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라고 무서운 것이 없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헛된 이름 허명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물론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실제로는 오이인데 사람들이 수박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길쭉한 오이는 남 앞에 설 때마다 크고 동그랗게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쓸 것이고 있지도 않은 줄무뉘까지 그려넣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빈틈없이 변장을 했으면서도 자기가 오이라는 것이 드러날까봐 늘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한다. 기껏해야 백 년인 인생인데 그러헤 남이 정해놓은 허상에 자기를 맞추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말이다. 나는 아무리 수박 노릇이 근사하고 대접을 받는다해도 가짜 수박보다는 진자 오이가 훨씬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더라고 생각한다. 얼치기, 함량미달, 헛 이름이 난 수박보다 진국, 오리지널 , 이름값하는 오이가 훨씬 자유롭고 떳떳할테니까 그래야 제 맛을 내면서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조금식 커가는 과정을 스스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가짜배기 수박이고 싶은가, 진짜배기 오이이고 싶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