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부족하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김지연 옮김 / 봄풀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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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부족하다.
언제부터인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분명 아는 사람인 누군가가, 아직 만난 적이 없는 누군가가....누굴까?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누군가를 내내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데.
부족한 것은, 어쩌면, 나!나는 언젠가의 나를 되찾고 싶은 게 아닐까?
혹은 아직 제대로 조우하지 못한 나 자신과 새롭게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내 코는 분명 실패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절망이 아니다. 그저 실패일 뿐이다.
아무리 큰 실패를 하고, 잃은 걸 되찾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져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
인생에서 내려가는 게 아니다.언제든 거기부터 다시 기어서라도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는 동안의 경치 또한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누군가가 부족하다.
그렇게 생각되는 건 어쩌면 행복한 일이 아닐까?
부족한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는 거니까. 언젠가 빈자리가 채워질 날을 꿈꿀 수 있으니까.

내가 이름을 댔던 동급생은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4일 째 되는 날에 등교를 한 그 아이는 안대를 하고, 팔에는 붕대를 친친 감고 있었다.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걸로 괴롭힘은 끝이 났다.
....
"곤란한 일이 있을 땐 나한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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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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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상상력을 요구한다.
남과는 다른 자신을 누군가에게 상상하게 하고 싶어 한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트위터에도, 페이스북에도, 메일에도, 그 어디에도 쓰지 않는다.
정말로 호소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데에 쓰고 답장을 받는다고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보여주는 얼굴은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 현실의 얼굴과 괴리가 생긴다.
트위터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면서, 하고 멋대로 불평한다.
자신의 프로필 사진만이 건강한 모습으로 줄곧 그곳에 있다.

우리는 남몰래 결의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을 가볍게 발신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점점 그 속에 묻고 숨긴다.
나는 종이의 여백을 보았다.
진짜 이야기가 묻혀 간다. 가볍게, 간단하게 전하는 이야기가 늘어난 만큼, 정말로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은 누구도 응원하고 있지 않지. 누가 잘나가도 시시하지. 다쿠토는 모두 자신보다 불행해지길 바라고 있어. 게다가 자신은 관찰자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나는 있지, 누군가를 관찰하고 몰래 비웃고, 그걸로 자신은 차원이 다르다는 착각은 하지 않아. 절대 하지 않아. 너와 나는 전혀 달라."

"나는 나밖에 될 수 없어. 아프고 볼썽사나운 지금의 나를 이상적인 나에 가까워지게 할 수 밖에 없어. 모두 그걸 알기 때문에 아프고 볼썽사나워도 분발하는 거야. 볼썽사나운 모습 그대로 몸부림치는 거라고..그러니까 볼썽사나운 나인 채 인턴도 하고 외국 자원봉사도 하고 명함도 만드는 거야."

"그것 말고는 내게 남은 길이 없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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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동일하지도 않고 또 역설적으로 상이하지도 않은게 젊음의 한때겠죠? 트위터나 sns가 포함되어 좀 이색적이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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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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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여자아이들에게 빨리 자랄 것을 재촉하고 어른스러워지는 데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생기는 큰 폐해는, 인생의 이른 단계부터 이성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자아를 지키지 못하는 여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게이코는 그 전형이었다. 그래서 슌지와 헤어져도 불량한 행동거지는 여전했고, 다만 '몰려 다니는 불량학생'에서 '배척당한 불량학생'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인간은 때때로 제 의뢰인 같은 삶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긍지- 자긍심과 분별력을 가지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그냥 '시샘'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군요, 이것이 동경이나 존경, 자기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안정되면 천만다행이지만, 안 그러면 성가셔집니다."

"까치라는 새는 유럽에서 거짓말쟁이, 밀고자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그 그림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악의나 공포만으로 행해진 거짓과 밀고 탓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비참하게 처형된 당시 세태가 반영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옳은 것이 압살당하고 생각 없는 바보들이 의기양양 설쳐댄다. 나는 이런 세상이 너무 싫다고 했습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겠죠. 태도나 행동에 드러납니다. 불량학생들은 그런 면에 매우 민감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끈기가 없다고 할까. 참지 못하는 게 특징입니다."

미움을 받던 미야케 주리를 그가 이해해주었기 때문이다.
3중학교에서 그녀와 나란히 앉았던 그 누구도 아닌 가즈히코가 그녀를 이해했다.
같은 반의 그 누구도 진심으로 헤아려주지 않았던 그녀의 속마음을 그만이 헤아려주었다.......
그마음이 주리에게 통했다. 그래서 그 때 주리가 정신을 잃은 것이다.
간바라 변호인의 마음을 알아챘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위해 피고인에게 그런 신문을 했는지 알아챘기 때문에.
너는 나쁘지 않다. 가즈히코는 신문에서 오이데 슌지를 호되게 비난하며 주리에게 그렇게 전한 것이었다.
너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너는 나쁘지 않다.
너는 그저 막다른 궁지에서 빠져나오려고 한 것 뿐이다. 그러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너는 나쁘지 않다. 옳은 행동은 아니었지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간바라 가즈히코가 유일하게 그런 말을 해주었다.
...
왕따에다 거짓말쟁이인 미야케 주리를 간바라 가즈히코만이, 오직 그만이 용서하려 했다.
주리도 알 수 있었다. 가즈히코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났을 리 없다.

주눅들지도 않고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한 증인은(아마 자기 딴에는 최고로 예쁘다고 자부할)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어깨 위의 머리칼을 가볍게 넘겼다......
도바시 유키코의 헛돌기는 계속되었다. 겉모습을 제대로 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머리를 매만지고 뺨을 어루만지며 허둥거렸다......
증인의 표정은 여전히 ' 나 예뻐?' 하는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이 말을 할 때는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마도 떠올리는 기억 자체가 사랑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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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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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지? 그렇게 물어야 하는 까닭은 이미 변했기 때문이다. 현명한 아키코는 이미 알면서도 안녕이라는 말 대신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안녕, 후지노 료코. 지금의 너에게 맞추긴 힘들어. 친구는 이만 떠날게. 허망한 일이다.

초조함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만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인간은 간혹 말도 안되게 어리석어져.

인간이 웃는 이유는 다양해, 후지노...

웃음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겐이치는 생각했다.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가 아닌 것 처럼 이 경우 또한 슬픈은 아닐 것 같았다.
분노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겐이치는 알 수 없었다.

주리는 이번 소동을 통해 알랐다. 학교라는 곳은 피해자에게 약하다. 자기가 피해자임을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피해자에게는 무조건적으로 양보한다. 그것은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이치로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아빠가 말했다.용의에 대한 긍정이든 부정이든, 용의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 주장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언젠가 반드시 뒤통수를 맞는다. 진술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정말로 현명한 녀석은 시간과 타협할 줄 알아. 자기가 아이라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꼭 남에게 말하거나 일기에 쓰지 않더라도 알고는 있어. 아니까 잊고 살아갈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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