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광고엔가, 가족 사진을 찍느라 카메라 뒤에 항상 위치하여

어느 가족 사진에도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이야기한 광고가 있었다.

어느 가족을 뒤돌아 보아도 그러하기에 공감이 깊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사진집 <윤미네 집>의 복간본을 드디어 보게 되었을 때 그 광고가 떠올랐다.

 

요즘은 각종 스케일의 사진기와 캠코더가 보급되고,

그것들이 필름의 부담없는 디지털 기기화 됨에 따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어

아이들의 모습이나 성장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간편해졌다.

돌잔치 같은 곳을 가보면 어마어마하게 정성을 들인 부모들의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록과 정성이 10년, 20년 넘게 가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바빠지는 일상에 따라 의지 또한 조금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

 

먹고 살기도 바빴던 시절이라 불리는 60년대 초.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 사진가로서의 저자가

맞딸이 태어나 집에 오던 순간부터 시집을 가서 품을 떠나게 된 순간까지의 모든 기록을 담은 사진집이

아버지로서의 일반적인 모습과 사진이라는 매체 혹은 기기의 모습의 저 두 가지 단상을 떠올려 볼때

참으로 소중한 작업이고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것은 그래서 특별하다.

 

내 어린 시절보다 조금은 전 시대의 모습.

엄마와 아이. 아내와 딸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가족이 이사간 장소에 따라 그대로 드러나 있는 모습..

가족에 대한 사랑이

사진 앞, 카메라 뷰파인더 뒤에 숨어 있을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에도

사진집 전체를 보다보면 너무도 뭉클하게 보여서 감동적이다.

 

복간됨과 동시에

저자가 생전에 작업해 두려 했던 아내의 사진 모음이 같이 실려 있는데

역시 사랑이 묻어나는 그 모든 작업들..

나를 한번쯤 뒤돌아 보게 하는 사진들이다.

내가 가족과 타인에게 어떤 정성과 사랑을 쏟고 있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감동 휴먼 다큐 '울지마 톤즈'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증보판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착한 이야기를 쉽게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이야기와 그 이야기 속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그러한 일을 행하고 펼치고 있겠지만

원체 삐딱하여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동화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저 씨닉하게 냉소만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니나,

진심으로 동화되어 그 이야기와 함께 웃고 울는 경지에는 잘 이르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로서는 아직은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종교가 개입될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그런 종교나 세속의 착함을 초월한, 진정한 선의지를 느낄 수 있을 때는

당연히 감동받게 마련이고 깊게 깨닫게 되는데.

고 이태석 신부가 자근자근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가 남기고 떠난 아이들의 눈물이 바로 그러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수단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의료와 선교 봉사를 함께 하면서

미약하나마 그들의 삶을 보다 낫게 해주고

그러한 진전에서 하느님의 은혜를 깨우치는 신부님.

그 은혜는 지극한 선의지와 그에 감화하는 수단 사람들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는다.

세상의 숱한 악인들을 놔두고 왜 이런 분이 일찍 세상을 등져야 하는지.

착한 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 신이 일찍 데려가신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것이 너무도 원망스럽기 까지 하다.

 

그렇지만 작은 활동과 그것을 그린 다큐 하나가 세상에 남긴 파장은 작지 않고

그 파장이 널리 퍼져 더 큰 선으로 돌아오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 안에 작은 힘을 보태리라 다짐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팔레스타인..

뭐가 문제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 해결 방법이 안 보이는, 풀리지 않는 고리와도 같은 문제다.

이제 우리 나라에도 조금씩 부족하나마 그쪽의 사정이 이러한 책들을 통하여 조금씩 알려지고는 있으나,

드센 기독교 문화에,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의 시각에 영향 받고 있는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이스라엘은 성지 순례의 나라이며,

팔레스타인 문제는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 조 사코의 시각과 인상과 생각도 처음에는 그렇게 이러한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정신없고 지저분하고 시끄러우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

위험하기까지 하며 끝없이 분노하고 가난한 지방.

어느 테러 기사를 읽고서는 자신 역시 분노하여 그들의 입장과 행동을

어떠한 시각 아래 단정지은 채 고정시켰던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문제들이 그와 관련이 있거나 관심을 끄는 문제도 아니었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 중 특히 여성에 끌리는 일반적인 미국의 젊은 남성 청년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로 맘 먹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가운데로 (무서워 떨며)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주 크게는 아니더라도 그의 인상과 생각을 조금씩 바꿔놓기에는 충분했다.

대단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조그마한 아이들부터 나이든 노인들까지

그들의 투쟁하고 싸우고 저항하는 이유는 그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였다.

때로 지쳐 체념한 이들도 있으나 그들은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나, 한편으로 숭고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인터뷰했던 어느 한 할머니의 말처럼,

많은 서방인들이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리포트하고 알게 되었으나

현실에 뭔가 바뀌어 적용되는 것은 체감될 정도의 무엇이 없다.

미국, 혹은 미국 안의 유대인들과 전세계의 유대인들의 연대 네트워크를 업은 이스라엘의 군사력 앞에

난민으로 전락한 힘없는 팔레스타인들이 할 수 없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저항과 비폭력의 호소, 그리고 테러 뿐인 것이다.

