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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의 비밀노트 ㅣ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필립 라브로 지음, 조재룡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0년 4월
평점 :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을 살아가는 소녀 스테파니는
자신만의 비밀노트에 모든 속마음을 다 털어 놓는다.
그녀에게 학교는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이고
부모님은 비열하고 천박한, 어디 하나 믿을 구석이 없는 인간들일 뿐이다.
주변인들만 문제인가? 스테파니 자신도 14살…친구들은 전부 생리를 시작하고
이제 여자가 되었다고 말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 생리를 시작하지 않은 스테파니는
내가 여자인가? 어린아이인가? 놓고 고민과 혼란스러움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러다 친구의 아픈 동생(스테파니는 그를 ‘다른 애’라고 부른다.)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된다.
새로운 친구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그럭저럭 살아가던 중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 아이가 억울하게 퇴학을 당하는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스테파니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추가되고
그렇게 더욱 비틀거리던 스테파니를 완전 쓰러트린 사건이 터진다.
그녀는 짐을 싸고 무작정 길을 떠나는데……
그녀가 가출을 결심하고 ‘다른 애’를 찾아가 함께 가출을 하자고 말한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있던 그는 스테파니에게 자신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네가 당장 죽을 것처럼 아파도 죽어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 아픔은 별것 아니라는 충고를 한다.
“네가 지금 앓고 있는 문제들은 가출한다고 그냥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야.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반드시 가출하면서는 아니거든.
네가 원하는 걸 발견해야 하는 곳은 너의 외부가 아니라 바로 네 내부에서야.
고속도로 주변을 서성이며 오토 스톱을 하면서가 아니라,
눈을 감고 너 자신을 돌아보면서야.”220~221p
하지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이 답답했던 그녀는 어릴 때 자신을 돌봐주었던
유모의 시골집으로 가출을 감행한다.
프랑스 교실의 풍경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에 83년도 쯤 집필되었기 때문에 유선전화, 카세트테이프가 자주 등장한다.
재미있었다. 국제적으로 존재하는 변태들의 얘기도 재미있었다.
제일 재밌던 부분은 역시 스테파니의 변화와 성장이었다.
이 책은 초판 서문과 2007년판 서문 두 가지가 실려 있다.
두 가지 서문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프랑스 내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초판서문에는 스테파니(가명)는 소녀가 출판사로 자신의 일기장을 출판사로 보내왔고
작가 필립은 그 소녀의 일기장을 약간 다듬어 출판했음을 밝혔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대박이 났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청소년 문학부분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2007년 작가 필립 라브로는 충격고백을 한다.
사실 이 책은 스테파니라는 소녀의 일기장이 아니라 자신이 ‘쓴’ 책이라는 고백을…
프랑스 독자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는 쪽과
재밌다, 남성작가가 청소년, 그것도 소녀의 감정과 심리를 어쩜 그렇게 잘 끄집어 낸 건지 놀랍다는
두 가지 의견으로 시끌벅적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테지만…소녀의 일기장으로 만든 책이라는 게 흥행에 큰 몫을 했을 테니…
작가 필립 라브로는 황당한 사기? 사건을 만든 괴짜라기 보단 고도의 전략가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