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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타인과의 교류가 단절된 생활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곤 가족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난 인연 맺기에 무척 서툴다.
어느 책에선가 인연이란, 친구란 숲 속에 난 길과 같아서
부지런히 오가지 않으면 유지하기 힘들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난 그 부지런함을 귀찮아하고 어색해하며 놓쳐버린 인연이 부지기수이다.
가끔씩 운 좋게 닿은 인연조차 내 쪽에서 먼저 귀찮다고 끊어버리지만
요즘 들어 좋은 친구하나 있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그리고 진짜 인연 같으면 내가 귀찮아 연락을 하지 않아도
인연의 끈이 유지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뭐 이런 괴상한 억지를 써보기도 하는 요즘이다.
반 백년을 살아온 최인호 작가의 삶의 커다란 한 부분인 추억과 가족 인연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힘들게 살아온 학창시절, 가난했던 신혼 때 단칸방에서 글을 쓰던 시절
심한 갈등에 사로잡혀 글을 쓸 수도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잡지에 소설 연재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미국으로 떠났던 시절
그를 무너지지 않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었던 것들에 대한 고백들은
나에게 까지 힘을 주었다.

“우리가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일으켜주지 않는다.”
오래전 형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162p
내게도 인연인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것은
내가 힘이 들 때 위안을 주고 나를 일으켜 세워줄 누군가가 필요해서였던 것일까?
작가님의 형의 말에 뜨끔했다…결국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구나…
수많은 사람들 중 나의 가족이, 내 친구로 내 곁에서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소중함을, ‘억겁의 세월을 건너 나에게 온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내게 남은 숙제는 그 고마움을 느끼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표현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