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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평점 :
"... 솔직히 모르거든요. 쌍용자동차에서 나오던 코란도하고 무쏘, 그리고 체어맨? 그리고 어느 날 이명박 정권 초기에 그 사람들 무지무지 깨지던 걸 뉴스에서 본 게 -다예요. 제가 이상한 것은요. 다른 데도 다 해고되는데 왜 유독 여기 사람들만 이렇게 죽느냐는 거예요. 다른 노조도 다 깨지고 진압을 당하는데 왜 여기 사람들만 이렇게 죽어 가느냐고요?" -의자놀이 中
나도 그랬다.
쌍용자동차라고 아는 건 자동차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 뿐 이었다. 그러던 중 올 초에 한겨레21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그때도 솔직히 남의 일이였고, 내 관심은 한진중공업 파업에 더 쏠려서 그쪽 정보만 뒤지고 있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는지 의문만 가질뿐. 그게 자살이었는지도. 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이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부끄럽게도 쌍용자동차 파업이 올 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싸워 온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쌍용자동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없었더라면 이 책을 사지도 않았겠지...
공지영이라는 이름과 쌍용자동차라는 내용이 만나는 순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아마 작가도 이런 저런 비난 언론에 가려져 수면 아래 있던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과감히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수면 위로 끌어 올리려고 했던 것 같다.
거기에 소설이 아닌 이름도 생소한 르포르타주를 이용했다.
어떤 평론에서는 르포르타주라고 하기에 짧은 기간과 빈약한 정보력을 비판했지만, 전반적 내용을 보면 그럴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금은 감성에 치우친 르포르타주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이 쉽게 다가왔을 뿐만아니라 이야기의 설득력은 더 강하게 와 닿는것 같았다.
『의자놀이』책을 덮은 순간.
그녀의 '도가니'를 읽을때 만큼 화가나고 가슴한켠이 답답했다.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이 정부에, 그동안 무관심했던 내 자신에게....
★르포르타주(reportage)
= 기록문학
방송, 신문, 잡지 따위에서 현지 보고나 보고기사를 이르는 말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현실의 사건과 사실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기록하는 문학형식
"의자놀이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하던 그 놀이. 의자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덜 놓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 행동이 굼뜬 마지막 두 명은 엉덩이를 부딪치며 마지막 남은 의자를 차지하려고 하고, 대개는 한 명이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말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마지막 순간이 되면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친구를 밀어버리고 내가 앉아야 하는 그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이 거대한 노동자 군단에게 사람 수의 반만 되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마치 그런 놀이를 시키는 것 같았다. 기준도 없고, 이유도 납득할 수 없고, 즐겁지도 않으며, 의자를 놓친 자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그런 미친 놀이를... " - 의자놀이 中-
2009년 부당하게 해고 당한 2,646명.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길바닥에 나 앉게된 청년들과 가장들. 그리고 뒤따르는 경제적 고통.
대한민국의 노동자로서 그들의 파업은 당연한 일이었다.
77일간의 옥쇄파업.
그곳은 전쟁터였다. 국사교과서에서나 볼 듯한 일들이 일어났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들 뿐이었다.
이 정부에 들어 80년대로 회귀했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쌍용자동차의 파업현장의 모습은 정말 그러했다.
용역깡패들의 무차별한 진압과 어디서 들어 본적도 없는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쌍용자동차는 경기도 경찰청의 신무기 실험소가 되어버린듯 했다." -의자놀이中-
고무총(총알이 고무공이라는데 서있는 사람을 쓰러트릴정도의 위력이란다), 테이저건(전기총),볼트를 이용한 새총, 헬기사용(저공비행으로 심리불안 촉진 및 수면방해), 다목적 발사기, 최루액(10년이상 묵혀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최루액), 컨테이너가 매달린 크레인(용산참사때 이용)등을 사용한다
뿐만아니라 비인간적인 행동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파업하던 사람이 죽어 추모하는 곳에 흥겨운 노래를 틀거나. 의료진 진입을 막고, 단전 단수로 사람다운 생활마저 차단한다.
그들은 파업내내 사람이 아니었다.
또 한때는 동료였던 이들이 둘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한 가정을 지키고 살아가기 위해 해고되지 않은 사람들은 공장의 뜻에 맞추어 해고된 동료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욕설을 해야만하는 그들의 모습...... 차라리 용역깡패나 경찰들이였더라면 마음놓고 욕하고 비난 할 수 있겠지만, 공장에 남은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못하는게 아니기때문에 가슴아프고 한편으로는 화가났다.
해고당한 죽은자와 공장에 남은 산자로 표현된 그들의 모습은 형태를 알 수 없는 쌍용자동차의 유령에 의해 조종당하는 인형의 모습같았다.
그런 온갖 고생을 했음에도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정권과 여론, 언론들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들의 편은 아무도 없었음에 더 절망했던 것이다.
보잘것 없는 나 한사람이지만 조금만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고, 가슴이 아팠다.

"이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거 아시죠? 이 사람들도 나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보수층이었다는 거 아시죠? 사장이 오늘 당신을 해고한다고 해서 대드는 순간 불법이란 거 아시죠? 아시죠? 네?" - 의자놀이 中-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대한민국 상위 1%를 제외하고는 모두 '노동자' 라고 했다.
누군가는 쌍용자동차 파업이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야 라고 말하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대한민국 상위1%가 아닌 이상 언제 이런 일들이 나의 가정에 닥칠지 모른다.
함께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야할 부분은 분명하게 개선해야한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모두가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갖는다면 쌍용자동차해고 노동자들에게 더 크게는 우리 모든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자살이 쌍용자동차 문제의 가장 큰 본질처럼 변해버렸다. '먹튀'를 방조한 국가권력, 산업은행, 그리고 기술 유출을 무죄를 선고한 무성의한 법원, 약솔을 지키지 않은 회사....." - 의자놀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