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까지만 해도 무릎을 꿇고 구혼을 하던, 성적 갈망을 주체하지 못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쩔쩔매던 그들이 일단 침대를 함께 쓰는 사이가 되고나면 실로 완고하고 퉁명스러운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들은 아침이면 말끔히 면도를 하고, 젊은 목둘레에 타이를 매고, 낮 내내 뭔지 모를 일들을 하다가 저녁이면 돌아와 비판하는 눈초리로 그날 저녁 메뉴를 확인한 후 부인과 애들, 복잡복잡한 감정과 하소연들을 차단하기 위해 얼굴 앞으로 신문을 펼쳐 들었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빠르게 익혀야만 했던가. 상사에게 아부하고 부인들을 구슬리며, 다가올 사반세기 동안 가족을 먹여 살릴 직장을 유지하는 기술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정치적인 관심사를 유지하면서도 집을 장만하고, 담장을 수리하고 잔디를 깎고, 배수관을 뚫는 가내의 모든 일에 대해서도 권위를 지킬 수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남편이 나가고 나면 낮 시간 동안 여자들은 육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보상이라는 듯 그들만의 두 번째 사춘기 시절을 만끽하곤 했다. 남편이 집을 떠나자마자 마음이 가벼워진 그녀들은 남편이 없는 낮 시간 동안 그들이 융자를 갚는 집 담 너머로 은밀히 모여들어 고교 시절로 돌아간 듯 커다랗게 웃고 떠들며 조용히 반란을 꿈꾸는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그 모든 것을 다시 기억해 내는 것이었다. '기억'함으로써 그 모든 일을 다시 한 번 경험한 후 봉인해 영원히 보관해 둘 생각이었다. 단 하나도 놓치거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그날의 일을 순서대로 재구성해 마치 보물인 양, 마음 한구석에 갈무리해 넣어두려는 것이었다. 메이얼은 두 가지 일을 예상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예상에 대해서는 안도감을 느꼈다. 두 번째 예상은, 지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 틀림없었다. 피에르와의 결혼 생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게 첫 번째 예상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어셔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영리하니까 냉담한 거야. 여자들에게 영리하다는 건 곧 차갑다는 거니까."
다른 삶이라고 해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계속해서 같은 것만을 다시, 또다시 발견하게 되었을지도.... 명백한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불안정한 자신에 대한 그런 진실들. 그녀가 자신에 대해 발견한 진실은 어떤 신중함, 최소한 경제적인 감정통제라고 할 만한 그 무엇이 한평생 자신을 지배해 왔다는 사실이었다.
친절하고 치명적인 경고, 희미한 자기 보호의 시도, 융통성 없던 그 태도 모두가 이제 그와 함께 철 지난 유행처럼 다소 시시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마치 남편에게 그러하듯이 일방적인 시선으로 그를 회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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