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주홍색 연구 (양장) - 188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아서 코넌 도일 지음, 공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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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작은 문고판, 단편집 등 다양한 표지와 사이즈를 통해 접했던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 특히나 '비튼의 크리스마스 연감(188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을 그대로 입은 <주홍색 연구(원제:A Study in Scarlet)>는 책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을 준다.


"인류가 마땅히 연구할 대상은 인간이라고 하지 않았소." 미래의 동거인 셜록 홈즈를 만나기 전 그에 대한 기이한 평가를 들은 왓슨 박사의 말은 '홈즈 시리즈'를 즐기는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공감되는 설명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 훗날 그의 조수이자 기록자인 왓슨 박사의 첫 만남이 이뤄지는 <주홍색 연구>는 홈즈가 풀어가는 미스터리 사건보다 '홈즈'의 등장 그 자체가 더욱 관심이다. 왓슨의 표현에 따르면 홈즈의 첫 인상은 이렇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꼬챙이처럼 마른 체형, 날카로우면서 뭔가를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을 가져 전반적으로 신중하고 단호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잉크 자국와 화학약품 얼룩 투성이인 손은 탐정으로서의 덕목을 나타낸다.


문학이나 철학, 천문학 지식은 전혀 없지만 화학, 해부학, 법, 특히 선풍적 문헌지식-사회 이슈- 분야에는 막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검술과 권투에 능하고 바이올린 연주에 특출난 홈즈.


"우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요? 한데 우리가 달 주위를 돈다고 한들 나나 내 일은 손톱만치도 달라지지 않아요." 필요한 지식을 차곡차곡 정돈하고, 새로운 지식을 입력하기 위해서라면 현실에 불필요한 지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홈즈는 말 그대로 '괴짜'의 모습이다.



퇴역 군의관 왓슨과 기꺼이 동거인이 된 홈즈는 브릭스턴가에서 발생한 독극물 살인사건에 관한 의뢰를 받고 본격적인 추리력을 발휘한다. 시신 곁에 남은 복수를 의미하는 독일어 'Rache', 여성용 결혼 반지가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한다. 타고난 직관력과 완벽한 관찰력으로 일찌감치 사건의 본질을 파악한 홈즈는 이 사건에 <주홍색 연구>라는 이름을 붙인다. 


"인생이라는 무색 실타래에 살인이라는 주홍색 실이 엉켜 있고, 그걸 풀어서 따로 떼어 낱낱이 밝혀 내는 게 우리의 의무지요."


런던 경시청의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는 '홈즈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훌륭한 경찰'이다. 그들이 벌이는 나름의 분석과 수사는 홈즈에게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 결국 범인을 지목하고 동기를 밝혀내는 논리적 추론은 홈즈의 몫이다.


미국 사막을 떠돌던 한 남자와 소녀가 모르몬 교도들과 만나면서 시작된 기구한 운명은 결국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 내고, 수십년 인내를 거치며 영국 런던에서 마침내 살인이라는 극단의 결과를 맞이 한다. "나를 살인자로 여길 테지만, 난 여러분처럼 정의를 실행했다고 주장하겠소." <주홍색 연구>는 일부다처제라는 악습을 이어가던 모르몬교 권력자들의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주홍색 연구>는 홈즈와 왓슨, 두 콤비가 보여줄 앞으로의 활약상을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풍자시' 한 구절을 인용하며 예고한다. "사람들이 야유하지만, 난 집에서 돈궤 속의 돈을 생각하며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경찰의 공식적인 수사 뒷편에서 빈틈없이 움직이는 홈즈의 추리와 왓슨의 기록이 바로 우리가 열광했던 '셜록 홈즈 시리즈'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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