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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인 더 미러 ㅣ 도트 시리즈 3
황모과 지음 / 아작 / 2023년 12월
평점 :
뇌사 판정을 받았던 남편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그런데 싫지않아.. 오히려 좋아.
너무 발전된 과학기술은 마법 혹은 무속이나 다름없다.
폭력적이고 자기 고집이 세고 아내를 별로 이해해주지 못했던 남편이
바뀐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과학의 이름으로는 경이로움이지만
아내의 눈에는 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아내에게도 사실은 비밀이 있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실행되는 의학이나 어떤 종류의 기술들은
결국 이득이 된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도움이 되지만은 않는다.
어떤 때에는 생명만 되돌려주다뿐이지 가족의 존재 자체를 앗아가기도 하고
돈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의 뇌와 연결하여 뇌사자를 살려내는 브레인 페어링이나
진취적인 태도를 갖게 해준다는 마인드 셋-부스팅 모두 엄청난 기술이지만
그 사이에 생겨나는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의 의지는 모두 의미없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다소 무기력했던 이해가 한 엄청난 선택은 아주 감명깊었다.
그리고 이해의 진정한 동반자인 주희의 선택도 재미있었다.
직장에서 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내가 이 안에서 그냥 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해서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만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게 괜찮은 게 아니라 부품이 된 것 같은 느낌과 허망함.
그렇지만 황모과의 시선은 기술이 만들어낸 폐허 안에서도
사람이 살아가고 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육체라는 아주아주 개인적인 공간까지도
사고팔 수 있는 대상화된 것으로 변화하게 되는 미래가 오더라도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아마도 미래의 우리도 괜찮지 않을까?
에블바리 인 더 미러!
어쩌면 미래의 우리는 아주 작은 공간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서로의 거리를 지키면서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황모과의 작품들중에 제일 재밌었다!
온갖 상상을 하다 보니 이젠 마치 제가 누워 있는 것처럼 생각됐어요.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고 강제로 결박되어 있다니, 그게 나라고 생각하니 몹시 슬펐어요. 무슨 일이든 해보고 싶었어요. 당신의 선택을 돕고 싶었어요. 만약 당신이 죽고 싶다고 말한다면 죽게 하고 싶었고 당신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 살게 하고 싶었어요. 제가 할 수만 있다면요.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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