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같은 장소에서 자라도 각자 나름대로의 나이테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나이테는 나무가 성장하면서 만든 세포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공급이 많은 여름엔 많이 성장하여 넓은 반면
겨울엔 성장이 거의 정지상태에 있어서 작고 짙은 띠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사계절이 없는 열대지방의 나무들은 나이테가 없다고 합니다.
남쪽방향은 북쪽 보다 햇볕을 많이 받기 때문에 더 많이 자라서 더 넓은 나이테를 만들지요.
또 일그러진 나이테를 가진 나무는 산불이나 산사태, 병충해등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아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가 성장 환경에 따라 나이테를 만드는 것처럼
물고기의 비늘에도 나이테가 있다고 합니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에서 바다로 나가면서
새로운 물의 변화에 적응할 때 한번의 나이테를 만들고
북태평양과 북대서양에서 몇 차례 겨울을 지내면서,
환경이 바뀔 때마다 비늘에 나이테를 만든다고 합니다.
강과 바다의 경계선을 가진 연어처럼
사람도 이런 굵직한 삶의 경계선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린시절, 학창시절, 사회생활, 결혼생활...등등
자신의 삶의 굴레가 안겨준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의 나이테를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모천회귀성이 있는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왔을 때
겉으로는 그냥 평범한 연어처럼 보이지만
험난한 바다에서 몇번의 겨울을 이겨냈는지를 나이테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은 자신의 삶의 순간 순간에 만난 역경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했느냐에 따라
현재의 행동방식과 사용하는 언어와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드러납니다.
요즈음 소수의 사람들이 이 시대가 안겨주는 역경 앞에서
어둠의 나이테를 만들어가고 있고 동심원이 아니라 찌그러진 나이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그려나갈 나이테는 한개인이 만드는 나이테가 모여 이뤄진다는 것을 의식하며
사랑이 부족한 이 세대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길 기도드리게 됩니다.
태양을 많이 받은 나무가 성장이 고르고 잘 자라는 것처럼
사람을 바르게 성장시킬 좋은 에너지들이
더 많이 생성되어 밝은 하느님나라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