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잘 알려진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본문은 110여 페이지에 정도로 짧은 편이고, 그마저도 지면에 여백을 많이 두는 편집본이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서 한 호흡에 다 읽어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장 자체가 단순하고 밀도 높은 이유도 있습니다만 번역을 백수린 소설가가 직접 맡아 해냈기 때문에 문장이 더욱 아름답게 퍼져온달까요. 제 경우 김연수 소설가의 추천사를 보고 주저없이 책을 집어들게 됐는데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는 이렇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세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단순함은 치명적이다....




2.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비롯해 작가의 배경 자체가 작품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 배경이 무엇이냐. 저자가 헝가리에서, 유년기를 2차 전쟁 속에서 보냈다는 점입니다. 헝가리는 오스만 제국, 합스부르크에 이어 소련에게까지 연이어 지배를 받은 국가였고 그 가운데서 저자는 기어이 경계를 벗어나 타국의 난민으로 편입하게 되고, 거기서 필사적으로 프랑스어를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작품들은 본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헝가리어가 아닌 불어로 쓰였습니다. 저자의 문장의 특별함이 여기에 있고 그 모든 배경과 감동이 여기 <문맹>에 담겨 있습니다.




3.

 "여전히 지금도, 매일 아침, 집이 비고 모든 이웃들이 일하러 나가면 나는 다른 것을, 그러니까 청소를 하거나 어제 저녁 식사의 설거지를 하거나, 장을 보는 대신 식탁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신문을 읽는 것에 가책을 조금 느낀다....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쓰는 대신에." - <문맹, 14p>


  그러니까, 저자에겐 읽고 쓰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법이자 현실을 잊게 해 줄 활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시대라는 괴물은 아가트 크리스토프의 펜과 정신을 빼았고, 언어 역시 앗아갔지만 그 과정에서 아가타 크리스토프의 투쟁이 절절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비단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기 전인 독자에게 있어서도, 읽지 않을 독자에게도, 인류의 역사가 화석처럼 새겨진 한 인간의 이야기에 가슴 저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에 많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입에 꿀꺽! 뉴스 속 세계사 - 신문 보면서 맛있게 역사 공부하기 사고뭉치 15
공미라 지음 / 탐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오늘 소개드릴 책은 현직 교사로 재직중인 공미라 저의 <뉴스 속 세계사>입니다. 그러니까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얼마간 선사시대와 구석기, 신석기 시대로 이어지는 진부한 흐름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 이 책의 테마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뉴스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인데요. 그러니까 얼마간 팔레스타인 분쟁같은 최근의 현대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거나, 천연두라는 주제에서부터 역사를 들여다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고대사와 근현대사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랄까요.


2.

  책은 부제로 '신문 보면서 한입에 맛있게 꿀꺽'이라는 수식을 붙이고 있는데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시종 역사의 연대기를 휘저으며 횡단하는 것은 사실 상당히 난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책은 총 5개의 장을 구획화해두고 있어요. 그러니까 1장은 정치, 국제. 2장은 경제, 3장은 사회, 교육....같은 식인데요. 어느 정도의 구획안에서 사례 하나를 집어서 관련 역사와 사료를 깊게 들여다보는 식입니다. 사실 이런 형식적인 부분이 확실히 탁월한 것 같은게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상당히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요. 그러니까 연대기와 연도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당장 실용적으로 현대인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담아내고 있으니까요. 예컨대, 2장의 경제 파트에서는 '독재자가 만들게 한 국민 자동차, 폭스바겐'입니다. 책이 부담스럽지 않고 흥미가 가는대로 읽을 수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삼박자가 상당히 잘 맞는 책입니다.



3.

  책은 서간체로 서술되어 있고, 저자 자체가 중학교에서 교사로 역사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역시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이 돋보입니다. 그러니까 역사 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런 고루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가볍다고 하기엔 저도 상당히 놓쳤던 많은 부분들을 복기하기에 좋은 내용들을 담고 있고 책 어느 부분을 펼쳐도 당장 어떤 영화랄지, 책이랄지, 뉴스를 보는 시선이 크게 확장되는 것을 느끼게 해 줄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학업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부터 빠른 시간 안에 현대의 뉴스 속 세계사에 대한 통찰을 키워야 할 많은 분들께 필독서처럼 권유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Coffee Dictionary - 커피에 대한 모든 것 The Dictionary
맥스웰 콜로나-대시우드 지음, 김유라 옮김, (사)한국커피협회 감수 / BOOKERS(북커스)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맥스웰 콜로나'의 <COFFEE DICTIONARY - 커피에 대한 모든 것>입니다. 우선 저자는 저널리스트나 학계에 계신 분이 아니라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UKBC)에서 세 차례 우승한 챔피언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 현직 종사자가 직접 집필을 담당한 책이므로, 핵심적인 개념들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저자가 호흡하고 있다는 점이 독자에게도 큰 호소력을 가진달까요. 와중에 공동저자는 MIT의 교수 크리스토퍼 H.헨든이 관련 화학작용을 직접 감수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간 커피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전'이라는 제목을 구비해 둘 충분한 근거를 갖추었다….



