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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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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인 유전자》의 뒤를 잇는 리처드 도킨스의 역작이다. 전작과 같이 파천황적인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 전작의 내용을 꼼꼼하게 보충설명해 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의 핵심은 창조론의 핵심 논거를 논파하는 데에 있다. 그는 창조론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생물처럼 비할 데 없이 복잡한 존재가 과연 설계자도 없이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의 해답을 제시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대답은 당연히‘그렇다’이다. 그는 창조론자들이 ‘느리게 차근차근’ 이루어지는 진화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터무니없이 긴 지구의 나이와 철저히 점진적인 단계를 거치는 진화의 시스템을 결합한다면 無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이 아니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그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모의 진화 실험을 제시한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창조론 뿐 아니라 진화론 내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하여 상세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본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던가. 《이기적인 유전자》의 강렬한 충격을 기억하는 내 기대에는 약간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눈 먼 시계공》 역시 그 자체로 대단히 매력적이고 훌륭한 저서임에 틀림없다. 리처드 도킨스 특유의 명쾌함과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하는 책이지만, 창조론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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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역사철학자들 - 토인비에서 월러스타인까지
임희완 지음 / 건국대학교출판부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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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독자적인 觀이 담겨 있다기 보다는 서양의 여러 역사 철학자들의 주장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새무엘 헌팅턴, 이마뉴엘 월러스틴 등 여러 역사철학자들(과연 역사철학자로 부를 수 있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의 주장을 잘 요약해 정리해 놓았다. 앞서 열거한 이들의 원저를 읽어보기 전에 가볍게 예습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으면 개념을 잡는데 도움이 될 듯 싶다.

  그런데 책의 제목이기도 한‘20세기의 역사철학자’의 선정 기준을 확실히 모르겠다. 우선 미국 학자 위주로 선정되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어째서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로 불리웠던 아날학파의 대가 브로델(프랑스)이나 미시사의 창시자 진즈부르그(이탈리아) 같은 이들의 역사 철학이 소개되지 않은 것일까? 그에 비해 내가 보기엔 지극히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는 기독교적 역사철학을 표명한 니부어가 당당히 하나의 장을 차지하는 인물로 실려 있다. 전적으로 나의 무지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새무엘 헌팅턴의 비판자라는 뮐러의 경우도 과연 브로델이나 진즈부르그 등을 제쳐 놓을 수 있을 만큼 역사철학의 분야에서 비중있는 인물인지 의심스럽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역사철학들은 역사학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치외교학’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어쩌면 이 책은 20세기 역사철학자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의도에 의해 저술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역사철학과는 무관하게 관심 분야를 공부하면서 만들어 놓은 연구노트를, 그냥 묵히기 아까워 책으로 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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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론 현대사상의 모험 10
에릭 홉스봄 지음, 강성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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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위대한 역사가 반열에 올라선 홉스봄이 수십년 간 각지에 기고한 에세이, 강연록 등을 모아 만든 책이다. 다루고 있는 주제의 탓일 수도 있고 번역의 탓일 수도 있는데, 책의 전반부 3분의 1 가량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지점을 넘어서면 문장들이 비교적 쉽고 매끄럽게 풀어져 있어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홉스봄은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가 학계에서 맹위를 떨치던 50~60년대 자신을 비롯한 동료들의 활약에 대하여 명백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다가 80~90년대에 들어서 세계적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하며 자신이 평생을 바쳐 옹호했던 체제의 실패에 고통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라는 정체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마르크스의 이론이 이제 낡은 것이 되었을지언정,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래로 나아가는 지침일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홉스봄은 마르크스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며, 후속 세대는 결코 마르크스에게 종속되지 않고 그를 넘어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한다.

