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개정판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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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짚어 계기는 의무감이었다.

이 책이 매우 유명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었음에도 왠지 모르겠지만 낯익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책을 들었을 때 책에 뭔가를 흘린 흔적(아마도 커피이겠지..)을 보고 당황을 한 건 이러한 이유였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건가? 누구에게 빌려준 기억은 없으니 내가 흘린 것일텐데...
도대체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고 책 자체가 낯설었다.

이런 것이 문제이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내가 읽은 적 조차도 없었다고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야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아.. 읽어보았던 글이구나...’
정확한 모든 내용이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 글의 정서와 느낌,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

아름다운 글을 읽고 있다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김훈 선생님의 글은 참 아름답다. 
눈동자가 읽어내리는 묘사와 그 눈동자를 통해 느끼는 감정과 정서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볼 수 있을까?  어느 만큼의 내공이 있어야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보통의 묘사가 아니라 감정이 투영되어 있는 묘사는 참으로 서글펐다. 
이 책에서는 그게 더 강했고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고.. 그래서 슬펐다.
소설이 말하고 있는 하나 하나의 문장이 그랬고, 소설 속 하나 하나의 상황이 그랬다.
상황에 대한 묘사는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다가 곱씹을수록 절망스러웠고 아팠다.
정서에 대한 묘사는 바로 절망스러웠고 아팠다.

어쩌면 과거라면 나도 그랬을지도 모르는 모르는 조선 문관들의 현실 판단과 이해는 절망스럽다 못해 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비상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예법을 따지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보고, 대꾸, 변명, 그리고 주장들..
본인이 짜놓은 법에 맞지 않는 현상들을 애써 외면하고 그 현실 자체가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하는 현실... 그래서 나오는 무능력.. 
그 당시의 임금과 그 신하들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민폐였다.

전쟁을 글로만 경험해본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까?
그러한 사람들의 전쟁은 여전히 글로만 존재하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이 전쟁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에 휘둘리는 보통의 사람들은 무슨 죄일까?
글과 이미지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현실에서 보통의 사람들의 희생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심지어 역사에 책임을 지지 않을려고 죽음까지 불사하는 노관들의 모습에서 비장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비겁함만이 남아 있었다. 죽음이 비겁함으로 보이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오는 서날쇠의 모습은 슬프면서 웃기다.
비상상황에서 나라의 힘이 아닌 개인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고 살아남은 자의 현실적인 소소한 기대는 나라를 생각한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대비하여 ‘이게 현실이다.’라고 일침을 놓는 듯 하다.

우연한 상황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요즘의 상황이 떠오른다.
하루가 멀다하고 속보가 쏟아지는 요즘의 상황...
이 정도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관심과 기대, 그리고 우려를 집중적으로 받아본 적이 있을까?

여전히 불행한 것은 우리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끼리만 해결을 할 수 없다는 상황이고 위안이 되는 것은 옛 역사보다는 훨씬 나아보인다는 것이다.

새삼 느끼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이구나...”

참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나중에 또 읽을 때는 확실하게 우리는 좀 더 나아가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람과 동시에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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