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역사 - 의학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나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 살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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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익, 몸의 역사-의학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나, 살림지식총서 274, 2008

(2012.1.16., , 오전)

 

인문학의 부활을 주제로 한 책에서 본 저자의 조그만 책이 눈에 띄어 파주출판단지 살림출판사 전시장에서 샀다. 몸에 대한 서양의 사고와 의학의 발전에 관한 간략하게 요약한 볼만한 책이다.

 

의학의 역사는 사람의 몸에 대한 앎과 삶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과정의 기록

 

몸은 과학을 통해 그 진실이 드러나는 참구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어떤 과학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삶의 무늬이기도 하다. 의학의 대상은 바로 그런 몸이다. (p.10)

 

몸은 육체와 정신으로 나뉜 것이 아닌, 그저 일 뿐이다. (p.13)

 

근대 의학사상의 흐름은 몸에서 초월의 요소가 사라지면서 단순한 기계로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의학사상이 목적을 중심으로 세계의 질서를 끼워 맞추는 목적의 형이상학이었다면, 파라켈수스의 의학사상은 현실과 경험이 중심이지만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먼 사유를 중시하는 신비로운 경험론이라고 할 수 있다.(즉 파라켈수스는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중시하는 동시에 실제 치료는 점성술, 연금술, 천문학 등 이전의 방식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신비주의와 합리주의를 묘하게 결합한 야누스의 얼굴을 지닌 의학자이며 철학자다.) 데카르트에 이르면 신비요소와 경험요소가 함께 사라진 기계 합리론이 주류를 이루게 되며 프로이트에 이르면 몸에서 떨어져 나온 마음마저도 기계 합리론에 근거한 추론의 대상이 된다. (p.24-25)

 

 

하비의 생리학이 근대 과학의 효시인 까닭은, 죽은 몸의 구조에서 산 사람의 기능을 추론했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혈액의 흐름을 계산하고, 순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고안했기 때문이다. ....... 구조를 관찰해 기능을 추론하고 그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할 뿐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예측하는 이 모든 과정이 근대 과학의 표준 방법론이 되었고 이후 서양의학은 이 같은 방법론에 의지해 점차 과학이 되어간다. (p.36-37)

 

건강은 이 공화국의 주민인 세포들이 민주주의를 달성한 상태며, 질병은 세포들의 조화로운 공존이 위협받는 상태다. (p.50)

 

결국, 내과가 몸에 대한 지식의 이론 체계라면 외과는 실체인 몸에 대한 개입의 방식이다. (p.52)

 

마취제의 발명으로 우리는 무척 복잡한 수술도 아무 고통없이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의 몸은 삶의 뜻과 맥락을 상실하고 물질로 이루어진 욕망의 덩어리로 변해갔다.

 

신경학, 면역학, 유전학, 진화론은 이렇게 환원론에 바탕을 둔 유기론의 사유양식이 낳은 몸에 대한 이해방식이다. 환원론이지만 기계론이 아닌 유기론의 사유양식에서 몸은 잘게 쪼개진 부분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각 부분드은 수없이 많고 복잡한 관계로 이어지며 그 관계는 다시 시간이라는 름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몸은 몸속 부분들의 수많은 관계들이 흘러가면서 그 바탕을 변화시키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다. (p.83-84)

 

기계론 사고에 따르면 유전자를 이루는 모든 구조가 밝혀진 이상, 그곳에서 생긴 표현형질을 모두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전자, 세포, 유기체, 주변 환경 등이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닌 수많은 우연의 관계들로 엮여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유전자는 형실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이정표 정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p.87)

 

우리의 몸은 과거의 경험을 담고 있는 그릇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가리키는 방향타이기도 하다. 새로운 미래는 그런 몸의 의학과 몸의 역사, 몸의 철학에서 열릴 것이다.(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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