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하프 위크 에디션 D(desire) 3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미크 루크와 킴 베이신저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아 아주 집중하기는 힘들었다.

영화의 세세한 장면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의 이미지는 확실한데,

둘이서 냉장고를 열고 크림과 딸기 등등 가지고 향연을 벌이는 장면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원작이 있는 영화는 책을 먼저 보기 전까지는 안 보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고등학교 때부터 방학이면 하루에 비디오 5-6편 씩을 매일같이 보고 다음날 반납하던,

초초초우량 고객이었던 탓에 미성년자 임에도 화제가 되는 영화를 빌려볼 수 있었더랜다.

쟤는 호기심으로 보는 게 아니라, 진짜 영화 좋아하나 보다.. 라고 비디오 가게 주인도 생각했을 것.

때로는 고전 영화가 새로 출시되면 모아 두었다가 제일 먼저 빌려주시고는 했었다..

 

그렇게 해서 미성년자 신분에도 감히 볼 수 있었던 19금 영화.. "나인 하프 위크"

거의 20년이 흘렀지만 또렷이 박힌 이미지..

나름 충격으로 머리에 남아 있는 이 작품의 원작이 이제서야 소개되고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저자의 자전적 경험을 소설화한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남자와 9와 1/2주 동안 불꽃같은 사랑을 하면서,

사랑의 향연을 벌이는 내용이다.

그들의 사랑은 정신적 교감과 함께 육체적 쾌락으로 진행되는데,

그 향락은 점점 가학피학적인 모습을 띄고 점점 강해진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지만,

현대에 와서는 각종 성에 대한 실험적 시도가 별로 거리낌 없는 시대가 되었고,

별의 별 취향이 있다는 것은 각종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쓰여질 무렵은,

이러한 시도 자체와 그러한 시도를 밝히는 것이 터부시되던 시절이었기에

과감히 자신의 경험을 소설화하여 밝히고 공론화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시절이었으리라.

 

지금, 아직도 우리 나라가 그러하듯이

미국 역시도 그러던 시절에서 이러한 시도 때문에 차근차근 개인의 취향에 대한 해방이 이루어졌으리라.

그책  출판사에서 시도하고 있는 이 에디션D 시리즈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응원하고 있는 시리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장르이지만

보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상대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쾌락의 향연에 대한 묘사를 한꺼풀 벗겨내고 나면,

사랑에 빠져 마냥 행복하고 그 행복을 다시 맹목적인 사랑으로 돌려줄 수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서로 상대방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해줄 수 있는 9주간의 사랑.

다만, 다 주더라도 생명까지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랑을 끝나고 말았지만

불꽃같은 9주 동안의 사랑은 그 어느 러브 스토리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치열하고 아름답다.

 

그 치열함을 누가 평가하고 뭐라 그럴 수 있겠는가..

사랑해서 한 일이기에 그들의 변칙적 사랑에 결국 작품성을 인정한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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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뒷모습
최인호 지음, 구본창 사진 / 샘터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최인호의 가족 연작의 단행본 마지막 권을 다 읽다.

30년이 넘게 매달 연재되어 400회가 넘어까지 죽 연재된 이 연작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독특한 자서전인데,

보통 삶의 어느 시점에 와서 과거를 회상하여 쓰게 되는 자서전과는 달리,

그 시점시점마다의 현실성있는 서술을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또한 자신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어느 한 사람의 자서전 만으로 보기에는 조금 다른 점도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우연히 알게 되어 읽기 시작한지 몇년 만에 아홉 권 단행본을 모두 읽게 되었는데,

짬짬이 한편 한편 읽어 내린 이 연작이 내게 갖는 매력은 참으로 크다.

 

그것은,

작가인 최인호가 내 아버지 또래라는 점과 당연히 그 점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그의 자녀들이 내 또래라는 점에서 비롯하는데,

따라서 이 이야기는 나와 내 부모님의 이야기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생생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젊은 시절 모습은 내가 알지 못하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과 같고,

그의 자녀들의 어린 시절과 성장해 가는 모습은 다름아닌 내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그렇기에 크게 공감하게 되고,

또한 작가가 이 작품을 처음 연재하던 시기의 그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하여

앞으로 내가 살아갈 모습의 보편성과 깨달음을 미리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형제애.

