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 자, 오늘은 뭘 먹어 볼까?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아베 미치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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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51가지 소울푸드로 만나는 고로상의 세계

‘일본의 국민 아저씨’, ‘국민 밥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을 연기한 배우이자 감독, 마츠시게 유타카

저에게는 문어 모양으로 자른 빨간색 소시지를 좋아하는 심야 식당의 야쿠자 보스 '켄자키 류'로 익숙한 배우였어요.

심야 식당에서는 야쿠자 보스 치고는 사람이 정의(?)롭고 따뜻한 면모를 가진 조금 조용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면,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서는 더욱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죠.

처음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를 접했을 때,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특별한 스토리 없이 홀로 일하고, 식당을 찾아가 고민 끝에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음미하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라니....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에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식당을 고르는 작은 망설임 속에서도, 음식을 맛보는 순간의 행복 속에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겠죠?

어느새 저도 함께 식탁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고, 때로는 제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가끔은 아빠의 모습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함께하다 보니 마츠시게 유타카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애정도 많이 커졌던 것 같아요.

일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습에 반갑기도 했고, 다른 드라마들도 찾아보게 되었고, 이젠 배우로써도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건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죠.



 


이 책은 마츠시게 유타카가 여성지에 연재했던 '먹는 노트'라는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

음식에 대한 에세이를 연재하는 걸 몰랐는데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살짝 아쉽긴 했어요. 직접 연재되는 잡지를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책 속에는 마츠시게 유타가가 직접 선정한 51가지 소울푸드가 담겨 있는데,

50개도 아니고 51개라는 점에서 왠지 고로상다운 고집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에세이는 음식 이야기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음식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마치 일본인 친구가 자신만의 맛집과 인연이 있는 음식을 소개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문화적인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한층 더 일본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죠.

책의 목차도 재밌었는데요.

안주, 고기와 생선, 일품요리, 면류, 밥·국물요리, 디저트, 기념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사실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상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안주가 첫 번째 챕터라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술을 못 마시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하필이면 그 처음이 안주라니! 너무 재밌지 않나요?

참고로 마츠시게 유타카는 원래 소식가에 애주가라서 처음엔 많이 고생했지만,

50대부터 금주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점까지도 고로상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기념품에는 계피맛 간식이랑 민트맛 간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왜 기념품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것 같은 고로상이

사실 아스파라거스를 싫어했다는 것이 정말 의외였습니다.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랬고 지금은 아내분 덕분에 즉석에서 조리된 건 먹을 수 있는 것 같지만

통조림은 지금도 먹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하지만,

만약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 못 먹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저 역시 향이 강한 채소들은 몸이 받아주질 않아서,

입에 넣고 씹으면 본능적으로 웩 하고 구역질이 올라와서 뱉어버리기 때문에 그 느낌을 잘 알거든요.

특히 미나리, 달래 같은 채소들은 정말 쥐약입니다.

사람들은 그냥 편식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가 않아요.

그냥 씹지를 못하고, 삼키질 못합니다. 몸에서 그냥 반응이 나오는 거라서 안되더라고요.

솔직한 심정으로 사람들이 먹지 않는 것과 진짜 못 먹는 것의 차이를 좀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하고 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기교 없이 솔직하게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 음식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습니다.


고독한 미식가가 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마츠시게 유타카가 왜 고로상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배우였는지도 알 수 있었죠. 이제는 단순히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살아내고 있다고 할까요?

책의 일러스트를 맡아주신 일러스트레이터분과의 대담 속에서 나온

'나이 먹은 할아버지가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이야기'라는 마츠시게 유타카의 말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것도 아니고 진짜 그 마음을 그대로 담았다는 느낌이 강했고,

제가 느낀 것도 그랬으니까요.

최근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개봉했고, 마츠시게 유타카는 감독으로도 데뷔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로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직접 연출과 각본까지 참여했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는 않았는데요.

오히려 마츠시게 유타카가 표현하는 고로상은 지금까지보다 더 깊고 풍부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도 막을 내릴 순간이 오겠죠.

물론 새로운 배우가 고로상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겠지만,

마츠시게 유타카만큼 이 역할이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마츠시게 유타카가 고로상으로 남아, 멋지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고독한 미식가를 사랑하는 모든 밥 친구들이 같은 마음이겠죠?

저는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먹는다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끼니를 자주 거르는 편이고 음식에 대한 애착이 그렇게 크진 않은 편이에요.

솔직히 배는 도대체 왜 고픈 거지?라는 귀찮음까지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식사 자리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혼밥을 하는 걸 많이 좋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시간에 맞춰서 먹는 건 너무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고로상과 함께하는 식사는 언제나 따뜻하고 즐거웠어요.

편하고 여유롭게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가끔은 고로상이 먹는 모습에 그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먹었던 적도 있었죠.

제가 유일하게 함께 밥을 먹으면서 편할 수 있었던 혼밥 친구,

앞으로도 이 소중한 밥 친구와 오래도록 즐거운 식사 자리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고, 마츠시게 유카타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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