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뭐든 잘 잊게 된다고…

바닷가의 모든 날들 - 둘리틀과 나의 와일드한 해변 생활
박정석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연장된 유년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 여행길에 만난 사람에게 전해들은,
그 사람의 고향인 동해시 어달동으로 무작정 떠났고
그곳에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단다.
그렇게 난생 처음 시골 생활은 시작된다.
바다가 코앞인 집에서 파도소리, 벌레소리, 바람소리가 사방에 가득한 곳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마당 그늘에서 낮잠을 즐길 수 있는 평화로운 일상이 있는가 하면
헤엄칠 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바다에 빠진 꼴처럼 필사적으로
시골생활 적응기가 시작된다.
동물을 키우고 텃밭을 일구고 집안을 고치는 등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너무나 많은 고민과 잊고 싶은 기억에 질식사 할 것 같은 일상에
그녀의 삶은 30억짜리 로또에 당첨된 사람보다 더 부럽다.
당장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좌충우돌, 엉뚱하고 황당한 시골 생활기에 웃다가 보면
그녀의 글에서 묻어나는 편안함에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아주 느리게 느리게 읽었다. 책으로나마 내 마음이 잠시 쉴 수 있도록...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것처럼 항상 파도 소리가 들리는 그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는 그곳에서 잠깐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그곳에서는 뭐든 잘 잊게 된다는 그녀의 말에 더더욱 그곳으로 가고 싶다. 
  

지금 이 시간, 그리고 공간은 완벽하다. 어떤 기록 장치로도 이 느낌을 기록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기온, 시간, 바람, 어둠의 농도, 달빛의 명도, 배부르고 술에 취한 정도…  … . 이 모두가 정교하게 맞춘 듯,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만큼 그렇게 적당하다.255p    

그녀의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듯 하다.  

물론 항상 완벽한 생활은 아니다. 눈이 많이 오면 일주일씩 고립이 되기도 하고
겨울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 만큼 끔찍하다고 한다.
마당을 가꾸고 동물들 관리까지…팔자 늘어지게 편한 생활은 아니지만…그녀가 부럽다. 
정말 작고 작은 일에, 내가 살아있음이 눈물날 만큼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삶을 동경해왔다.
그건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겠지만…
그렇게 ‘완벽하게 적당한’ 곳에선 내가 바라던 삶이 가능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의 실체는?

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악마의 바이올린이라 불리는 악기와 살인사건이란 줄거리를 보고
책을 읽는 동안 악마의 실체가 무엇일지,
천제 바이올리니스트를 죽인 것은 누구인지 무척 궁금했다.
책을 읽는 동안 증정품 CD안에 수록된 파가니니의 음악에 반했고
작곡가이자 연주가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글 솜씨에 한 번 더 반했다.
파가니니의 음악과 악마의 악기라고 불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에 대한
상식 공부까지 되는 일석이조의 소설책이다.
가끔 파가니니의 음악을 들을 때면 이걸 사람이 연주하라고 만든 곡이 맞나? 싶을 만큼
기교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는데
파가니니는 기형적으로 손이 크고 긴 마르판 증후군을 앓았다고 한다.
파니니가 작곡한 음악들을 발표할 당시엔 자신의 곡을 연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믿어졌다.
증정품 CD안에 수록된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와 카프리치오 1-24는 지금 TV광고 음악으로 하루에 몇 번씩 듣는 곡이다. 두곡 다 기교가 돋보이고 아름다운 곡이다.
(파가니니의 다른 곡도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카프리치오 1-1은 빨리 감기로 듣는 것 같은 현란한 기교가 놀라운 작품이다)
외모도 음악적 재능도 놀라운 바이올리니스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 사건을 풀어가면서 파가니니와 악마의 바이올린에 대한 저주가 하나씩 밝혀지는데
마지막이 가까워 올 때까지 살인자의 윤곽은 희미하다.
그녀가 살인을 당할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악마의 짓인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내 예상을 완전 빗나간 결말에 잠깐 멍~해지기도 했다.
진한 여운을 남긴 마지막은 다음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책 내용 중 김연아 선수 덕분에 유명해진 ‘죽음의 무도’가 소개된다.
이 곡은 새벽이 밝아올 때 까지 해골들이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뼈를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실로폰으로 그 소리를 표현) 춤을 추는 장면을 묘사한 곡이라고 한다.
이런 내용을 알고 음악을 다시 들어보니 춤을 추는 해골들이 연상된다. ^^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는 유명한 연주가 이름이 나올 때 사라 장의 이름을 발견하는 깜짝 재미도 있는 책이다.)

[100자평] 순수다이어리vol.1pd-0002(빨강)

순수다이어리vol.1pd-0002(빨강)
디자인 얼쑤

용돈기입 할일 기록란 등 잘 쓰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잉크가 잘 안 말라요 번짐

[100자평] 건망증 BAND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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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다이어리에 딱 맞아요 너무 헐겁지도, 너무 짱짱하지도 않고 딱입니다.

그 특별한 비밀이 뭘까요?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 2009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6
인그리드 로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월

  

어릴 때 갑자기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때가 있었다.
그럴때면 진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같은 슬픔에 사로잡혀 혼자 막 울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만큼 부모님의 품이 중요한 시기인 때 주인공 밉스의 아빠는 교통사고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다리면 13살 생일을 앞두고 말이다.
밉스의 가족에겐 특별한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조용한 시골에서 화목하게 살아가던 밉스의 가족은 아빠의 사고로 인해
큰 슬픔에 빠지지만 아빠를 살려야 한다는 그 마음으로 온 가족은 하나가 된다.
특별한 비밀을 하나씩 갖게 된다, 그것은 바로 초능력!!!
초능력이 생긴다고 무조건 기뻐할 일은 아이다.
그 초능력을 제어 할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3살이 지난 밉스의 오빠 2명은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어 할 능력이 부족해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간다.
초능력을 그만큼 잘 부린다는 건 식은 죽 먹기가 아니었다. 외줄타기만큼 어려웠다…어른이 된다고 손쉽게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148p 
 

주인공 밉스는 아빠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배달 버스에 몰래 올라타 아빠가 계신 병원으로 무작정 떠나는 모험을 시작한다.
그 모험 속에서 자신만의 능력을 알게 된 밉스는 처음 사랑이란 감정도 느끼게 되고
밉스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너를 좋아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을 기다려 달라고 얘기 할 줄 아는 멋진 소녀로 성장한다.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순수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지켜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아주 특별하게 빛나도록 해야 해”148p 라는 엄마의 당부처럼 밉스 남매 모두 세상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아름답게 펼치며 살아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