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니 스토리 Tiny Stories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4월
절판


미요코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오히려 케이티는 속박당하고 싶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곳에서 속박당하고 싶어서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처럼 자유롭게 밖에 놀러 다니는 게 아니었다.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그를 속박하는 것처럼 자기는 속박당하지 못한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문득 떠오른 것은 제 집에 드나드는 남학생이었습니다.
지금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을 그 젊은 애와 있을 때도 느낀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가 막연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순간 같은 때, 그 예상도 희망보다 오히려 불안과 공포로 채워져 있으면 더욱 그랬습니다.
나에게는 앞으로 그런 귀여운 무지함을 미래를 위해 구사할 일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그사이에 있는 자신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불안정한 기분에 빠졌던 겁니다.

말해 놓고 거짓말이라고 느꼈다.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기회가 될 때 쾌락의 기억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애당초 만난 보람이 없다.
그런 추억은 사탕과도 같아서 쓸쓸해지면 꺼내어 천천히 즐길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얼마나 공복을 달래 왔는지 모른다.
그 사탕을 설마 주지 않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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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시공 청소년 문학 43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 La-la how the life goes on ♬ ~
읽는 중간 중간 산더미처럼 쌓이는 애틋함에 마음이 정지되는 느낌을 받아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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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시공 청소년 문학 43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품절


"좋은 거 줄게."

그런데도 미치코 짱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무시에는 무시로 대응했다.
본디 자기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이 "미치코 짱, 미치코 짱."하며 다가오면 거느리고 다녔을 뿐이니까. 오지 않으면 또 그런대로 상관하지 않고 지냈다.
강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치코 짱은 강한 아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일도 좋은거 줄게. 내일모레도."
"그 다음 날도."라고 말한 미치코 짱은 ".... 그 다음날은 이제 여기 없겠지만."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미치코 짱이 지은 저 웃음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렇다. 실컷 울다 지친 아이가 어깨의 힘을 쑥 뺐을 때 짓는 웃음과 비슷했다.
"거짓말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미치코 짱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등을 돌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걸음 가다가 고개를 수그리더니 오른 손등을 눈가에 갖다 댔다.

"입장권을 못 샀어..."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헤어져야 한다고 덧붙이려는데 미치코 짱이 "잠깐만 기다려."라고 하더니 발매기 앞으로 갔다.
자신의 용돈으로 입장권 두 장을 사 와서는 "자, 좋은거 줄게."하고 스즈 짱에게 먼저 내밀었다.
스즈 짱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받았다.
"자, 나카무라, 좋은 거 줄께."
나는 "고마워."하고 입장권을 받았다.
이번엔 "미안해."가 아니라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그리고 웃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웃으려고 볼을 누그러뜨리자 울음이 터져나오려 했다.

안타깝고 억울했다.
외롭고 슬펐다.
그래도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플렛폼을 달리는 스즈 짱의 등을 바라보니, 어쩐지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그런거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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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기 - 브에나비스타
하나무라 만게츠 지음, 박문성 옮김 / 씨엔씨미디어 / 2000년 9월
절판


왕국의 개념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일본에서 공교회는 무얼 그렇게 안달하고 있는 것일까?
수도원 내에 기거하는 죽어 있는 무리들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목표 따위는 있을 리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타성에 젖은 기도와 자기만 하늘나라로 불려가면 된다는 소극적인 아집뿐이다. 너무도 유치하다.


모스카 신부님의 말처럼 도량이 좁은 철학자인 나는 갖가지 색실로 짠 천처럼 복잡하게 얽힌 사고 대신에 적당한 변의를 촉발하여 항문에 거의 들러붙지 않는 뛰어난 질과 형상을 가진 물체를 배출하는 것이다.

로오. 너가 말하는 것은 알겠어. 돼지의 결점은 그 이상하리만큼 대단한 식욕이야.
뭐든지 콧김을 내뿜으면서 먹어치우잖아.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사람이 먹는 모습도 역겨울까?
응. 최악이야. 그래서 밥을 먹을 때 이래저래 예의범절이란 격식을 차리는 게 아닐까?

위선.
그건, 뭐야?
설탕을 바르면 맛있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단맛이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라 할지라도 아주 우울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던질 수 없다.
일이란 것은 자신의 분수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나는 농사일을 하고부터 겨우 분수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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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말하기엔 조금 망설여지지만 저는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소 두서없어 보이는 그녀의 소설은 그녀가 두서없어서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전에 알았지만 그것이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아버린 것 같아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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