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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살인자 ㅣ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7월
평점 :
해외 여행이 막 자유화되기 시작하고 PC통신을 넘어선 인터넷이 막 퍼지기 시작하던 90년대 중후반.
그때는 서양이라고 해봐야 보통 사람들에게는 미국 이외 영국, 독일, 프랑스 정도였다.
외국사람=미국사람으로 불렀던 시절에서 얼마 지나지 않았던 무렵.
상대적으로 유럽에서도 외곽인 북유럽과 동유럽은 미지의 곳이었는데,
정치적, 언어적 거리로 더욱 먼 동유럽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저 최고의 복지국가로 지상낙원의 현실형처럼 판타지적 이미지로 그려지던 북유럽은
이제 조금씩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고, 그 시류에 맞춰 최근 십년 정도 북구의 스릴러의 출간이 줄을 잇는다.
북유럽의 중심 스웨덴에서도 가장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리즈라면
역시 마르틴 베크와 발란데르, 두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데..
최근에서야 시리즈로서 소개되고 있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일찌기 많이 번역되었으나
신기한 것은 첫 두 편을 빼놓고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를 세 군데나 바꾸면서 나오고 있으나 아무도 시작을 건드리지 않았다.. 왜..?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는 피니스아프리카에에서 드디어 그 첫 작품을 내주었다.
발란데르 시리즈가 스웨덴을 대표하는 시리즈가 된 이유라 생각되는 건
이 작품들이 복지국가 스웨덴 이면의 사회적 문제가
경찰이라는 특수직이지만 평범한 사람인 발란데르의 삶에 새겨져 설득력을 지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유로운 삶 이면의 파편화된 가족.
발란데르에게는 이혼과, 가출해 버린 딸, 치매에 걸렸지만 혼자 지내도록 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로 나타난다.
네오나치의 망령은 사회 깊히 숨어있고,
점점 늘어나는 난민 문제와 결부되어 가끔씩 크게 폭발한다.
기후 탓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반에 스며있는 밤의 우울함이 있고
이는 알콜, 마약 등의 범람과 이를 둘러싼 강력 범죄의 증가로 이어져 있다.
슬쩍 볼 때는 잘 보이지 않겠으나, 직간접적으로 스웨덴을 겪어본 경험으로 볼때
저러한 문제는 저 나라 전반에 깊숙하게 박혀있고
그러하기에 이 작품이 스웨덴에서, 그리고 보편적 공감대에 따라 전유럽, 전세계에서 읽히는 것일 것.
시리즈의 첫 작품은 이 면면을 잘 열어젖히고 있어
왜 그동안 번역 안되었을지 궁금할 정도이다.
먼저 소개된 뒷작품들을 몇편 읽었기에 후에 나올 이들의 첫 묘사도 재미있고,
외딴 스웨덴 시골의 살인사건이 위의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들추는지 보는 것은 짜릿하다.
자..
이제 두번째 작품을 기다려 보자..
나와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