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정말 니가 찍었어? - 결정적 감동의 디지털카메라 촬영 노하우!
박유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기대에 비해서 실망이 컸다. 적어도 이 책에선 디카의 고급 테크닉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처음 디카의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더구나 초보라 할 지라도 굳이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책의 내용은 디카를 샀을 때 따라오는 메뉴얼의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 메뉴얼만 꼼꼼히 읽어도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을 소화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메뉴얼에 예제 사진을 많이 첨부한 수준'이라고 이해한다면 정확하겠다.

책에 부록으로 따라온 공짜 인화권의 액수가 책값에 버금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굳이 손해를 봤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역시 책 자체만을 본다면 그다지 매력있다고 보기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만난 책 중 손꼽히는 좋은 책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박재동 화백의 그림도 반갑거니와 걸출한 10명의 만화가가 각각의 작품에서 내뿜는 주제의식과 또렷한 개성이 묵직한 향기로 다가오는 수작이다.

<십시일반>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잔인하고 야만적인 곳인지 낱낱히 고발하고 있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 사회의 가치관과 양식의 수준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때, 오로지 돈에 대한 욕구만을 위하여 고도성장의 길을 쉬지 않고 달려온 한국 사회가 과연 발전이나 진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는 처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모 텔레비전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의 발상 자체야 착하고 아름다운 것일 테지만 상봉한 가족들에게 '한국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고 말하며 눈물짓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훑어내리는 카메라는 과연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화면 하단에 새겨지는 '친절한 한국인', '고맙습니다. 한국인' 등의 문장을 보며 양심 한구석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십시일반은 그렇게 한 꺼풀 가리워져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과의 관계를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아프게 폭로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비단 외국인 노동자 문제 뿐 아니라 감추고 싶은 우리의 어두운 부분을 거리낌없이 공개함으로써 진정한 문제 해결에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발간함으로써 한국의 양심을 증명해준 10명의 작가와 창비, 국가인권위원회에 감사하며, 제발 이 책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을 갖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시대 당쟁사 1 - 사림정치와 당쟁 : 선조조~현종조
이성무 지음 / 동방미디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시대 당쟁사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익히 알려져 있는 동인, 서인, 남인, 북인 외에도 노론과 소론, 시파와 벽파, 한당과 산당 등으로 세분화될 뿐 아니라 나뉘어진 기준이 학파에 따른 것일 때도 있고 정치적 입장에 따른 것일 때도 있다보니, 소속 학파에 따라 극렬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상이한 집단의 사람들이 정치 입장에서는 같은 정파에 속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는 일제 시대 이후 한국인들의 저급한 민족성이자 망국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며, 그러한 시각의 편린은 지금까지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당쟁과 관련한 부정 일변도의 평가를 단호히 거부한다.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정파가 존재하고 각 정파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비판과 견제를 통해 경쟁을 한다는 면에서 당쟁은 민주주의 정당정치형태와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선이 멸망할 시점에서의 정치형태는 세도정치인데 이는 당쟁의 건강한 비판, 견제 능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망국의 책임을 묻는다면 오히려 당쟁을 종식시키고 모든 권력을 한 가문에 집중시켰던 세도정치에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그동안 묻혀있던 당쟁의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기 위해서 당쟁이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면까지 눈감고 있지는 않다. 다른 당파와의 극단적인 대립, 유교적 형식주의에의 과다한 집착, 수차례 되풀이된 피의 복수 등은 당쟁이 대단히 소모적인 행태를 띄고 있음을 명백하게 증거하고 있다.

