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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지음, 정성호 옮김 / 한겨레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아무리 '이방인'이라도 주위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그것도 자기 때문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타이키'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병신 기린 한마리 때문에 개죽음 당한 시체의 산에게 명복을... 하긴 멀쩡히 살아서 시체의 산을 밟고,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가는 놈에게 동정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어머니는 우리가 태어나서 최초로 만나는 타인 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는 이방인이다. 우리는 누구나 외톨이지만 다가서려고 노력함으로써 '우리'가 되는 것이다. 주인공이나 타이키처럼 자신은 이방인이니까 라고 단정짓고 다가서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은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타이키는, 피상적이지만 나름대로 다가서려고 노력했고 진실로 다가서는 법을 찾아낸 요코와는 다른 존재이다. 그것이 기린의 한계일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최소한 하나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것 같다. 누구나 수긍할 수있는 진짜 이방인을 만들어내었으니... 12국기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보다는 시귀를 추천한다. 형편없는 표지와 제목 때문에 지하철에서 보면서 쪽팔일 일도 없고 시귀쪽이 훨씬 재미있으니까. 12국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타이키에대한 사랑(?)에 확신이 있는 사람만 보길 바란다. 타이키가 시체로 산을 쌓더라도 무사귀환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말이다.
아니면 본인처럼 타이키가 행복한 웃음을 지을때마다 '시체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주제에 잘도 행복한 웃음이 나오는군'이라고 분노하여 12국기의 감상에도 해가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