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의 영화 -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BIG IDEA
톰 채리티 지음, 안지은 옮김 / 미술문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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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인간의 문화의 한 분야의 역사는 그 분야를 이끌어가는 천재들의 역사이다.

과학사에서 토마스 쿤이 역설했듯이,

하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힘과 능력과 지력을 가진 이들이 나타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또 시간이 흘러 그것이 바뀌는 것을 기록한다면 바로 그것이 역사일 것이다.

 

제7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의 역사 또한 그러하겠지만,

인간의 삶과 함께 오랜 시간 같이 존재해 온 다른 예술들 - 회화, 건축 등 - 과 달리

영화는 그 태생을 있게 해준 테크놀로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영화의 역사는 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방식에 많은 부분 좌지우지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그러한 테크놀로지에 종속되지 않고,

인간의 심성 깊숙히 들어가서 그 내면을 보이는 데에 주력한 이들도 있다.

기술적 얼개로 표현된 외상보다 그 이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투박하지만 영화의 패러다임을 이렇게 정의하면 어떨까.

이 책에서 꼽은 50명의 감독들.

그들은 다른 사람과 달리 연출하였는데

카메라와 같은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기법의 촬영과 연출 방식을 선보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삶과 인간의 깊은 내면을 화면으로 표현하여 감탄을 자아 내었다.

 

이 책은 그들이 선보인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하며,

그 패러다임이 도출되었던 그들의 대표작을 열거하고

간략하게 그들의 영화 인생을 요약해 보여준다.

짧고 쉽게 쓰여져 간단하게 영화사를 일별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돌아다 보면 그들의 연출의 뿌리를 알 수 있을 거라는 채워주지 못한다.

짧은 분량에 영화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감독을 무려 50인이나 소개하다 보니

개인 각각에 대해 할애하는 분량이 적어 그렇게 깊은 얘기가 나오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간략한 입문서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의의만을 찾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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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개정판 다빈치 art 12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 다빈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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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무런 계획없이 3박 4일 동안 그저 발길 닿는 곳으로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숙소를 찾기 위해 서귀포 시내에 발을 머물다 천지연 폭포 근처의 모텔에 짐을 풀었다.

다음 날 아침, 폭포를 보고 그 앞 감귤 찐빵으로 요기를 한 후

근처에 있기에 우연히 들르게 된 곳이 바로 이중섭 미술관이었다.

 

박수근과 함께 우리 나라 근대 회화를 시작한 화가 중의 하나인 이중섭.

그가 가난하고 불우한 시절을 보낸 끝에 요절한 화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산이 아닌 제주도에 살고 있었다는 것은 몰랐던 터라,

그가 세들어 살았던 셋집 앞의 이중섭 거리와, 섶섬이 멀리 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 위의 미술관은

기분좋은 볼거리였다.

 

미술관 자체에는 그의 그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작품 보다 그의 자취가 남아있는 집 모습이 더욱 맘에 들었었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2층에 있었던 그의 친필 편지.

예쁜 색채의 그림을 여백에 깨꼼하니 가득 그려놓고

읽을 수는 없지만 달필로 흘려쓴 일본어 편지가 너무 맘에 들었었다.

 

그 편지글들을 모은 책을 집었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고

사기까지 당해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보낸 많은 편지들 속에는

후세의 남이 볼 거라 생각하여 쓴 편지가 아니어서 그랬겠지만

남사스러울 정도로 사랑이 넘쳐난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그리고 화가로서의 면면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편지글과 그림들.

불우하다고 볼 수도 있는 삶과 가정이었지만

아마도 그들은 행복한 가정의 일원이었으리라.

 

때로는 격렬한 정열의 소를 그렸지만,

아이들 그림같은 따뜻함과 즐거움이 넘치는 그림을 더 많이 그렸던 이중섭의 그림을

이제 다른 곳 어디에서 볼 때라도 그의 따뜻한 심성을 기억하며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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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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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던 책을 드디어 읽다.

영화를 통하여 쉽게 인권의 여러 꼭지에 대해 잘 풀어주고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책.

한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책들을 다 찾아 읽었던 적이 있다.

OECD 국가라고 마치 선진국이 다 된 양 호들갑을 떨고,

뉴스마다 하나의 기준처럼 이야기하지만

우리 나라의 인권은 정말 아직도 멀고도 먼 이야기임을 인지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깨닫고 조금씩이나마 생각을 바꿔갈 수 있겠으면 좋겠다 싶어서

나라도 조금이나마 더 알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그러한 면면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위하는 장애인에게 경찰력을 투입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걸 본 뒤에

그들의 진정성과 활동에 의문이 들어 신뢰가 가지 않는 시간들이 왔고

그래서 한동안 나 혼자만 분노할 뿐 뭔가 함께 고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에도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작은 노력을 조용히 해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하기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집었다.

 

사람의 인지력이 제일 높은 감각은 시각.

그 중에서도 요즘은 텍스트 메시지보다는 영상 메시지의 힘을 훨씬 크게 느낀다.

저자인 김두식 교수는 인권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을 일반적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접하기 쉬운 영화와 드라마 등의 사례를 들어

잘 쓰여진 글과 함께 효과적으로 이야기 한다.

 

청소년, 성적 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와 소수 종교인.

표현의 자유, 제노싸이드, 인종 차별 등.

사회 곳곳에서 소수이고 힘이 약하기 때문에 핍박받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며

때로 목숨까지도 위협을 받는 이들의 모습과

또, 인권이라는 개념이 미약한 우리 나라의 현실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런 책이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답답함이 하늘을 찌른다.

