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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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되는 아이들을 둘러싼 무책임한 방관의 표정부터 지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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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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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살인자라는 것을 각인시켜 줘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속죄다."


이담의 장편소설 <나를 지워줘>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고등학생인 모리가 불법 촬영과 유포로 고통받는 친구를 돕기 위한 추적을 그리고 있다. 모리의 부모님은 어릴 적 사고로 생을 마쳤고, 동승했던 쌍둥이 동생의 행방은 아직 알 수가 없다.




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잊힐 권리'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어른보다 더욱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만큼 비례하는 무책임을 보유한 아이들의 행동이 섬칫하다. 친구이자 가해자, 그리고 또 피해자가 되는 아이들의 질주가 멈추길 <나를 지워줘>는 말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친구들의 고통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로 일하던 모리는 불법촬영물 재유포 혐의를 받자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중이던 친구 리온의 부탁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이제 막 꿈을 펼치기 시작한 리온을 몰래 촬영한 자는 누구며, 그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누가 그 영생을 유포했는지 모리는 충격과 갈등을 거듭하며 진실을 파헤쳐 간다.



"몇몇은 그만하라면서 단톡방을 나갔고, 몇몇은 침묵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또 몇몇은 감상을 덧붙여 가며 희희낙락했다. 먹이를 문 짐승들처럼."


모리가 지켜본 남학생들의 단톡방은 무법지대 그 자체였다.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을 친구를 대상으로 무차별 폭력이 가해지는 공간. 유포와 재확산이 벌어지던 와중에 리온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모리는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수많은 댓글과 태풍이 불어 닥치는 인터넷. 소설 <나를 지워줘>가 전하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 더욱 서글프다. 어린 모리가 느낀 것은 이미 우리도 알고 있다.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조금이라도 일찍 깨닫는다면 행동해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안다. 자신이 뭐든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자기 편이 있다는 걸 느끼게만 해줬더라도 조금 더 살아갈 용기를 얻었을지 모른다." 


"ㅋㅋㅋ", "ㅎㅎㅎ". 무책임한 방관의 표정은 <나를 지워줘>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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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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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비워져 있는 공백을 의미있는 공간인 여백으로 바꿔내는 인생의 수묵화처럼 마치 한 구절 싯구와도 같은 제목 그대로 담담하고도 심오한 청춘의 내면이 그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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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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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뭐라도 되면 좋겠지만, 아무것도 못 될지도 모르죠."

"뭐가 되는 게 아니라 무언가로 변해가는 걸지도 모르겠네."


모든 것에서 회피하고 단절된 상태의 학생과 모든 것에서 인연과 관계를 이해하는 선생의 문답. 도가미 히로마사(砥上裕將)의 <선은 나를 그린다(線は,僕を描く)>에서 주인공 아오야마가 전시회 준비를 돕다 만난 수묵화가 니시하마와 나누는 대화 일부다.


아오야마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후 '아무것도' 아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물쭈물 대학 법학부에 진학했지만, 그의 의지는 아무 곳에도 없다. 스스로 하얀 벽에 갇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지낸다. 대학에 와서야 본의아니게 어설픈 '관계' 속에 자리하게 됐지만.


<선은 나를 그린다>는 아오야마가 수묵화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지어지는 까닭을 이야기한다. 수묵화가 아니라 그림 자체와도 전혀 관계없었던 아오야마가 전시회를 통해 수묵화의 거장 시노다 고잔을 만나고, 특이한 자신의 경험-쭉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갇혀 새하애진 경험-에서 기인한 재능을 발견하면서 수묵화의 세계에 접어드는 과정이다.


"재능은 말이지, 이 연기 같은 겨야. 알아차리고 보면 아주 자연스레 그곳에 있고, 호흡하고 있는 법이지. 재능이란 건 평소에 당연하게 하고 있는 것 속에 있는 법이야."


고작 담배를 연거푸 피우면서 던지는 니시하마의 말이지만, 아오야마에게는 묘한 울림으로 남게 된다. 사실 그때까지 아오야마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건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그 명확함 뿐이었다.


본의아니게 수묵화의 거장의 애제자가 된 아오야마. 거장의 손녀 지아키와의 대립, 이해, 갈등, 의지 등 다양한 감정을 분출해내며 '관계'를 형성해간다. 소설 속 '고잔상'이라는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지만 각자가 품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극복해내는 여정을 함께 이어간다.


<선은 나를 그린다>는 특히 수묵화가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단 한 가지 색으로 그려진 그림 안에 다양한 농담으로 표현한 먹이 있고, 그것이 색채보다도 더 생생한 색감을 느끼게 하는 멋을 설명한다. 


