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지? 그렇게 물어야 하는 까닭은 이미 변했기 때문이다. 현명한 아키코는 이미 알면서도 안녕이라는 말 대신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안녕, 후지노 료코. 지금의 너에게 맞추긴 힘들어. 친구는 이만 떠날게. 허망한 일이다.
초조함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만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웃음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겐이치는 생각했다.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가 아닌 것 처럼 이 경우 또한 슬픈은 아닐 것 같았다. 분노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겐이치는 알 수 없었다.
주리는 이번 소동을 통해 알랐다. 학교라는 곳은 피해자에게 약하다. 자기가 피해자임을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피해자에게는 무조건적으로 양보한다. 그것은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이치로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아빠가 말했다.용의에 대한 긍정이든 부정이든, 용의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 주장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언젠가 반드시 뒤통수를 맞는다. 진술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정말로 현명한 녀석은 시간과 타협할 줄 알아. 자기가 아이라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꼭 남에게 말하거나 일기에 쓰지 않더라도 알고는 있어. 아니까 잊고 살아갈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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