2.

  책은 이름만 사전인 게 아니라 정말로 형식을 사전에서 차용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커피에 관한 거의 모든 개념을 A-Z 순으로 나열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개념은 Acidity, 즉, '산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은 Zambia (잠비아)로 책을 끝내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컬러감을 생생하게 살려낸 일러스트를 곳곳에 삽입해 두고 있어서 상당히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로스팅을 비롯해 커피에 관해서라면 마음을 좀처럼 감추지 못하는 편이라 상당히 애착이 가는 책이 될 것 같아요. 책의 내용적인 측면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형식은 형식대로 상당히 탁월합니다. (인덱스를 비롯해 관련 개념을 사전처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워요.) 뿐만 아니라, 어중간하고 성의없는 사진자료들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 표지부터 내지 곳곳을 채운 일러스트들이 너무나 만족스럽게 있는 책이어서 커피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 혹은 커피라는 기호식품 자체에 푹 빠져 계신 분들께 소장용으로 참 훌륭한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이트의 의자와 붓다의 방석
액설 호퍼 지음, 윤승희 옮김, 윤희조 감수 / 생각의길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1.

 

오늘 소개드릴 책은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과 교수직을 맡고 있는 '엑셀 호퍼'가 대표 저자이자 토론의 중재자로 나선 <프로이트의 의자와 붓다의 방석>입니다. 크게 3,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1-5장과 7,8장은 '마크 엡스타인'이라는 정신과 전문의와 마찬가지로 정신분석가 '니나 사벨', 마지막으로 불교학자인 '앤드루 올렌즈키'가 일종의 공동저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정신과 전문의와 불교학자가 '엑셀 호퍼'의 중재 하에 저마다의 이론을 꺼내어 놓는 방식의 토론인데요. 단연 특이한 지점은 불교와 정신의학의 접점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이겠지요. 얼마간 정성적인 요소에 의존하는 동양의학과, 수치화되고 계랑화 되어 있는 서양의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방향일 텐데요. 와중에 불교와의 접점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구상 자체에서 이미 얼마간 탁월함을 갖추고 있는 책이랄까요.

 

 

 

2.

 

그러니까 의학이라고 하면 학계에서도 종교적인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학제니까요. 그러니까 다분히 형이상학적인 종교와, 눈 앞에서 만져지고 증명되어야 하는 과학, 그 중에서도 가장 선두에서 지휘를 맡고 있는 현대의학과의 접점을 찾겠다고 하니까 어딘가 어색하게 느끼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저자는 불교명상의 원리에서 파생된 '알아차림(mindfulness)'로 서두를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정신분석은 고통의 근원에 심층적으로 접속해 원인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환우를 대하는 것인데, 불교 명상의 원리에도 상당히 비슷한 원리들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정신의학은 결국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어려운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불교 명상의 원리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불교 명상과 정신분석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서 이 책은 시작됩니다.

 

 

 

 

3.

 

그렇습니다. 책은 결코 쉽지 않아요. 사실 현대의학도 도무지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정신의학의 본질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의심스러운 일일 테지요. 그렇지만 책은 결코 개념들을 꼰다거나, 현학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신분석의 핵심은 무의식과 무의식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불교적 사유 역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출발한다....”

 

 

책은 3부에 이르러 다시 엑셀 호퍼가 '정신분석과 불교의 연대'라는 구심력으로, 앞선 장들을 통합하게 되는데요. 이 지점에서 확실히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교는 '직접 경험'을 강조하는 반면, 정신분석은 '이해'를 강조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차이점과 앞서 설명드렸던 분명한 공통점들과의 대차대조를 통해 심리일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 뼘 더 넓혀주는 멋진 책인 것 같아요. 이상, 명상과 불교학에 관심있는 분들께, 동시에 입문 심리학 책을 넘어선 심층적인 내용을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말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속뜻 사전 잘난 척 인문학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좋은데 책마다 황당할만큼 너무 중복됨. 심지어 신간마저 달라진 게 없으니 원..갈매기살은 안들어간 책이 없는 듯.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재운 2019-12-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우리말 잡학사전 저자인 이재운입니다. 제가 다른 사전을 보지 못해서 얼마나 중복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님의 의견을 보니 섬뜩하네요. 저는 1994년에 초판을 낸 이래 현재 29쇄를 찍고 있습니다. 이 사전 정보는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제공하고 있는데 아마 나중에 나온 사전들이 제 책을 베끼는 듯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래서 쇄를 바꿀 때마다 늘 새로운 표제어를 넣고, 식상한 거는 빼는 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