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삼국지 - 상
주대황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고에이사에 만든 삼국지 게임이 있다. 필자는 삼국지2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발매된 삼국지 시리즈를 모두 플레이해 본 경력이 있다. 반삼국지는 바로 그 삼국지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반삼국지에서는 기존의 삼국지의 내용은 완전히 무시되고 제갈량과 방통이라는 당대 제일의 모사들과 최고의 무력수치를 자랑하는 오호장군을 거느린 유비의 촉한이 삼국통일을 완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만한 결말이기는 한데, 문제는 소설로서의 재미가 최악에 가깝다는 것이다.

유비의 군대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백전백승이다. 이러니 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이길 것을 뻔히 아는 전투 장면이 무슨 재미가 있단 말인가. 스코어를 알고 야구경기, 축구경기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제목을 ‘反삼국지’라 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기존 삼국지의 캐릭터들을 비꼬고 뒤집고 풍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재창조해보는 것이 신선하고 의미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반삼국지의 작가는 기존 삼국지의 캐릭터에서 티끌만큼의 변화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원래 삼국지에서 유비에게 부정적이었던 사건들을 죄다 긍정적인 사건으로 바꿔치기하고 있을 뿐이다. 서서도 조조에게 가지 않고, 방통도 죽지 않으며, 관우와 장비도 통일의 그 순간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다. 이것이 삼국지 독자들이 간절히 바래왔던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비극이 없어지니 드라마도 없어졌다. 드라마 없는 문학이 과연 문학이라 불리울 수 있는가? 저자 약력을 살펴보니 과연 이 사람은 제대로 문학수업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

반삼국지는 분명 삼국지 독자라면 누구나 상상했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관우와 장비의 가슴 아픈 죽음이 있기에, 그리고 유비와 제갈량의 분통한 실패가 있기에 삼국지의 문학적 가치와 감동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삼국지도 그렇고 후삼국지도 그렇고, 원작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는 속설은 영화뿐 아니라 소설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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