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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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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산업화를 거치면서 인류는 석유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현대 문명을 일구어 왔다. 지식 정보화 시대지만 여전히 현재 인간의 삶은 알게 모르게 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살림을 꾸려간다. ‘악마의 눈물’이라고도 말하는 석유는 인간의 탐욕을 부추겼고 지난 1세기 반 동안 ‘검은 황금’에 눈이 멀었다. 그러는 동안 인간은 지구가 스스로 정화하지 못할 만큼 오염 물질을 배출했다. 이젠 지구의 운명마저 위태로워졌다. 지구 생명체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지 수석 보도기자로 활동 중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석유종말시계』에서 화석에너지 시대가 저무는 21세기 미래생활을 가상으로 그려낸다. 앞으로 최소 10~20년 내에 유가가 1갤런 당 2달러씩 점차 상승하면서 -어림잡아 1갤런을 4리터로, 1달러를 1,200원 정도로 환산해 볼 때, 1리터당 600원씩 상승하는 상황- 인류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에너지 위기상황을 가정하여 미래상황을 묘사한다.

 

저자는 유가가 앞으로 오르면 올랐지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이르렀고 인도, 중국 등의 경제 성장과 맞물려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기존 석유 기반시설의 노후와 석유 생산비용마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뒤 저자가 프롤로그에 밝힌 대로 유가 인상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사고 실험을 펼친다. 유가 상승은 앞으로는 지금처럼 살 수 없다고 인류에게 변모를 꾀하라고 압박할 것이라 말한다. 의식주는 물론이요 가족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전방위에 걸쳐 일어난다. 때론 건강한 생활을 누리는 등 좋은 변화도 있지만 항공 산업이 사라지는 등 충격적 변화도 보게 된단다.

 

하지만 저자가 그려본 석유 이후 시대 모습 중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며 몇 가지 간과한 부분도 있다. 먼저 차세대 전력망 체계로 주목받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업체로 유태인 출신이 설립한 기업 ‘베터 플레이스’를 부각한 점은 의아스럽다. 저자의 성(姓)으로 짐작컨대 유태인이기에 유독 관심을 둔 것은 아닌지. 다음으로 송도 신도시를 미래 도시의 본보기로 언급한 점은 미국 기업이 참여했기 때문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생태도시의 대명사로 알려진 브라질의 ‘꾸리찌바’와 같은 도시가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인데도 왜 언급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시각에서 미래 사회를 조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석유 이후 원자력이 에너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해도 방사능 폐기물 문제는 언젠가 지구와 인류 생존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오히려 21세기 신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는 하이드레이트(Hydrate)에 대해 언급해야 하지 않을까. 기술적 한계 탓에 아직은 대량생산을 할 수 없지만 매장량은 200~500년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석유와 달리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다는 점에서 녹색에너지 시대에 도달하기 전까지 대체 에너지로 손색이 없다고 한다. 옆으로 새는 이야기지만 일본이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는 이유로 독도 밑 바다에 매장된 하이드레이트와 관련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지구촌에서 맏형 격인 미국이 기후변화 협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은 비판해야 했다. 유가가 상승하면 자연히 소비가 줄고 환경도 좋아진다는 식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언론사 기자로서 지켜야할 사회적 책무에 소홀한 것이다.

 

미래 사회는 효율이 높고 공해가 없는 에너지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산업 폐열을 재활용하는 등 절약정신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생존을 위한 보편윤리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전기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기 트럭, 전철 등 청정에너지 생활은 널리 뿌리를 내릴 것이다. 결국 인류는 자연에서 얻어 자연에 아무 탈 없이 다시 돌려주는 녹색에너지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를 환경으로 여겨 인간이 개발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이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생태지혜, 이른바 ‘에코지능’을 길러야 할 때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지구라는 생명체가 인간과 공감하고 공생하도록 일깨우는 생태교육도 필요한 시점이다. 바야흐로 ‘녹색 혁명’이 요구되는 시점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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