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시인 신달자, 그녀가 살아내야 했던 그 잔인한 고통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때론 피맺힌 절규로 써내려갔을 그 이야기들...
아무렇지 않게 그 인생을 듣고 있자니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삶이 그녀에게 정말 말도 안되는 고통의 짐을 꼭 작은 공 던져주듯
하나씩 하나씩 떠안겨 주는 광경에 잔인하기 그지없는 그 삶이 숨이 턱하고 막혔습니다.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 축복같이 23일만에 그는 의식을 회복하지만
그 행복을 맘껏 느낄 새도 없이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축복의 값은 엄청났습니다.

몸도 마음도 아이가 되어버린 남편..
그 남편 수발을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던 고단한 일상에
허리뼈가 부서져 누워버린 시어머니 병간호까지 해야 했던 그녀...

수천 번 수만 번을 벗어던져 버리고 싶었을 그 짐을 세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로
걸래처럼 너덜거리는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그녀에게 사치였을 자존심 따위 한쪽으로 치워두고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자신은, 자신의 인생은 없는 것처럼 오로지
아내와 엄마로써만 살아야했던 , 희생해야했던 그 눈물겨운 삶에
'아... 엄마는 못할것이 없구나'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결혼이란 게, 남남이 만나 부부가 되어 산다는 게 정말 이렇게 질기고 질긴 인연 이구나
그 징그러운 부부로써의 정이라는 것이 어쩜 절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이해할수 없는 것 이겠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24년간의 환자로 살아야했던 남편을 시인 자신이 암환자가 된 후 먼지만큼 이해하게 되었고
감사해서 눈물나는 시간을, 격렬함과 분노와 절규가 다 녹아내리는 그런 고요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시인의 고백은 코끝이 찡해오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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