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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 피크닉 ㅣ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평점 :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린 '퍼스트 컨택트'류의 텍스트는 꽤 많다.
언젠가 내 살아 생전에 발생할지도 모를 그 사건! 에 대해 한번쯤 상상해 보는 것은,
우주와 외계에 대해 한번이라도 꿈꾸어 보는 어린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보편적 경험이다.
그러나, 내가 본 그 어느 텍스트도 이렇게 독특하게 ㅍ현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들'의 방문을 (기술적, 문화적 측면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이들이
별로 가치없는 지구라는 행성에 잠깐 들러 피크닉을 즐긴 것과 같다는 관점으로,
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그 기술적 절대우위에 따라
지구인들에게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기 조차 힘든 엄청난 보물이 되는 상황으로 그린 설정 자체가
센세이셔날하고 재미있다.
그러한 세계관 속에서 그들과의 조우나, 과학적 영감등의 일반적 SF의 소재를 따르지 않고
다시 한번 비틀어 그들의 쓰레기를 줏어 연명하며 그 업보로 자손에게 영향이 감을 감수하는
'스토커'들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역시 유니크함을 새겨 내세울 수 있는 러시아 SF 거장들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다.
원어로도 신조어에 신개념일 말들을 어렵게 구상하여 표현한 각종 쓰레기들과
'영역'내의 다양한 사물들의 이름들을 보면서 과연 어떤 것일까 상상해 보는 즐거움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닌가 한다.
결국 퍼스트 컨택트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가 맞게 될 현상 또한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에 대해 상상하여 해석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봤을 텐데 전혀 기억 안나는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 라는 영화의 원작이라니.
볼 때는 고통스럽지만 보고나면 너무나 인상적인
그의 영화를 다시금 꺼내 보아야 될 이유를 만들어준 고마움은 덤이다.
수십년 동안 SF 팬이었어도
최근의 SF 출간 러쉬는 낯선데.
그 봇물같은 작품의 홍수들 사이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