자식과 손주에 대한 무한한 내리 사랑.

그리고 그의 반려자에 대한 또한 큰 사랑.

이 모든 사랑은 결국 '가족'이란 이름으로 엮여 있는,

(카톨릭 신자인 작가의 신념으로 본다면) 하느님이 내리신 인연에 대한

끝없는 신뢰와 사랑으로 귀결되어 결국 삶이란 하나의 가족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힘겨운 암 투병중인 작가.

그가 기운을 차려 다시 투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새로운 연재가 가능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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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섬 밀리언셀러 클럽 119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통과 의례같이 읽게 되는 소설들...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와 다니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가 빠질 수 없다.

문명 사회와 격리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그 차원이 '생존'의 면으로 내려가 있는 것.

지극히 극단적이고 힘든 상황으로 상정되지만,

자신만의 삶과 사회를 (1인 사회라 할지라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설정이다.

 

그 설정 가운데 인간의 본성이 튀어나오게 되리라는 것은 예측 가능하고,

그것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소년들의 유쾌한 모험기가 되거나(15소년 표류기),

서구 문명을 깊이 고민해 보거나(로빈슨 크루소),

인간 본성의 심연 속의 수성(獸性)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파리 대왕) 하게 된다.

 

극한 상황 설정이니 만큼

코미디가 되어 버릴지, 멋진 작품이 될지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데,

이러한 설정에 다소 의외의 작가랄 수도 있는 기리노 나쓰오가 도전했다.

 

나쓰오가 등장 인물들을 떨어뜨려 놓은 무인도는

그 격리성이 다소 독특한데, 외진 무인도 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도쿄섬이라 짓고, 각 지역을 도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지역들로 또한 명명하여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 이름이 주는 익숙함과 섬의 모습을 연결지어 연상하게 되어 격리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 인물들 또한 과거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명명된다.

과거를 적당히 가지고 오기도 하고, 일부러 버리기도 한 새로운 이름으로

섬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여기서는 생존은 중요치 않게 된다.

먹을 것과 기후는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살기에는 문제가 없다.

그저 이 새로운 '도쿄'의 사회 구축이 문제일 뿐.

 

섬에서 유일한 여자인 기요코의 인칭으로 주로 진행되는데,

이 특이한 위치 - 특히나 임신 이후에서는 - 를 이용하여 특권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생각에 잡혀 있고,

그러한 시선으로 주변의 남자들을 끊임없이 바라봄이 독특하다.

특히 남자인 나로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면으로 그 상황을 지각하고 있음에,

새삼 차이점을 자각하게 되었었다.

 

그렇지만 스무 명에 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내는 바가 뭔지,

흩어져 있는 느낌은 혼란스럽다.

미쳐가는 와타나베나, 이중적 인격을 통한 종교적 제의사가 된 만타,

과거로부터 돌아와 지도자가 되려 하는 GM,

그 강환 생존성에도 불구하고 의아하리만치 굴종적이기도 한 양.

이들은 무언지..

 

결국 각자에게 모두 다른 의미가 되어 버린 결말.

같은 곳에서 폐쇄적으로 모여 살았음에도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은 다르게 되었다.

그 가운데에 작고 귀여운 소녀라는 의미의 치키티타가 있는데..

결국 그들의 기억은 하나의 사회에서는

작고 귀여운, 몇몇 인간들 만의 한 조각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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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술가씨! - 현대미술작가 20인의 작업실 들여다보기
이규현 지음 / 넥서스BOOK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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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시작되고 방학 시즌이 되었다.

해매다 여름과 겨울이면 방학 시즌을 겨냥하여 대형 미술관에서는 기획전을 실시한다.

그리고 그 기획전은 대부분,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엽의 서양 근대미술전이다.

 

오르세 미술관전이나 루브르 전.

인상파 전이나 인상파 화가 전.

그리고 팝 아트 전 등..

