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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쓴 프랑스 소설 ’나가사키’
프랑스인 작가가 쓴 소설 속 배경은 일본, 주인공은 중년의 싱글남.... 프랑스 작가가 그린 일본의 모습은 어떨까?! 라는 호기심과
아주 황당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한 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무척 즐거웠다.
1년동안 남의 집 벽장에 숨어 산 여자의 이야기라니! 그 속에 감춰진 진실들,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사연 등이
정말 궁금해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첫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예상과 많이 다른 분위기에 당황스러웠다.
무척 건조하고 간결한 분위기... 주절주절 말이 많은 주인공도 싫지만... 독자에게 너무 말을 아끼는 주인공도 싫다.
이 책의 주인공은 후자다.
일찍이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56살의 독신남의 집에 가진거라곤 살명서 얻은 상처와 멍뿐인 여자가 우연히 들어와 벽장에 숨어 1년간 주인 모르게 살다가
집안 공기의 변화 물건이 종종 없어지는 걸 수상하게 여긴 남자가 주방에 설치한 감사 카메라에 여자가 찍히면서 1년간의 이상한 동거는 끝난다.
사람이 얼마나 둔해야 자기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있는 걸 모를 수 있을까? 그 여자는 왜? 남의 집에서 몰래 숨어 살았던걸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뿌리가 같아 생과 사를 함께 한다는 대나무 이야기는 꼭 그들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른 존재지만 너무나 외롭고 쓸쓸한 삶이 닮은 그들.... 만약에 그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서로의 삶에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참 독특한 느낌의 소설을 만나게되어 기쁘다.
프랑스 소설은 몇번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 묵직한 느낌이 다른 영미소설이나 일본소설과 확실히 구분되는 게 참 매력적이다.
절제된 문체가 매력적인 소설이라지만....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 여자는 결국 어떻게 되었다 라는 마지막을 기대한건 아니다
나는 다만 그들의 삶을 대충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얻길 바랬으나 독자 스스로 생각해야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수 많은 궁금증과 질문들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해결된 질문은 몇 개 되지 않네...
그렇다면 이 책을 재미없고 시시한 책으로 결론 지어 버릴 수 있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참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