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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더럽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노’와
아이큐 160의 지적 조숙아 ‘루’는 살아오는 내내 원 바깥의 삶이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자신을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외로움에
똑똑한 모범생이지만 가슴 가득 아픔을 안고 사는 소녀이다.
이렇게 서로 극단적이게 다른 듯한 두 소녀가 만나 우정을 나누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눈물나도록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아기를 잃은 충격에 엄마는 우울증으로 인한 무기력감에 빠져 살고
망가져 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빠는 딸을 자상하게 보살펴줄 여유가 없다
그래서 주인공 루는 늘 외로워했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는 취미가 생겼다.
기차역에서 아쉽게 헤어지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넘쳐나는 감정들을 지켜보는 취미..
그 곳에서 노숙을 하는 소녀 ‘노’를 만나게 된다.
노숙자에 대한 과제를 발표하기 위해 ‘루’는 ‘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노’를 통해 노숙자 문제, 그 어두운 절망들을 목격하게 되고
만남이 길어질수록 그 두 소녀는 아주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그 둘을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 똑같았다.
그렇게 서로를 믿고 의지 하면서 조금씩 루와 노는 친구가 된다.
세상을 우리보다 힘이 세기 때문에 세상을 바꾸겠다고 소망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지만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어 줄 친구 노를 위해
그녀를 원 안으로, 세상 속으로 데려온다.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할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곳의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루와 노는 큰 벽 앞에 놓여지고 만다.
아주 큰 상들을 많이 탄 작품이라 기대 컸습니다.
제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춘기는 먼 옛날에 지나온 사람이지만 아직도 오롯이 스스로 살아가는 것에 서툰 나는
‘그건 강해져야 할 게다. 용기를 내야 할 게다. 용기를 갖고 성장해야 할 게다.
혹시 용기가 없이도 성장해야만 할 게다. 라는 뜻이었다.’241p
누군가는 죽어가고 또 누군가는 살아간다.
삶은 언제나 룰 따위는 지키지 않고 달려가더라도
어떻게서든 성장해야 한다는 작가의 목소리는 아주 찡하게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