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스페이스
칼리 월리스 지음,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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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의학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의 모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듣는 이야기는

"나 지금 아프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분명히 건강한 사람들이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픈데가 전혀 없는 건강한 사람들은 사라지고

누구나 아픈데 하나쯤 있고

그걸 치료하면 또 다른 부분이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이 잔뜩 생겨난다.

문명과 사회가 고도로 발달해도 이건 어쩔 수 없나보다 


데드 스페이스의 인공지능 전문가 헤스터 말리는 우주선을 덮친 테러로 자기 삶을 완전히 잃는다.

직업도, 커리어도, 집도 잃고

자기 몸의 절반쯤은 기계로 대체했고

그 모든 빚을 갚을 수가 없어서 거대 기업의 보안관으로 살아간다.

인공지능이 관리해야 할 정도로 거대한 우주기지에서

자본의 노예가 되어서 고통을 참고 빚을 생각하며

제 몸을 구경하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의 눈빛을 참고 누르며 살아가는 삶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일같지가 않다.

전쟁이 일어나서 밀가루 값이 오르고 버터 값이 오르고 불경기가 심화됐다.

동네 가게들도 하나씩 문을 닫고 어떤 사람들은 좀 더 큰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서 일을 시작했다. 그 때 사라진 많은 동네 가게들, 사장님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전쟁이나 불경기 모두 가게 사장님들이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는 운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전쟁을 일으켰고 더 큰 부자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갑자기 테러를 당한 헤스터처럼 모든 걸 참아내며 어딘가에서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은 일에 던져지게 되기도 하는 거다.


갑자기 바뀐 몸은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고 헤스터를 비참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헤스터는 계속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그나마 있던 친구를 잃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신념을 조롱하는 녀석도 발견하게 된다.

헤스터 대신 내가 대신 때려주고 싶은 녀석도 나타났다.

헤스터는 고통을 온몸으로 발산한다. 그래도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묵묵하게 사건의 해결을 위해 나아간다.

속으로는 불평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헤스터는 AI전문가다. 그가 전문가로 일을 하든 하지 못하든 상관없다.

결국 헤스터는 전문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진단하고 

살인으로 불거져나온 세상의 균열을 목도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전문가적 신념으로 세상의 균열 앞에 서게 된다.


SF 스릴러로 필립 K.딕을 수상한 작품답게 SF로서도 스릴러로서도 훌륭하다. 많이 읽다보면 둘 중의 하나만 간신히 도달하는 작품들도 있는데 데드 스페이스는 읽고 나서 그 균형감각에 놀라게된다.

살인 사건과 같은 미스테리한 부분과 AI같은 기술을 혼합해서 능숙하게 다루는 산뜻함에서는 쿼런틴이 생각나고

스릴러적으로 스피드있게 진행하는데에서는 식스웨이크

AI에 대한 고민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생애주기

정치역학에 대한 고민에서는 바스라그 연대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 모든 게 한 권에 균형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각 파트마다 느낄 수 있는 스릴의 고점이 균형적으로 있다.

상받는 작품은 확실히 균형감각이 좋다는 걸 기분좋게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테러로 인한 전문가 실직의 과정

스릴러로서 보여주는 과감하고 단호한 전개

삶이 준 고통에 굴복해서 작아진 인간이 다시 사건을 해결하면서 끝으로 나아갈 때 보여주는 멋진 모습

기술이 인간을 아주 많이 대체하게 된 세상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AI에 대한 태도와

그 태도가 가져오는 미친 결과들

이 모든 걸 데드 스페이스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칼리 월리스의 작품은 데드 스페이스로 처음 읽어본 건데 너무 괜찮아서 다른 작품도 빨리 읽어 볼 예정이다. 가장 쉽고 빠르게 읽어볼 수 있는 건 이북으로 나와있는 구원의 날 인 것 같다. 재밌는 책을 또 하나 알게 되어서 기쁘다.


-서평이벤트로 <데드 스페이스>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남들의 시선은 익숙했다. 역겨운 소수의 갈망과 질투든, 그 외 다수의 경악과 공포든. 무례한 질문도 익숙했다. 느낌이 어때요? 아파요? 이건 아직 느껴져요? 뇌도 건드리게 뒀어요? 왜 가만히 있었어요? 네, 아파요. 네, 느껴져요. 아니요, 뇌를 바꾸지는 않았어요. 몸만 건드렸고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부 익숙했다. 어쨌든 그 과정에서 내가 못쓰게 되지는 않았으니까.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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