곳에서까지 구매까지 한 것은
글보다는 그림때문이었다.
가난했던 우리 부모가
한때나마 호구지책 삼았던 구멍가게이기도 하거니와
방학때마다 어린 우리 남매가 맡겨지던
시골 외갓집에서 보았던
이제는 사라지고만
그 숱한 진짜 구멍가게들이
그 모습 그대로 그려져 있어서이다.
이 책은
같은 시기를 지나간
모두의 개인의 앨범같다.
내가 피사체가 된 사진보다는
내 눈이 보았던 풍경들을 기록한 그런 앨범말이다.

그림을 보면서
기억나는 건
이런 가게에 들어서는 봄날이면
햇살로 가득 차있는 바깥과 달리
가게안은 무지하게 컴컴해서
몇가지도 안 놓인 그 진열대의 과자들을 식별할려면
멍하니 몇초동안 응시해야 했었던 거.
선택의 여지도 없었던
과자 하나를 들고 나서면,
그 어둠을 뒤로하고,
가게앞의 저 화려한 봄날이 기다리는
다른 세계로 한발 내딛는 거 같았던 기억들
산천은 의구하되
인물은 간데없다...고
오백년 도읍지를 거닐던 선조께서
육백년도 전에 읊으시었는데,
조상님하~
살아 보니
산천도 마냥 의구하지 않더이다.
주변환경 사정 봐줄 거 없이
어느 곳에서도 화사하던
그런 미모의 나무들도
컴컴하던 굴속 가게와 같이
어디론가 흘러 가버리고 없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