문제 자체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거나,

알고 있다고 해도 조용히 체면 치레하며 덮어 버리거나,

아직은 그런 문제보다 경제 발전이나 정치 안정이 더 중요하다며 애써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내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의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나혼자 안타까워 하고 분노를 하면 왜 그리 사서 힘들어 하느냐고 말하는 듯한 시선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현실이 왜 안타깝지 않은 건지.

언제고 변화가 일어나면 자신도 언제든지 소수가 될 수 있고

그때는 그들 스스로가 그 처지가 될 수도 있는 건데..

지금의 기득권에 취하여, 혹은 기득권층 조차도 아님에도 스스로가 그 계층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우리 나라 국민 다수의 모습.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좀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라며 주변에 누구 선물할 사람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

기꺼이 읽어줄 이들을 떠올려 본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하자.

그러면 더욱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 속에서 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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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워킹 Book Two : 질문과 해답 카오스워킹 2
패트릭 네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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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혼돈(카오스)을 걷는(워킹) 판타스틱 서사시의 두번째 권.

 

예전에 일본 드라마 중에 '사토라레' 라는 드라마와 영화가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다 들리는 천재들의 이야기.

천재들이라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사실을 알면 스트레스로 대부분 사망하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조심하여 그들을 보호한다는 설정 아래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배경은 뉴월드라 불리는 새로운 개척 행성.

이 행성의 정체 모를 세균 때문에 이 별에 내린 사람들은 모두 사토라레 처럼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노이즈'라는 형태로 들린다.

고요와 정적이 존재하지 않는 이세계에서 토드와 비올라라는 소년 소녀가

끊임없는 혼돈의 나날을 헤쳐가며 걸어가는 이야기가 바로 카오스 워킹 시리즈다.

 

전편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혼돈의 길을 걸어 헤이븐에 도착하면서 '어른'이 되어간

두 소년 소녀가 헤이븐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믿고 싶지 않은 것.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프렌티스 타운 시장에게 잡혀 헤어진 두 친구.

 

전편에서도 그랬지만 작품 전편에 흐르는 줄거리가 치닫는 결말은 답답할 정도로 감이 안 잡힌다.

수수께끼의 능력과 꿍꿍이를 가진 프랜티스 시장이

토드와 비올라에게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그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는 전혀 모른 채

그저 안타깝게 헤어져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토드와 비올라가 안타깝기만 하다.

 

헤이븐의 운명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양 진영인 질문(Ask)과 해답(Answer)에 속하여

각자의 생각을 키워간다.

역설적이지만 자신들의 생각이 노이즈로 계속 드러나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더더욱 서로를 믿지 못하고 암약과 음모를 키워가며 서로를 이용한다.

이 속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길이 가야 할 것인지 너무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더더욱 아픈 과거를 가진 채 전쟁에 몰입하는 어른들은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 채

'질문'만을 던지고 '해답'만을 외칠 뿐이다.

그러나 질문과 해답은 서로가 짝이어야 하는 법.

서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 질문과 답은 그저 공허한 외침이기에

토드와 비올라가 찾는 평화와 성장은 그 안에서 구해지지 않는다.

 

둘은 아직도 혼돈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며 삶을 걸어가고 있을 뿐인 것.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둘은 다시 헤어지고

더욱 거대한 혼돈의 소용돌이가 다가온다.

시리즈의 1, 2편의 구석구석은 모두 작가가 구상한 근원적 결말을 향해 큰 걸음으로 향해가고 있기에

아직도 혼돈 속에 있는 독자는 그저 궁금해 하며 3권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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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레전드 - 미국 프로야구 140년 전설이 된 야구인 이야기
김형준 지음 / 한스컨텐츠(Hantz)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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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야구 열기가 높다.

야구장은 연일 만원이고 과거 특정 연령의 남성층의 전유물이었던 객석은

이제는 연령불문 성별불문의 말 그대로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지금의 이 인기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전, WBC에서의 우수한 성적에 힘입은 바 크고

마치 월드컵 4강 이후 온 국민이 축구팬이 되어 축구 열기가 끓어올랐던 것과 비슷하다.

 

원래부터 우리 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였지만,

이러한 열기가 요즈음 이전에, 비슷하게 올랐던 적이 있다면

바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하게 플레이를 꽃피우던 90년대 말이 아닌가 한다.

골프의 박세리와 함께 야구에서 박찬호가 IMF 상황의 힘겨움에 시름하던 국민들에게

시원함을 안겨주던 그 시절.

 

박찬호가 하루하루 들려주던 삼진과 승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AFKN에서나 보던 메이저리그라는 한차원 높은 플레이를 펼치는 야구의 최고 리그에 대해서

글 만이 아닌 실제 플레이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 책은 그 메이저리그에서 레전드로 남은 수많은 선수들의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다.

 

야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독특한 위치를 가지는 점은 많다.

일단 유일하게 감독이 유니폼을 입는다는 점.

팀의 일원으로서 그라운드에 나가기 위해서 선수들과 같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의 일부로서 함께 경기한다.

그리고 그 어느 스포츠보다 이외의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되어

그를 규정해야 하는 룰이 어느 종목보다 많다는 점.

그 의외의 상황이란 예기치 못하게 이런저런 일들이 발생하고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닮았기에 야구팬들은 열광한다.

 

이 책의 레전드들은

그저 숫자로 남은 그들의 기록들 때문에 레전드가 된 것이 아니다.

바로 구장 안에서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위대한 플레이.

팬과 함께 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삶이 야구와 함께 매치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40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로 팬들을 울고 웃긴 플레이의 중심에 서 있는 레전드들.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읽는 재미에 이 두꺼운 책이 쉴 새 없이 읽힌다.

그리고 그들의 플레이를 통하여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오늘날의 야구가 만들어졌음에 고맙다.

 

야구는 올해도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열정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시즌을 즐길 것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이 또 다른 레전드가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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