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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책 속의 그녀 ‘카로’의 우울증 극복기…
심하고 덜 심하고의 차이일 뿐 여자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갈 만한 이야기다.
특히 나는 카로를 보면서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느닷없이 나를 덮치면 맥이 탁 풀리면서
수 만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뇌를 잠식시킨다.
도저히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고
잘못하고 실수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만 떠오르면서 손도 까딱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해 지면서 우울의 늪으로 빠져드는 경험…
카로 같이 숨을 쉬기 힘들 만큼의 불안장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쩜 여자 맘을, 내 맘을 이렇게 잘 집어낼 수 있는지 사라 쿠드너라는 작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27살 파트타임 직업으로 생활하며 남자친구와 불행한 연애를 끝낸 그녀는
스스로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불안장애를 겪기 시작하고
심리치료와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건지
이 매듭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험난한 길을 떠나는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삶에서 사랑을 때어놓고 살아갈 수 있을까?
카로의 마음은 사랑에 오랜 시간 상처받아왔다.
27년간 곪고 있던 상처가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계기로 터져버린 것이다.
삶을 지탱하고 있던 팽팽한 끈이 전부 끊어져 버린 카로는 불행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언제든 그녀를 위해 달려와 줄 친구와 이젠 자식을 사랑 할 줄 아는 엄마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있을 무렵
사랑에 상처받고 이젠 사랑을 믿지 않으며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카로는 그 사람과 연인이 되고 싶지만, 그는 절대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카로는 그를 쿨~하게 떠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할! 삶을 살아갈 힘을 내기 시작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절대 우울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울증 치료는 장기전이다.
나아진 것 같다가도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가는 패턴을 반복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 할 순 없으니 어떻게든 스스로 이겨내야 하지만
이젠 병원의 도움을 받는 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 필요한 때다.
책 속의 심리치료사의 말처럼 ‘지옥을 아무런 대책 없이 통과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으면 당연히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울증 치료제는 먹는 것도 꺼리고 먹게 되어도 얼른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 병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신경정신과 진료나 심리치료가 아직은 많이 보급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홀로 우울증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카로’들에게, 나에게
‘고민하지 않는 것, 도움은 받고 책임감은 버리는 것,
현제 상태에 만족하는 것…이제부터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348p 라는 그녀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