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버릴 것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을 향해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제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주소서. 제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가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 주는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기억력을 좋게 해 주십사고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제게 겸손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저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 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는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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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이레 2009-03-2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 내가 새롭게 맡은 보직중에 KTO Business School 이라는 것이 있다. 누가봐도 성공하기 힘든 프로젝트. 그렇지만 꼭 해내야 하는 일...나는 빨리 추진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부터 물러서지 말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시간에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최근 급증한 공사 내 Uptown Girls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 갑자기 그들의 시각에서 내가 얼마나 주제넘고 다른 이해할 수 없는 구차한 세계의 늙은여우로 보일까라는 생각에 순간 움츠러들었다. 또다시 다른 사람의 시각에 나를 맞추려는 무력한 자의식으로의 회귀본능이라고나 할까... 하여튼 다른차원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것. 말수를 아낄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애달픈 자기고백으로 인해 다시 이곳 17세기 늙은수녀의 기도에 발걸음을 멈춰본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