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츠시게 유타카가 여성지에 연재했던 '먹는 노트'라는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
음식에 대한 에세이를 연재하는 걸 몰랐는데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살짝 아쉽긴 했어요. 직접 연재되는 잡지를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책 속에는 마츠시게 유타가가 직접 선정한 51가지 소울푸드가 담겨 있는데,
50개도 아니고 51개라는 점에서 왠지 고로상다운 고집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에세이는 음식 이야기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음식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마치 일본인 친구가 자신만의 맛집과 인연이 있는 음식을 소개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문화적인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한층 더 일본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죠.
책의 목차도 재밌었는데요.
안주, 고기와 생선, 일품요리, 면류, 밥·국물요리, 디저트, 기념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사실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상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안주가 첫 번째 챕터라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술을 못 마시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하필이면 그 처음이 안주라니! 너무 재밌지 않나요?
참고로 마츠시게 유타카는 원래 소식가에 애주가라서 처음엔 많이 고생했지만,
50대부터 금주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점까지도 고로상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기념품에는 계피맛 간식이랑 민트맛 간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왜 기념품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것 같은 고로상이
사실 아스파라거스를 싫어했다는 것이 정말 의외였습니다.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랬고 지금은 아내분 덕분에 즉석에서 조리된 건 먹을 수 있는 것 같지만
통조림은 지금도 먹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하지만,
만약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 못 먹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저 역시 향이 강한 채소들은 몸이 받아주질 않아서,
입에 넣고 씹으면 본능적으로 웩 하고 구역질이 올라와서 뱉어버리기 때문에 그 느낌을 잘 알거든요.
특히 미나리, 달래 같은 채소들은 정말 쥐약입니다.
사람들은 그냥 편식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가 않아요.
그냥 씹지를 못하고, 삼키질 못합니다. 몸에서 그냥 반응이 나오는 거라서 안되더라고요.
솔직한 심정으로 사람들이 먹지 않는 것과 진짜 못 먹는 것의 차이를 좀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