"수묵은 먹의 농담(濃淡), 윤갈(潤渴), 비수(肥瘦), 계조(階調)로 삼라만상을 그려내기 위해 도전하는 일"이라는 거장의 말은 실제 수묵화가인 작가의 정의가 담겨 있으리라.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에 갇혀 있던 아오야마가 '유대감과 함께 그린다'는 진리를 이해하기까지 책은 인내심을 갖고 서서히 풀어 낸다. 자연과의 유대감을 응시하고, 배우고, 그 안에서 끊기 힘든 인연을 맺고 있는 자신을 느껴가는 청춘이 그림 그려지듯 모습을 드러낸다.


<선은 나를 그린다>. 마치 한 구절 싯구와도 같은 제목 그대로 담담하고도 심오한 청춘의 내면이 그려 진다. 역자는 그것을 '여백'과 '공백'이라는 단어의 차이로 설명했다. 어설프게 비워져 있는 공백을 의미있는 공간인 여백으로 바꿔내는 인생의 수묵화처럼 말이다.(*)


*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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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살인 클럽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 / 살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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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구급차가 와있는 풍경에 익숙한 동네, 쿠퍼스 체이스 실버타운. 이곳에 그 유명한 '목요일 살인 클럽'이 있다. 정보기관 MI6 출신의 엘리자베스를 필두로 전직 간호사 조이스, 의리로 뭉친 론과 이브라함 등 네 명의 노장들의 활약이 펼쳐 진다.


리처드 오스먼의 <두 번 죽은 남자>는 네 명의 노인들과 그들의 조력자들이 펼치는 드물게 '유쾌한' 미스터리물이다. 언제나처럼 실버타운에 모여 와인을 기울이며 미제 사건을 조사하고, 지나칠 정도로 타인에 관심을 두며 살고 있던 '목요일 살인 클럽'에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서서히 사건은 열리게 된다.


엘리자베스에게 전해진 초대장이 이상한 이유는 바로 '죽은 남자'로부터 온 편지기 때문. 특히나 이 남자는 '살았던 적이 없는 남자'기도 하다. 냉철하고 침착한 엘리자베스는 곧 이 초대장을 보낸 실체를 분석해내고, 전 남편 더글라스가 거대한 사건을 몰고 이곳 실버타운으로 스며들었음을 알게 된다.


악당 중의 악당으로부터 2000만 파운드 값이 나가는 다이아몬드를 빼낸 전 남편. 그러나 곧 남편은 주검으로 발견되고. 다이아몬드와 살인자의 행방을 쫓아 가는 '목요일 살인 클럽'의 활약이 서서히 전개된다.



<두 번 죽은 남자>는 머리통이 날아가는 처참한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이상하게도 읽는이에게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즉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노인-들이 가진 특유의 여유 때문이다. 오히려 유쾌한 수사극의 인상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


이를테면 첫 번째 살해현장으로 와달라는 엘리자베스의 요청에 조이스는 늦은 밤 카디건을 걸치고 나선다. 그러면서 갖는 생각이 재미있다. 덤불 속 동물 소리에 조이스는 자신을 본 여우들이 무슨 생각을 할 지 상상해본다. "저 늙은 여자가 여기 뭐하러 왔을까."


악당 마틴 로맥스의 정원으로 향하는 세 노인이 어느 라디오 채널을 들을 지 의견을 모으지 못해 '스무 고개를 하는 장면, 그들이 '잠잠해지도록' 20분 마다 사탕을 물려주는 버나드의 모습 등 <두 번 죽은 남자>에서 '목요일 살인 클럽'이 보여주는 엉뚱함은 대단하다.



"노인들은 하나둘 씩 죽어가지만 그거야 누구나 마찬가지다. 우리도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을 뜨게 된다. 그러니 죽음을 기다리며 충실히 살아갈 수밖에. 말썽을 일으키고, 체스를 두고, 뭐든 마음에 맞는 일을 하면서." - 버나드


저자는 '목요일 살인 클럽'의 영구 명예 회원이 가진 특징을 책 말미에 잘 설명해준다. '위트와 매력, 다정함, 힘, 장난기와 충성심'이 그것이다. <두 번 죽은 남자>에서 다이아몬드와 살인자를 추적하는 노인들은 바로 '위트와 매력, 다정함, 힘, 장난기와 충성심'을 절대 잊지 않는다. 반전을 거듭하는 <두 번 죽은 남자>의 매력은 엄청난 등장인물에서부터 시작된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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