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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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이 책 기다리시는 분들 많으셨죠? <애서 잔혹 이야기>로 유명한 옥타브 위잔의 <애서광들>입니다. 애서가 무엇이냐. 사전식으로 풀자면 책을 아끼고 사랑함 정도일까요. 그렇다고 논픽션은 아니고 1895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집입니다. 저자 본인이 저명한 애서가이기도 하고요. 수록된 그림은 알베르 로비다가 맡았습니다. 이야기의 동력으로는 저자의 애정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애서가가 쓴 책을 욕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책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빠져들 소설집입니다.





2.

  총 11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요. 종종 사료로 역사가 다뤄지기도 하면서 픽션답지 않은 입체감을 조성하기도 하는데요. 어디까지나 굉장히 다양한 책의 이모저모가 담겨 있어서 특별한 구석이 있습니다. 책 자체가 굉장히 인기를 끌었는데, 수록된 그림에도 그 지분이 충분해요. 작가가 훌륭한 이야기꾼인 것도 있지만 수록된 삽화들이 이야기의 디테일들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3.

  무엇보다 '애서'라는 주제에서부터 이미, 서재를 갖고있는 누구나 소장을 꿈꾸게 만드는 책이지요. 애서가라면 당연히 애서가들의 이야기에 끌리게 마련이므로 소장가치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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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수에 사로잡히고, 운명적이어서 이해할 수 없는 열정에 짓눌린 채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젊은 시절이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그때까지도 당신은 내 마음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끝났습니다. 모든 게 정리됐습니다. 당신이 내 청혼을 받아들였으니까요. 그 문제로 더는 왈가왈부하지 맙시다. 공증인들에게 맡겨둡시다! 그런데 시지스몽의 서재를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 엘레오노르가 소리쳤다. “이제야 모든 걸 알겠네요. 당신도 시지스몽의 친구로군요. 그 역겨운 책들을 보려고 온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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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서재만큼 개인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 또 있을까요. 그 서재에 관한 문장들은 그 자체로서 애서가들을 한껏 달뜨게 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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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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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저자인 엔도 슈사쿠는 하루키를 폄하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스타일 하나로 밀어붙이는 작가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하지만 소위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타일'은 아직도 충분히 감상되지 못했달까요. 많은 작가들이 그러한 스타일 하나를 구축하지도 못하는 게 실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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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 어스 - 수천 년간 지구를 빛낸 색의 과학사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40
필립 볼 지음, 서동춘 옮김 / 살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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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살림'에서 출간된 '브라이트 어스'입니다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종류의 과학사 책이에요그러니까 과학사 일반이 아니라 '색깔'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과학일반을 들여다보는 책입니다이런 종류의 책은 특정 지점에서 깊게 파고들 수밖에 없는 형태이고저는 그 깊이를 일종의 필연이라고 보는 편이에요넓이와 너비도 중요하지만 과학이라는 주제는 얼마간 깊이가 확보되어야 비로소 재미가 있거든요올리버 색스가 추천사를 쓰기도 한 책인데요내용은 이렇습니다.

 

색을 만들어내는 재료에 대해 예술적으로 서술한 것은 물론이 방대한 문화예술사를 한 권에 담아낸 역작이다....


 

2.

저자는 '필립 볼'. 작가라고 해야 할까요. 20년 넘게 네이처의 편집자로 지내기도 했습니다하지만 그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화학을브리스톨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이력이 중요할 테지요과학 및 대중 매체에 주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저널리스트로 보시면 됩니다그러니까 국내에선 정말 찾아보기 힘든 유형의 작가인데요과학사를 이처럼 흥미로운 부분을 선정해유려한 문장으로 담아내는 작가가 있다는 게 정말 부럽기도 해요대표적인 저술로는 <H2O>가 있는데오늘 소개드리는 책을 읽으면서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책의 구성은 단순합니다총 12장인데요. 1장은 '보는 사람의 눈'. 다시 말해 화실에 들어선 과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벌써부터 재밌잖아요. 2장은 물리학과 화학을 무지개라는 현상과 연결지어 설명하게 되고 이어지는 장들에선 색의 과학사그리고 화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술작품염료모더니즘에 관한 담론까지 유려하게 펼쳐나가는 책이에요긴 말 필요없이 본문을 볼까요.


 

3.

 

지오토의 자연주의는 시간을 그림의 한 구성요소로 편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그 이미지는 더 이상 불변의 상징이 아니라 실제 흐르고 있는 시간에서 한 순간을 고정시킨 것이었다이것이 화가들에게 끼친 효과는 실로 굉장했다자연에서 보이는 한 장면은 주위의 빛에 의존하며 그 빛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어두컴컴해 음산하거나지중해의 강력한 햇살에 하얗게 표백되거나저녁놀에 부드러워질 수 있다이것은 화가들에게 극적인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자연에 미치는 빛의 효과를 철저히 이해해야만 가능했다자연에 충실할 것을 고집함으로써화가들은 중세적 구성의 양식화된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연은 무한히 다양한 형태와 색을 제공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동시에자연주의는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화가들이 만족스런 구성을 하는 데 필요한 색과 대상의 조화로운 배열을 부과하는 법칙이 자연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책이 경망스럽지 않은 선에서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담아내기도 하고색이라는 테마에 한정해서 깊이를 확보해내기도 하는 탁월한 책이에요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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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존 벨레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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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내일 개봉을 앞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의 원작소설입니다주연이 무려 '잭 블랙'과 '케이트 블란쳇'. 판타지라는 완충장치 위에 올라서 마음껏 펼쳐낼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장르는 판타지 소설두께가 얇은데다가 장르의 특성상반나절이면 독파가 가능한 책입니다판타지라는 장르가 수많은 제약을 풀어주기 때문에 그만큼 시종 폭넓은 상상력이 펼쳐지게 되는데요확실히 스크린은 스크린만의 장점이 있겠지만활자는 그보다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자체로도 매력있는 영역이지요줄거리라기보다 기본적인 틀은 이렇습니다.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마법의 집.

