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 진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5
미야모토 테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절판


왕도란 뭘까.
또 구다니가 말하는 패도란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료헤이의 마음에 불현듯 수 년 후, 수십 년 후, 사회 안에서 힘없이 덤덤하게 살지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말하는 건 특히 여자에 관해서는 진리야.
넌 성녀를 사랑했던 거야.
하지만 왠걸 그녀는 성녀가 아니었지.
여잔 어차피 모두가 그런 동물이야.
넌 여자와 잔 적이 없으니깐 그걸 모르는 거야."

마천루의 아지랑이에 잠겨
인간 낙타가 살아간다.
땀도 기름도 사용할 때를 잃어
혹이 제자리를 떠나 마음속으로 숨어들었다.
원색의 혼잡에 더러워져
낙타는 목적 없이 지하로 귀환한다.
살아 있고 싶을 뿐인 인간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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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피날레 - 종말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
아베 가즈시게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1월
절판


어쩌면 그건 단순히 나야말로 타자에 무관심한 사람이라서 그녀와 나를 동일시했던 것일뿐, I본인은 예전부터 '모두'에 대해 속을 툭 터놓고 대화를 원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I라는 인물의 성격을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고, 또한 그녀뿐만 아니라 Y와 이지리와 사오리를 포함한 다양한 지인이나 가족들의 생생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고 내 멋대로 거짓되게 짜낸 각각의 인물상에만 시선의 초점을 맞추고서 적당히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왔던 것뿐일까.
하지만 누구라도 크건 적건 그런 식으로 밖에는 타인과는 접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등등, 내가 이 대목에서 나는 죄가 없다고 딱 잡아떼어버릴 수도 있겠으나, 예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분이 즉각 브레이크를 걸어온단다, 치이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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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강
미야모토 테루 지음, 허호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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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단편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사의 아련함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미야모토 테루라는 작가 고유의 개성이고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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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의 나비
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절판


부엌과 사전은 닮은 구석이 있다.
하루의 요리를 마친 뒤 그날 한 요리를 돌이켜 보고, 뭐가 남았는지 생각하면서 사다 놓아야 할 것들을 떠올린다는 점이 그렇다.
늘 뭔가가 모자라서 손에 닿는 것을 대신 스게 되는 점도 닮았다.
조합에 정답이 없는 점이나 손질을 좀 하기만 하면 어떻게 당장은 넘길 수 있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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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남자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2
스와 데쓰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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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내는 어디서 얻어들었는지
播磨 지방의 두 동자 전설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 두 명의 동자가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빨래를 말렸다고 한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게 멋있잖아?
하늘을 날아다닌 게
그저 빨래를 말리기 위해서라는 게
아주 좋아.

요즘 아내는
베란다 빨래 장대에 기대서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어떻게든 말을 건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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