<조선시대 당쟁사>는 선조 대부터 고종대까지의 정치사를 대단히 잘 정리해 놓은 대중서다. 가벼운 마음으로 두 권의 책을 읽어 내려가면 TV 드라마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조선 중후기 정치사의 깊숙한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름난 유학자들간의 인간 관계나 개인적인 성정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즐거운 경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삼국지 - 상
주대황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고에이사에 만든 삼국지 게임이 있다. 필자는 삼국지2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발매된 삼국지 시리즈를 모두 플레이해 본 경력이 있다. 반삼국지는 바로 그 삼국지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반삼국지에서는 기존의 삼국지의 내용은 완전히 무시되고 제갈량과 방통이라는 당대 제일의 모사들과 최고의 무력수치를 자랑하는 오호장군을 거느린 유비의 촉한이 삼국통일을 완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만한 결말이기는 한데, 문제는 소설로서의 재미가 최악에 가깝다는 것이다.

유비의 군대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백전백승이다. 이러니 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이길 것을 뻔히 아는 전투 장면이 무슨 재미가 있단 말인가. 스코어를 알고 야구경기, 축구경기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제목을 ‘反삼국지’라 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기존 삼국지의 캐릭터들을 비꼬고 뒤집고 풍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재창조해보는 것이 신선하고 의미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반삼국지의 작가는 기존 삼국지의 캐릭터에서 티끌만큼의 변화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원래 삼국지에서 유비에게 부정적이었던 사건들을 죄다 긍정적인 사건으로 바꿔치기하고 있을 뿐이다. 서서도 조조에게 가지 않고, 방통도 죽지 않으며, 관우와 장비도 통일의 그 순간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다. 이것이 삼국지 독자들이 간절히 바래왔던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비극이 없어지니 드라마도 없어졌다. 드라마 없는 문학이 과연 문학이라 불리울 수 있는가? 저자 약력을 살펴보니 과연 이 사람은 제대로 문학수업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

반삼국지는 분명 삼국지 독자라면 누구나 상상했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관우와 장비의 가슴 아픈 죽음이 있기에, 그리고 유비와 제갈량의 분통한 실패가 있기에 삼국지의 문학적 가치와 감동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삼국지도 그렇고 후삼국지도 그렇고, 원작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는 속설은 영화뿐 아니라 소설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1 - 도원에서 맺은 의리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애초에 황석영 삼국지가 주목받았던 것은 대표적인 보수 문인 이문열에 의해서 천하통일되다시피한 삼국지 시장에 진보 성향의 문인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황석영에게 민중 중심적인 시각의 삼국지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황석영도 책을 내면서 자신은 민중들이 지지했던 촉한정통론의 해석을 유지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위와 같은 일련의 모습은 그 자체가 넌센스다. 삼국지는 애초부터 영웅주의 사관으로 똘똘 뭉친 소설인 것이다. 걸출한 영웅이 창을 휘두르며 머릿수만 많은 잡졸들의 목을 뎅겅뎅겅 자르면서 적진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 하층민과는 전혀 상관없는 상류 귀족층의 사람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음모와 배신 등으로 정치적 대결을 하는 모습 등이야말로 삼국지의 본령이다. 이런 소설에서 민중적 시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아닌 말로 관우, 장비의 창칼에 목이 떨어져나간 일개 병사의 애환이라든지,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한 가혹한 세금에 고생하는 민중의 생활상에 주목하고 있다면 과연 거기에서 삼국지다운 맛이 살아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민중 문인 황석영이라도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와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철저히 원본에 따른 정확한 해석'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가 밝힌 '민중들은 원래 하층민 출신의 유비 형제들을 중심으로 한 촉한정통론을 선호했다'는 류의 이야기는 이문열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억지성 발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혹은 자신이 민중 중심적 시각의 삼국지를 쓸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언론과 대중에 대한 해명성 발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 나온 황석영의 삼국지는 썩 괜찮은 물건이다. 번역에도 큰 무리가 없는 듯하고, 무엇보다 책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이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하며 독서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황석영 삼국지의 화두가 '민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나왔던 어떤 삼국지보다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정도면 소비욕구의 자극이라는 면에서 이문열의 삼국지보다 훨씬 우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과연 황석영이 이문열이 쌓아놓은 삼국지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지켜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