세계의 운명이 달린 마법 시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법사들의 이야기.

 

 

 


2.

 

혹자는 이런 양식을 통틀어 '고딕'으로 분류합니다본래 미술 양식의 한 갈래라고 하지요문학만을 놓고 보자면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잔인하고 기괴한 사건이 이어져 공포스러운 결말로 치닫는 이야기를 일컫는대요종종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거나 마법 지팡이로 전투를 벌이기도 하며끔찍한 저주와 마법 주문이 등장하는 게 특징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죠.

쉽게 말해기본적인 기조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개봉일인 할로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소설입니다제 경우영화보다는 원작소설을 먼저 접하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관람 전에 서점에 들려 꼭 한번 이 원작 소설을 훑어 보시라권하고 싶어요.


 

3.

 

그때 머리 위에서 정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조너선은 말을 멈췄다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 붙었다.

여행 가방을 떨구고 팔을 축 늘어뜨렸다루이스는 겁에 질려 삼촌을 쳐다보았다조너선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종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울렸다루이스는 고개를 들었다소리는 길 건너편 벽돌로 된 높은 첨탑에서 흘러 나왔다종탑의 아치는 포효하는 입과 부릅뜬 두 눈 모양을 하고 있었다그 입 아래로 금속 숫자가 달린 크고 반짝이는 시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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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짧은 문장들로 긴박하게 진행되는 소설입니다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짧은 호흡으로 곁들일 책으로 권하고요. 31일에 개봉할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일종의 공략집처럼 펼치기 좋은 책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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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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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힐링'이라는 키워드 대신 '사색'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요즘입니다파스칼의 격언으로 시작해볼까요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고 얘기했던오늘 소개드릴 책의 주인공은 크리스토퍼 나이트집을 떠나 거대한 숲속에 들어가 타인과 단 한 번의 접촉없이홀로 숲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야생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설정이죠분명그런 삶이 생각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셨을 텐데요책을 펼쳐보면 그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우리가 잃어가는 줄도 모른 채 잃어가던 것들을 복기시켜주는 이야기예요.

 

 

이를 테면올해 초 방송되었던 <숲속의 작은집>이나, <나는 자연인이다등의 히트에서 엿볼 수 있는 일종의 흐름이랄까요그런 흐름의 중심에 있는 책입니다책의 저자는 '마이클 핀클'이라는 저널리스트예요저자는 30년 간 혼자 숲에서 살았던 나이트의 삶과 생각을 옮겨 온 것인데저널리스트답게 본인을 극한에 이를 때까지 벼려내 글을 써낸 흔적이 역력합니다.

 

 



 

 

2.

 

책은 첫 페이지부터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저널리스트라기보단 소설가나 영화감독같아요. '7년의 밤'의 프롤로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제가 본문을 옮겨 오기보다 서점에서 첫 페이지만 읽어보시면 그 팽팽한 긴장감에 쉽게 책을 덮지 못하실 거예요저는 대신 55페이지의 내용을 소개할까요.

 

 

많은 문화권에서 은둔자는 오랫동안 지혜의 원천인생의 위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탐구자로 여겨졌다악마의 저주를 받은 존재로 보는 문화도 있었다나이트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어떤 비밀을 폭로했을까아니면 그냥 미친 걸까만약 처벌한다면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그의 이야기가 사실이긴 한 걸까만약 사실이라면 왜 사회로부터 자기 자신을 그토록 완전히 제거해버렸을까?......

 

 

 

 

 

 

 

3.

 

그러니까 저널리스트 답지 않은 긴박감넘치는 묘사들을 기본기로 간직한 채, '사색'에 관한 저자의 성찰, ''이라는 환경에서의 삶을 깊은 통찰로 벼려낸 점이특별한 책입니다도시에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독자들혹은 그저 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모두에게 함의를 가지는 작품이에요누군가 '외로움'은 수동적인 것이고 '고독'은 능동적인 것이라고 했던가요그러니까 외로움은 우리가 원해서 오는 것이 아니지만 고독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찾는 감정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고독'이라는 감정을 스토리로 들여다보게끔 도와줄 멋진 책철학이란 게 별 게 있을까요이 책을 읽고 드는 감정의 덩어리들이 우리의 철학이 아닐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한 주인공내향적인 성격이 일종의 극복대상으로 여겨지는 현대의 가치체계우리가 비록 숲으로 회피할 수는 없겠지만 대신 책이라면 어떨까요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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