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휴가 되면 꼭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고 싶어진다.

처음에는 가볍게 읽고 싶은 추리소설이 생각나서 읽게 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우연히 책을 집게 되고 또 어떨 때는 드라마를 보고 원작을 찾게 되고 그러다가 이제는 '연휴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듯 하다.


이번 설 연휴에 읽은 책은 "공허한 십자가"이다.


작년에 읽은 '백쥐와 박쥐'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자식을 잃게된 부모,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헤어짐, 그리고 난데없는 전처의 피살 그리고 21년 전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만나는 접점까지... 인과관계없이 발생한 하나의 사건은 타인의 이야기와 연결이 되고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속죄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가?

법의 심판, 사회적 약속에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약속의 형태가 아닌 방법도 가능한 것인가?


속죄라는 단어의 의미상으로 속죄는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인가, 아닌가의 차이이고 이 차이에 따라 겨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닐까 나 혼자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가지 소설 속의 대사를 보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있다.

속죄가 필요한 사람이 느끼는 합리화는 매우 매력적이고 달콤하다는 것이다.


아래에 메모해두는 대사는 후미야가 한 것이 아닌 하나에가 한 말이고 전반적인 소설의 맥락 상, 사실 합리화라기 보다는 절규에 가깝다.

남편은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작은 생명들을 구하고 있어요. 그래도 남편이 지금까지 속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세요? 교도소에 들어가도 반성핮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 사람이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아무런 무게도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남편이 지금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그렇지 않아요. 너무나 무거워서 꼼작도 할 수 없는, 무겁고 무거운 십자가예요. -----(중략)-----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공허한 이야기이며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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