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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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시오패스다.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매일 기만하고 있다."


소시오패스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리사 스코토라인의 <15분 마다>. 이미 알고 있는 소시오패스와 정신과 전문의, 그리고 그들 주위를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소시오패스의 독백과 사건이 교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몰입감은 배가 된다.


정신과 의사 에릭은 어느날 말기 암환자의 상담을 맡게 된다. 곧 죽음이 닥쳐올 할머니지만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여유롭고 평안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할머니는 자신의 치료가 아닌 홀로 남을 손자 맥스의 치료를 희망한다.


"우린 여기 있고, 당신을 속이고 있다.

우린 당신을 노린다.

우린 당신을 훈련 시킨다."


어릴 적 에릭과 같이 강박과 불안 증세를 앓고 있는 십 대 아이 맥스. 알코올 중독자 부모 아래 그마저 아버지는 일찍 집을 나가버리고, 어머니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맥스를 헌신적으로 돕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유일한 사회성은 온라인 공간에서만 발휘되는 맥스는 한 여자아이에게 과도하게 집착한다. 심시어 여자아이를 본인이 해칠 것만 같은 강박에 시달리면서.


'15분마다' 머리를 두드리면서 단숨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갈색, 검정이라고 새야 하는 강박증세에 시달리는 맥스. '15분마다' 정신병동에 입원중인 환자를 살펴보는 에릭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나는 모든 것을 계획한다. 모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때가 되면 공격한다. 결국에는 항상 승리한다. 그들은 내가 오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한다. 어째서냐고? 난 이미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15분 마다>에 등장하는 소시오패스 스스로의 설명이 매력적이다.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표적이 된 에릭의 심리 전개역시 섬세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위협과 갈등, 그리고 해소가 반복된다. 읽는이의 추리를 방해하는 힘이 흥미롭다.(*)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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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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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은 여태껏 보지 못했다. 보통의 미스터리물이라면 스토리에 흠뻑 몰입하면서 트릭이나 반전에 빠져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면, 미치오 슈스케(道尾秀介)의 <절벽의 밤(원제: いけない)>은 완전히 다른 형식의 재미를 전한다.


작가가 마련한 장치에 놀라거나 함께 두뇌싸움을 벌이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가 제시하는 사실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분석하도록 이끈다. 독자는 미치오 슈스케의 글과 그림을 통해 진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글뿐이 아니라 그림역시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마지막 한 장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절벽의 밤>은 해변을 따라 접해있는 작은 도시 하쿠타구 시와 가마쿠라 시를 배경으로 한다, 특히 그 사이에 위치한 유미나게(弓投げ) 절벽이 핵심 장소다. 유미나게 절벽은 자살의 명소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에 죽은 영혼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으며, 눈이 마주치면 저세상으로 끌려간다고 여긴다.


'유미나게'에서 '유'를 빼면 '미나게(身投げ)', 즉 투신한다는 뜻의 단어가 되니 지명이 예사롭지 않다. 바다를 향해 가재 집게발처럼 튀어나온 낭떠러지를 중심으로 사건은 전개된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절벽 이름 때문이 아니라 방해하는 사람이 아무데도 없기 때문이며, 간단히 목숨을 끊어줄 거친 물결이 절벽 아래 늘 출렁거리기 때문이란 것을 안다.


'유미나게 절벽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어서는 안 된다'. '거리의 평화를 믿어서는 안 된다' 등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의 사건이 등장하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는 역시 유미나게 절벽, 그리고 십왕환명회라는 사이비 종교단체다. 죽은 사람이 육도, 즉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천상도 중 어디에 환생할 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 십왕이 있다. 여기까지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십왕환명회는 생전에 악했는지, 선했는지 상관없이 죽은 사람이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록 십왕과 교섭한다고 주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미나게 절벽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어린이집교사 구니오의 불행한 교통사고에서 출발한다. 유미나게의 전설과 구니오의 사고는 <절벽의 밤>을 열어주는 장막과도 같다. '오후 5시 42분', '오후 7시, 36분'. 감정이 없는 여자 목소리까지도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 놀랍다.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초등학생 마커(馬珂)와 친구 야마우치가 등장하는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편은 요괴의 전설과 맞물려 기묘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중국에서 흔한 성씨이며, 예쁜 구슬을 뜻하는 마커지만 일본에서 그 한자는 '바카'로 읽힌다. 그래서 마커는 어려서부터 외롭다.



"가만히 서 있다가 옆으로 다가온 사람의 소맷자락을 잡아. 소맷자락을 붙잡힌 사람은 죽는단다. 할아버지. 반대로 놈의 소맷자락을 잡으면 죽일 수 있어"

- 산 속에 사는 무시무시한 요괴 '시낭'에 대한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 다케나시에 관한 이야기다. 십왕환명회의 영업부장격인 미야시타의 자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추적을 개시한다. 마지막 편 '거리의 평화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절벽의 밤>을 깔끔하면서도 찝찝하게 마무리해준다. 우리가 놓친 사실이 있는지, 그로 인해 파생된 일들의 결과와 영향은 무엇인지 이해를 돕는다.


<절벽의 밤>은 끊임없이 강조한다. 절대 잊지 마시라. 독자는 마지막 글 한 줄, 삽화 한 장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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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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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되는 아이들을 둘러싼 무책임한 방관의 표정부터 지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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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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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살인자라는 것을 각인시켜 줘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속죄다."


이담의 장편소설 <나를 지워줘>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고등학생인 모리가 불법 촬영과 유포로 고통받는 친구를 돕기 위한 추적을 그리고 있다. 모리의 부모님은 어릴 적 사고로 생을 마쳤고, 동승했던 쌍둥이 동생의 행방은 아직 알 수가 없다.




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잊힐 권리'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어른보다 더욱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만큼 비례하는 무책임을 보유한 아이들의 행동이 섬칫하다. 친구이자 가해자, 그리고 또 피해자가 되는 아이들의 질주가 멈추길 <나를 지워줘>는 말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친구들의 고통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로 일하던 모리는 불법촬영물 재유포 혐의를 받자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중이던 친구 리온의 부탁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이제 막 꿈을 펼치기 시작한 리온을 몰래 촬영한 자는 누구며, 그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누가 그 영생을 유포했는지 모리는 충격과 갈등을 거듭하며 진실을 파헤쳐 간다.



"몇몇은 그만하라면서 단톡방을 나갔고, 몇몇은 침묵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또 몇몇은 감상을 덧붙여 가며 희희낙락했다. 먹이를 문 짐승들처럼."


모리가 지켜본 남학생들의 단톡방은 무법지대 그 자체였다.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을 친구를 대상으로 무차별 폭력이 가해지는 공간. 유포와 재확산이 벌어지던 와중에 리온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모리는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수많은 댓글과 태풍이 불어 닥치는 인터넷. 소설 <나를 지워줘>가 전하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 더욱 서글프다. 어린 모리가 느낀 것은 이미 우리도 알고 있다.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조금이라도 일찍 깨닫는다면 행동해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안다. 자신이 뭐든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자기 편이 있다는 걸 느끼게만 해줬더라도 조금 더 살아갈 용기를 얻었을지 모른다." 


"ㅋㅋㅋ", "ㅎㅎㅎ". 무책임한 방관의 표정은 <나를 지워줘>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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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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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비워져 있는 공백을 의미있는 공간인 여백으로 바꿔내는 인생의 수묵화처럼 마치 한 구절 싯구와도 같은 제목 그대로 담담하고도 심오한 청춘의 내면이 그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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