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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섬 ㅣ 밀리언셀러 클럽 119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통과 의례같이 읽게 되는 소설들...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와 다니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가 빠질 수 없다.
문명 사회와 격리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그 차원이 '생존'의 면으로 내려가 있는 것.
지극히 극단적이고 힘든 상황으로 상정되지만,
자신만의 삶과 사회를 (1인 사회라 할지라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설정이다.
그 설정 가운데 인간의 본성이 튀어나오게 되리라는 것은 예측 가능하고,
그것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소년들의 유쾌한 모험기가 되거나(15소년 표류기),
서구 문명을 깊이 고민해 보거나(로빈슨 크루소),
인간 본성의 심연 속의 수성(獸性)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파리 대왕) 하게 된다.
극한 상황 설정이니 만큼
코미디가 되어 버릴지, 멋진 작품이 될지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데,
이러한 설정에 다소 의외의 작가랄 수도 있는 기리노 나쓰오가 도전했다.
나쓰오가 등장 인물들을 떨어뜨려 놓은 무인도는
그 격리성이 다소 독특한데, 외진 무인도 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도쿄섬이라 짓고, 각 지역을 도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지역들로 또한 명명하여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 이름이 주는 익숙함과 섬의 모습을 연결지어 연상하게 되어 격리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 인물들 또한 과거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명명된다.
과거를 적당히 가지고 오기도 하고, 일부러 버리기도 한 새로운 이름으로
섬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여기서는 생존은 중요치 않게 된다.
먹을 것과 기후는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살기에는 문제가 없다.
그저 이 새로운 '도쿄'의 사회 구축이 문제일 뿐.
섬에서 유일한 여자인 기요코의 인칭으로 주로 진행되는데,
이 특이한 위치 - 특히나 임신 이후에서는 - 를 이용하여 특권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생각에 잡혀 있고,
그러한 시선으로 주변의 남자들을 끊임없이 바라봄이 독특하다.
특히 남자인 나로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면으로 그 상황을 지각하고 있음에,
새삼 차이점을 자각하게 되었었다.
그렇지만 스무 명에 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내는 바가 뭔지,
흩어져 있는 느낌은 혼란스럽다.
미쳐가는 와타나베나, 이중적 인격을 통한 종교적 제의사가 된 만타,
과거로부터 돌아와 지도자가 되려 하는 GM,
그 강환 생존성에도 불구하고 의아하리만치 굴종적이기도 한 양.
이들은 무언지..
결국 각자에게 모두 다른 의미가 되어 버린 결말.
같은 곳에서 폐쇄적으로 모여 살았음에도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은 다르게 되었다.
그 가운데에 작고 귀여운 소녀라는 의미의 치키티타가 있는데..
결국 그들의 기억은 하나의 사회에서는
작고 귀여운, 몇몇 인간들 만의 한 조각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