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시선 385
문인수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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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


문인수 '하관' 전문

 

 



채 마치지 못한 두문장

스물일곱 자로 

어머니의 삶과

그 삶을 함께 겪었던 시인의 마음이 표현되었다.


이게 시고,

이게 시인의 내공이다. 


받은 것이, 

사랑이든..

설움이든.. 

자신의 어머니가 

그 무엇으로 피어나서

다시금 자신이 목격한 것처럼 살길 

원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누굽니꽈아아아 


개구진 세 아이를 키우며

한참을 뒤떨어졌던 인간다운 삶이

어서 와.. 이런 삶 처음이지.. 하고

이제야 내게 손짓을 한다 


부랴부랴 업데이트시키느라

시인들을 두루두루 엮어서

시 메뉴판 같은 시선집에서

내가 고른 시인들은 

귀신같이 다들 연식이 되더라고.. 


누구의 사랑노래도

누구의 실연 노래도

한 손에는 시집을

다른 한 손에 귀이지 개를 들고 

귀를 파는 이 아줌니를 말리지 못하였으나, 


그 사랑이..

그 이별이..

비린내 폴폴 풍기던 혈육의 꼬질꼬질한 삶일 때

그리고, 경황 중에 당한 허황한 작별일 때

나는 파던 코에 손가락을 묻고

짠내를 들이마신다. 


우리 대중소 세 마리는 

어찌하여

에미를 파고들 때

겨드랑이며, 

목 뒤꼍이며

사타구니에다가 

얼굴을 묻을까  


때 묻은 남루함은 

또 이리 대를 이어 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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