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여자아이들에게 빨리 자랄 것을 재촉하고 어른스러워지는 데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생기는 큰 폐해는, 인생의 이른 단계부터 이성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자아를 지키지 못하는 여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게이코는 그 전형이었다. 그래서 슌지와 헤어져도 불량한 행동거지는 여전했고, 다만 '몰려 다니는 불량학생'에서 '배척당한 불량학생'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인간은 때때로 제 의뢰인 같은 삶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긍지- 자긍심과 분별력을 가지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그냥 '시샘'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군요, 이것이 동경이나 존경, 자기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안정되면 천만다행이지만, 안 그러면 성가셔집니다."
"까치라는 새는 유럽에서 거짓말쟁이, 밀고자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그 그림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악의나 공포만으로 행해진 거짓과 밀고 탓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비참하게 처형된 당시 세태가 반영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옳은 것이 압살당하고 생각 없는 바보들이 의기양양 설쳐댄다. 나는 이런 세상이 너무 싫다고 했습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겠죠. 태도나 행동에 드러납니다. 불량학생들은 그런 면에 매우 민감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끈기가 없다고 할까. 참지 못하는 게 특징입니다."
미움을 받던 미야케 주리를 그가 이해해주었기 때문이다. 3중학교에서 그녀와 나란히 앉았던 그 누구도 아닌 가즈히코가 그녀를 이해했다. 같은 반의 그 누구도 진심으로 헤아려주지 않았던 그녀의 속마음을 그만이 헤아려주었다....... 그마음이 주리에게 통했다. 그래서 그 때 주리가 정신을 잃은 것이다. 간바라 변호인의 마음을 알아챘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위해 피고인에게 그런 신문을 했는지 알아챘기 때문에. 너는 나쁘지 않다. 가즈히코는 신문에서 오이데 슌지를 호되게 비난하며 주리에게 그렇게 전한 것이었다. 너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너는 나쁘지 않다. 너는 그저 막다른 궁지에서 빠져나오려고 한 것 뿐이다. 그러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너는 나쁘지 않다. 옳은 행동은 아니었지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간바라 가즈히코가 유일하게 그런 말을 해주었다. ... 왕따에다 거짓말쟁이인 미야케 주리를 간바라 가즈히코만이, 오직 그만이 용서하려 했다. 주리도 알 수 있었다. 가즈히코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났을 리 없다.
주눅들지도 않고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한 증인은(아마 자기 딴에는 최고로 예쁘다고 자부할)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어깨 위의 머리칼을 가볍게 넘겼다...... 도바시 유키코의 헛돌기는 계속되었다. 겉모습을 제대로 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머리를 매만지고 뺨을 어루만지며 허둥거렸다...... 증인의 표정은 여전히 ' 나 예뻐?' 하는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이 말을 할 때는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마도 떠올리는 기억 자체가 사랑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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