외국에 굳이 가지 않아도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러한 기획 전시에는 언제나 인산 인해고,

그러한 전시를 갈 때마다, 혹은 기회가 닿아 외국에 가서 그 나라의 미술관에서 직접 상설 전시를 볼 때마다

생활 속에서 그러한 작품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그 나라 국민들의 행운을 부러워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도 훌륭한 작가가 많고 그들의 작품들은 외국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외국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오히려 서양 미술사에 비해 국내 미술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국내의 상설/비상설 전시를 잘 찾아보기 어려워 놓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으름 탓이긴 하지만

국내 작가들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여,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잘 만들지 않아

누군가가 해주길 바라며 그저 요즘도 서양 미술만 보게 된다.

가끔씩 만나게 되는 국내 작가를 일반적인 교양 수준에서 소개하는 책을 만나게 되면

그래서 너무나도 반갑다.


비교적 이름이 많이 알려져 나까지고 알고 있는,

박서보, 김병종 으로 시작하여

한국에서 미술하기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여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었던 원로 작가들.

지금 한창 그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려 나가고 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실을 소개한다.

 

분야도 비단 회화뿐 아니라,

사진이나 조각, 설치, 개념 미술 등을 망라하여

한국 현대 예술에서 주목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을 균형있게 소화하고 있는데

새삼 재미있다.

국립 현대미술관에 그렇게 자주 가서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보았어도

그 거대한 작품을 둘러 벽에 몇층 높이로 자그마한 그림들로 가득차 있었던

그 작품의 작가와 이야기들을 새롭게 아는 재미.

아마도 다시 과천에 가면 그 그림들이 얼마나 새롭게 보일지.. 기대가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조금 더 알기 위해 계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면 알지 못했던 전시와 작품과 작가가 보이면서

더욱 즐겁게 한국에서 예술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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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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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유럽 스릴러 출판 러쉬의 바람을 타고,

노르웨이의 베스트 셀러 작가의 상륙이 곧이란 얘기를 듣고서 출간을 기다렸던 작가.

특이한 이력 만큼이나 기대되었던 요 네스뵈의 첫 출간작을 읽다.

 

직업으로서의 헤드 헌터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는데,

흔히 직업을 알선하며 인재를 찾는 일상적인 의미의 헤드헌터와,

말 그대로 사람의 머리를 노리는, 살인자라는 의미의 헤드헌터가 중첩된다.

그 두 헌터 간의 대결.

 

선입견일 수 있겠으나, 작품 배경의 인상은 북유럽 스럽다.

'북유럽스럽'다는 말은,

뭔가 차가운 느낌에 무채색 - 주로 회색- 일 것 같은 분위기에

사람들은 각지고 흰 피부를 지녔으며, 거리는 깨끗하게 정돈되고 사람이 별로 없는..

뭐 이런 느낌의 집합이다.

 

그 가운데 차갑게 자신의 일에 완벽을 기하는 헤드헌터가 주인공이다.

북유럽인 답지 않은 키와 그에 대한 컴플렉스를 더군다나 아내에게까지 가진 복잡한 인물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사치로 푸는 듯한 인물.

작품의 앞부분은 그의 강한 자의식이 일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며

일종의 사이코 스릴러 같은 느낌을 준다.

아마도 위의 북유럽스러운 분위기는 딱딱하게 다른 사람을 분석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며 아내에 대한 집착과

아직은 알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회한이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그의 또 다른 직업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되고,

그리고 드디어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와중에 그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일이 강타한다.

스스로가 헌팅을 하는 데에는 익숙하여도 헌팅을 당하는 데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로게르.

과연 그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고 모든 것들을 덮을 수 있는지..

숨가쁘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모든 것들이 꽉 짜여진 플롯이라는 것을 뻥 터져버린 결말에서야 깨닫는다.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인데,

초반부의 암시 하나하나가 결국 결말을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없도록 하기 위한

절묘한 장치였음에 즐겁게 감탄하게 된다.

 

일단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아직 출간을 앞두고 있는 작품이 더 있으니

네스뵈 와의 다음 만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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