아랍인들과의 연대는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골치 아픈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너무도 귀찮아져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지만 사형제도 찬반론과 같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대입을 위한 논술 시험 준비할 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적극적인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고민하고 생각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할 때

뒤이어 행동으로 나올 수 있는 실천력이 준비되는 것.

조금씩 접하게 되고 알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조금씩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자.


이 책은 그러한 과정 중의 하나로 소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아껴놓았던, 책벌레들의 동반자와 같은 책을 꺼내다.

나도 꽤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주변에 그러한 친구들도 많지만

끼리끼리 모여서 가끔씩 얘기하면서도 웃고 넘기곤 했던 많은 에피소드들과 버릇들.

그 얘기들을 몸소 평생 가족 안에서 겪으며 (얼마나 행복한가!)

살아온 이가 자신의 이야기로 집대성하여 들려준다.


배우자와 서재를 합치며 배열에 대해서 티격태격하는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두 부부가 만났을 경우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 에피소드는 참 공감이 간다.

그 외에도 무조건 반사와 같은 교열 이야기나,

책을 어느 정도로 다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취향 이야기.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기쁨 이야기.

자신만의 책 이야기나 자신의 글을 쓰는 이야기.

헌책방을 찾아다니면서 옛 책을 찾아내어 사는 이야기나

책을 선물하면서 내지에 남기는 짧은 글을 쓰거나 찾아 읽는 이야기와

자신만의 펜 이야기.

낭독하는 기쁨이나 그를 쓰기 위하여 글을 따오는 이야기들..


새롭지는 않다.

십 몇년 전 책을 사러 헌책방을 다니면서 밤을 새워 책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과

나누었던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덧붙일 수도 있다.

책을 구입하고 비닐이나 종이로 싸야 할 것인가, 그냥 표지 질감 그대로 둘 것인가.

밑줄을 치는 것이 괜찮은가, 괜찮다면 어느 펜이 제일 나은가.

헌책의 값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책을 배열할 때는 어떤 방식이 좋은가.

책장을 어떤 식으로 집에 설치해야 많은 수납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다.


이 책의 저자인 패디먼은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가족에서 태어나 그러한 남편을 만나서

계속 그러한 삶을 살며 직업까지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이러한 이야기를 써내어 책으로 낼 수 있었던 것이 조금 부럽다.

나 역시 이런 글들은 언젠가 쓴 적도 있고 정서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친구 중에는 책을 이미 낸 친구도 있고..

많은 부분에 대한 선수를 뺏긴 듯 하여 약간 약오르기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종이로 된 문자 텍스트를 좋아하는 것이 별종이 되어 가는 시대에

고수급 동지를 만난 기쁨이 더 크다.


아껴놓았던 보람이 있었던, 한번에 읽어내릴 수 있는 즐거운 책.

이 책의 저자도 그렇지만 내 책장의 한 켠에도 책에 대한 책을 모아 놓은 공간이 있다.

거기서 이 책과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또 다른 책.

이제 <젠틀 매드니스>에 도전해 볼 때가 된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야금야금 곶감 빼먹듯 읽어가던 제프리 디버의 책이 거의 다 떨어졌다.

새로운 작가를 시작해야 하는데 선택한 작가는 마이클 코넬리.

평도 좋고 기대도 되어 곶감을 많이 쟁여 놓았고

드디어 그의 대표 시리즈인 보슈 시리즈의 첫권으로 조우를 시작했다.


중세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

몽환적이고도 복잡한 환상적인 그림 세계를 가진 이의 이름을 딴 형사.

그러나 그의 성격은 그렇게 환상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하드보일드하고 거칠다.

그 이유는 그가 살아왔던 삶에서 유래하는데 시리즈 첫권인 이 책에서는 베트남 전쟁 이야기가 등장하며,

아마도 계속적으로 조금씩 드러나리라 추측된다.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며 무척 끌렸던 화가이자 그림들인데,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보쉬와 보슈의 연관성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책의 제목인 검은 메아리는,

땅굴맨 출신인 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데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베트콩들의 땅굴로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어떤 상황을 가리키지만

이 책 전반에 흐르는 뭔가 음울하고 어두운 그림자에 어울리는 반향의 그림자를 내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보슈 형사가 자신의 이름을 원래의 발음이 아닌,

anonymous 에서 따서 히에로니머스로 불리우길 원하는 것도

그 검은 메아리와 음울함 속에 스스로 익명으로 남으며 흔적없이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


엘리트 형사에서 좌천된 보슈가

거친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살인 사건은 그의 과거와 연관된다.

그리고 그 수사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들과 파트너를 만난다.

파트너와 함께 하나씩 사건을 헤쳐나가는 과정은 찬찬하지만 치밀하다.

하나하나 진실에 다가가면서도 로맨스와 여러 가지 뒤섞인 감정들이 나타나는

보슈의 내면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은 독자로서 매우 흥미있고 재미있다.

드디어 결말에 이르렀을 때

예상되었던 결말과 반전, 그리고 또 한번의 반전이 드러나는데..

일반적인 반면뿐 아니라 애잔하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마지막을 확 끌어당긴다.

왜 이 시리즈가 베스트셀러인지 알만하게 해주는 마지막 챕터.


팬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