  홉스봄이 지향하는 역사학은 종합적인 역사학이다. 그는 훌륭한 역사학자가 되기 위해서 다른 분야 학문들의 방법론과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역사학은 모든 인문사회과학들을 망라하는 종합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아날 학파의 방식에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또한 미시사와 거시사의 대립을 부정하고, 둘을 각각 망원경과 현미경에 비유하면서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망원경과 현미경은 기술적 선택의 문제일 뿐, 망원경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배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포스트 모더니즘의 상대주의적 관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으며 비판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이 내세우는 상대주의는 명백한 실재를 거부하며, 현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재판 과정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 그리고 피고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에 벌어졌던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증거 수집과 판단 과정이지, 포스트 모던적 상대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홉스봄은 날카로운 안목으로 현 시대 야만성의 유래를 설명하고 20세기 시기 구분의 분절들을 짚어준다. 또한 그 자신이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임을 당당히 표방하면서도 냉전을 종교 전쟁에 비유하며 상대진영에 대한 맹목적 악마화를 비판한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균형 감각과 학문적 깊이는 분명 존경받을 만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대가의 풍모라고 칭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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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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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쉽고, 이렇게 정곡을 찌르는 경제학 책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장하준, 정승일 교수와 이종태 기자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어체를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쉽게 죽죽 읽어나갈 수 있다. 쉽게 읽힌다고는 하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저명한 경제학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장하준, 정승일 교수의 말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경제 정책은 잘못된 진단에 기반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재벌을 배척하며 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치명적인 오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아직 성장이 필요한 나라에서는 재벌이 나름대로 순기능을 하는 면도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의 깃발 아래 정부의 개입이 거부되고 외국 금융과 투자가들이 몰려들어 금융산업 위주의 기업 운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선진국들이 권유하는 ‘선진적 경제 시스템’은 선진국들에게나 유용한 것일 뿐 개발도상국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정신이 번쩍 드는 지적을 해주고 있다. 쉽고 명쾌하지만 동시에 생각할 지점 역시 많이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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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제국주의 - 오리엔탈리즘과 중국사
폴 코헨 지음, 이남희 옮김 / 산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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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헨이 저술한 "학문의 제국주의"는 미국에서 이뤄지는 중국사 연구에 대한 사론을 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행해지는 전통적인 중국사 연구는 철저히 중국을 타자화한,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것이다. 내용에 따라서 세 종류의 패러다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첫번째는 '충격과 반응', 두번째는 '근대화론', 세번째는 '제국주의론'이다.


'충격과 반응'의 핵심은 중국 근대사가 능동성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충격에 대해서 수동성으로 대표되는 중국이 반응한 결과물이라는 개념이다. 이를 바탕으로 '근대화론'이 구성되는데, 서양의 충격이 있기 전의 중국은 변화와 개혁이 전무한 정체된 사회였고, 서양의 자극으로 비로소 근대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번째 제국주의론은 '근대화론'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의 입장에서 제기되었는데 서양이 감행한 자극은 오히려 중국의 근대화를 방해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코헨은 위의 세 입장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세번째 제국주의론은 기존의 '근대화론'과

대립각을 세우며 형성한 이론임에도 서양의 자극 이전의 중국을 정체된 사회였다고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화론과 같은 기반 위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코헨이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방법론은 중국사를 내부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자료들을 실증적으로 검토해 보면 중국의 역사는 결코 정체된 것이 아니었고, 중국 근대사의 전개 과정에 있어서 서구의 역할은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어 왔다는 것이다.


외부자 -그것도 우월감을 바탕으로 대상자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 의 시각 대신 내부자의 시각을 반영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타당하다. 적절한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코헨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근대의 성립 요건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서구의 자극이 중국 근대사 전개에 미친 역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중국사의 자체적인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그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서구의 자극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중국의 내부적 변화는 산업화와 민주정 확립으로 대표되는 근대화로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는가? 즉, 서구의 자극이 없더라도 중국이 자본주의화의 길을 걷거나 더 나아가 사회주의 혁명을 수행했을 수 있었다고 보는가? 혹 ‘자본주의와 민주정의 확립’을 근대의 요건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서구 체제의 우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런 편견에서 벗어난 근대상은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걸어보지 못한 길의 풍경을 묘사해보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독자적으로 걸어가려 했던 역사의 방향성에 대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서구의 충격이 지니는 역사해석상의 무게를 덜어내는 행위는 자칫 무책임한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섬세하고도 실증적인 자료 분석을 통해 극복해야 할 난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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