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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역사, 아버지
우일문 지음 / 유리창 / 2019년 1월
평점 :
"시시한 역사, 아버지(우일문,유리창)"
최근에 출판된 책 한 권이 나를 울렸다. 유리창에서 나온 “시시한 역사, 아버지”라는 책이다.
역사에도 시시한 역사가 있고 거창한 역사가 있다는 말인가? 아버지도 시시한 아버지가 있고 대단한 아버지가 있다는 말인가?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버지와 서먹서먹한 관계다. 나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내 아이들은 지금도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저자는 아버지(1932년생)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야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묻기 시작한다. 저자가 아버지에 대해서 아버지로부터 들은 것은 인민군 부역자 딱지가 붙어서 공무를 담임하지 못했다는 회한에 찬 눈물 섞인 목소리였다. 저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행장 한 장을 완성했을 뿐 아버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 뒤로 어머니, 숙부 등으로부터 들은 단편적인 내용을 엮어서 이 책을 저술했다. 아버지가 국가로부터 받은 것은 모멸과 조롱뿐이었다.
아버지는 18세에 의용군에 차출되어 포로로 잡혔다가 포로수용소에서 민간인 억류자로 석방된 것이 전부인데, 부역자꼬리표가 붙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부역자 꼬리표를 떼려고 군대에 가서 36개월을 근무하고 전역했어도 부역자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서 울분에 찬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아버지는 늘 화난 표정으로 세상을 살았던 것이다. 자기를 버린 국가를 원망하면서, 두려워하면서 말이다.
‘조선시대 노비는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면 면천을 하거나 벼슬을 얻기도 했는데’, 국가의 개돼지 취급을 받은 아버지의 절망과 좌절을 알고 나서, 저자는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이 책은 아버지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겹쳐진다. 아버지는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아들인 저자는 국가와 불화했다. 아니 권력과 맞짱을 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저자의 한숨과 눈물은 나의 것이기도 하다. 나는 지난 32년 동안의 교직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이 책은 생애사를 정리하고 싶은 나의 욕망에 불을 질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생애사 쓰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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