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
혼다 데쓰야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흔히 초능력자라고 하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하고, 벽면이나 상자 안을 자유자재로 투시해내고, 아니면 물 속에서도 편하게 숨을 쉬거나 엄청난 스피드로 순식간에 지구를 몇 바퀴 돌아 보이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까.


혼다 테쓰야(誉田哲也)이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원제:増山超能力師事務所)>에 등장하는 초능력사들은 이러한 상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하나의 직업으로서의 '초능력사'일뿐 거창하게 세상을 구하거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영웅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념이 확고한 허세쟁이 소장인 마스야마 게이타로는 1급 초능력사이며, 초능력자들이 떳떳한 사회인으로서 보통 사람들과 어우러져 잘 공존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의 사무소는 말이 좋아 '초능력사 사무소'지 기실 하는 일은 불륜조사나 강아지 찾기와 같은 자질구레한 일을 주로 맡는다.



마스야마를 필두로 2급 초능력사이자 속이 깊은 나카이 겐, '가와구치의 마녀'라는 악명을 벗고 깐깐한 초능력사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스미요시 에쓰코, 갓 초능력사 자격증을 취득한 다카하라 아쓰시,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인턴 직원 우카와 아키요시(아케미로도 불린다), 그리고 초능력자들보다 더 좋은 '감'을 지니고 있는 사무직 오야스 도모에 등이 주요 등장인물.


7개의 에피소드로 엮어진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캐릭터가 매력을 풍긴다. 마스야마의 전 동료인 가와라자키 아키라, 경시청 형사 에노모토 가쓰미 등 조연들은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발화능력, 투시, 독심술, 염심 차단, 물체 매개 감수 등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능력이 바로 '초능력사'로 인정받기 위한 시험 과목이다. 초능력사의 '사'자가 '士'가 아닌 '師'로 정해진 것은 직업씨름꾼(리키시 )로 불릴 오해을 피해야 한다는 여성 초능력자들의 반발때문이란다.



마치 우리 동네 '어벤저스'라 불려도 좋을 만한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는 각각의 사건에서 '초능력'보다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 마음은 읽거나 들여다보는 게 아니야. 헤아리는 거지"라는 도모에 남편의 지적은 그냥 흘린 말이 아니다. 


"초능력사는 저절로 남의 마음을 읽어 상처받고, 보통 사람들은 남의 마음을 몰라 상처받는 군요."

나카이 겐의 말은 쓸쓸함마저 전해 진다.


마스야마 소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초능력자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능력을 제어하는 방법과 현행법을 가르치고, 초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교육해나가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과시하기 위한' 초능력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초능력인 셈이다. 그래서 그들이 설립한 일본초능력사협회(일초협)은 초능력자의 발굴과 등록, 교육을 주축이념으로 삼는다.


혼다 테쓰야의 상상력을 맘껏 즐기다 보면 초능력자에 대한 시선이 부러움에서 측은함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획기적인 능력이라도 제어하지 못하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거나 "초능력이란 게 그렇게 편리한 것은 아니다"는 푸념에 점차 공감하게 된다.


이미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는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다. 가볍고 유쾌한 초능력사들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의 발전을 함께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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