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주석, 오주석의 옛그림읽기의 즐거움1, 솔, 2005(개정판)

몇 년동안 책에 관심이 뜸했더니 그동안 너무나 유명해진 사람이 있었다. 우리 옛그림 평론가 오주석. 우리 옛그림도 감상하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훌륭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며, 우리 그림에 대한 자부심도 심어준다.

먼저 나온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보다도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먼저 보았더니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그림을 통해 사람을 보고, 사상을 보고, 역사를 보고 이를 아우러는 동양사상의 기저를 파헤치는 작가의 박학이 놀랍다.

특히 읽으면서 가장 깊이 오래 여운이 남는 부분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부분에서 펼쳐내는 ‘물에 관한 상념’에 관한 논의다.

(pp.38-43에서 발췌)
'고결한 선비가 물을 바라본다‘ 는<고사관수도>. ....세상에 가장 흔한 것이 물이지만 옛사람들은 물에야말로 지극한 도리가 깃들어 있다고 하였다. 서양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 같은 사람은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우주의 본질이라고 설파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물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그럼 우리 성현들은.....

물이 우주 삼라만상의 온갖 생성을 이루는 바탕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은 “관자”의 「수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만물의 본원이며,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아름다움과 추함, 어짊과 못남, 우둔함과 현명함을 낳는 장본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세상을 다스려 교화시킬 때 그 해답은 물에 있다. 물이 한결같으면 사람들 마음이 바르게 되고, 물이 맑으면 민심이 편안해진다. 한결같으니 더러운 욕심을 내지 않고, 민심이 편안하니 행실에 삿됨이 없다.” 󰡔관자󰡕는 이어서 물이 가지는 주된 미덕과 갖가지 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인 인간을 삶을 길게 설명하고 있다.


현명한 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고루 이롭게 하고서도 다투지 않는다. 그리고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기꺼이 처하나니, 그런 까닭에 거의 도에 가깝다.”

씩씩한 맹자도 말했다. “흐르는 물이라는 것은 앞에 놓인 구덩이를 하나하나 모두 채우지 않고는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물이 이렇게 큰 바다까지 이르는 과정은 마치 “군자가 도에 뜻을 두고서 덕을 하나씩 이루어나가 결국 원대한 목표에 이르는 것과 같다.”

물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사색은 동양 사상의 원천인 󰡔상서󰡕와 󰡔주역󰡕에 극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첫째, 동양철학의 바탕을 이루는 큰 틀의 하나인 오행을 살펴보면, 물은 수화목금토 다섯 가운데서도 첫 번째로 꼽힌다. 이것을 숫자로 표현하면 만물은 낳는 숫자 1,2,3,45 가운데 1이고, 만물을 이루는 숫자 6,7,8,9,10 가운데서도 첫 번째 6에 해당된다. .....물은 이렇게 시원적 생명의 상징이다. 둘째, 물은 정치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셋째, 물은 문명과 문화의 상징이다. 󰡔주역󰡕의 이치, 즉 동양사상의 근본 이치가 모두 담겨있다는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는 전서에 의하면 각각 하수와 낙수라는 강물 속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도와 낙서는 성리학에서 우주의 생성과 운행의 원리를 모두 요약해 상징한 심오한 도형이다. 더욱이 우리가 요즘 쓰는 ‘도서(圖書)’라는 단어는 다름 아닌 하도와 낙서의 합성어다. 여기서 하도와 낙서가 갖는 동양 문명사적 중대성과 의미심장함을 짐작할 수 있다. 고대인들이 도서, 즉 인류 문화의 전개를 가능하게 한 문자가 물에서 나왔다고 본 것은 앞서 물을 생명의 원천, 우주의 본질로 인식했던 자연과학적 접근보다도 훨씬 의미 깊은 철학적 상념이라 하겠다. <고사관수도> 속의 선비에게도 독서는 하루 일과 중의 가장 큰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역시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제일 먼저 하도와 낙서를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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