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다녀 왔다.
파란 하늘이 드높고 가을 바람이 살랑대며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아주 좋은 날씨에
지하철을 타고 서울 나들이[?]를 떠나려니 어찌나 마음이 설레던지.
그런데 사실 며칠 전부터 걱정이 되었던 것은..
혹시나 테러가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그런 허무맹랑한 걱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테러의 가장 최적의 목표지점이 될 만한 서울역과 시청.. 쪽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사실 이게 아무런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닌 것이,
몇 일 전 뉴스에서 이라크가 우리나라를 테러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는, 우리나라 공항으로 입국한 이라크인 2명이 행방 불명 되었다는 소식.
나를 두려움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그래. 뭐 아무튼;
음악회 한 번 가려 해도 테러의 위협에 걱정해야만 하는 이런 무서운 세상.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고, 지금 나는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는 것.
그나저나 오늘 음악회는 정말 멋졌다.
호암 아트홀에서 했는데, 나로서는 처음 보고 듣는 해금과 비파 연주가,
정말,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무형문화재라는 해금 연주자 김애라씨[?]와, 중국출신인 비파 연주자 팅팅.
그리고, 일본의 어느 밴드.
서로 어우러 져서 내는 소리가 어찌나 멋있던지.
저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하며 사는 삶은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생각에
참, 그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해금과 비파는 정말.. 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뭐 이런 악기들은 저리가라 였다.
글쎄; 내가 오늘 처음 들어본 악기라서 신기해서 그럴런지는 모르지만,
그 현의 울림이 만들어내는 강하고 또 섬세한 소리는 말로 형언할 수가 없었다.
나도 해금이나 배워 둘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아무튼 역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오늘 배운 것은, 내가 정말 행복하다는 것이다.
서울역에는 노숙자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걸어갔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뭐, 씻거나 하는것은 상상도 못하고, 매 끼니 걱정을 해야하는 생활을 하며
지하철 바닥에 누워서 자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에 비하면 나는 잘 씻고, 먹고, 편히 자고 학교도 다니면서 인생무상을 느끼니, 어쩌니 하다니,
참, 내가 행복에 겨웠지..
그들이 누워있는 앞에 분식집에서 우동, 김밥등을 우적우적 먹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왠지;;
아무튼 오늘 하루. 참 즐겁고, 보람 있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