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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팔레스타인..
뭐가 문제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 해결 방법이 안 보이는, 풀리지 않는 고리와도 같은 문제다.
이제 우리 나라에도 조금씩 부족하나마 그쪽의 사정이 이러한 책들을 통하여 조금씩 알려지고는 있으나,
드센 기독교 문화에,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의 시각에 영향 받고 있는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이스라엘은 성지 순례의 나라이며,
팔레스타인 문제는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 조 사코의 시각과 인상과 생각도 처음에는 그렇게 이러한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정신없고 지저분하고 시끄러우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
위험하기까지 하며 끝없이 분노하고 가난한 지방.
어느 테러 기사를 읽고서는 자신 역시 분노하여 그들의 입장과 행동을
어떠한 시각 아래 단정지은 채 고정시켰던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문제들이 그와 관련이 있거나 관심을 끄는 문제도 아니었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 중 특히 여성에 끌리는 일반적인 미국의 젊은 남성 청년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로 맘 먹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가운데로 (무서워 떨며)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주 크게는 아니더라도 그의 인상과 생각을 조금씩 바꿔놓기에는 충분했다.
대단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조그마한 아이들부터 나이든 노인들까지
그들의 투쟁하고 싸우고 저항하는 이유는 그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였다.
때로 지쳐 체념한 이들도 있으나 그들은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나, 한편으로 숭고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인터뷰했던 어느 한 할머니의 말처럼,
많은 서방인들이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리포트하고 알게 되었으나
현실에 뭔가 바뀌어 적용되는 것은 체감될 정도의 무엇이 없다.
미국, 혹은 미국 안의 유대인들과 전세계의 유대인들의 연대 네트워크를 업은 이스라엘의 군사력 앞에
난민으로 전락한 힘없는 팔레스타인들이 할 수 없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저항과 비폭력의 호소, 그리고 테러 뿐인 것이다.
아랍인들과의 연대는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골치 아픈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너무도 귀찮아져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지만 사형제도 찬반론과 같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대입을 위한 논술 시험 준비할 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적극적인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고민하고 생각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할 때
뒤이어 행동으로 나올 수 있는 실천력이 준비되는 것.
조금씩 접하게 되고 알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조금씩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자.
이 책은 그러한 과정 중의 하나로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