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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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심리 묘사, 자극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심리 서스펜스

최근에 다양한 소설을 읽고 있지만 역시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들은 예전에 나온 클래식 소설들이나 정통성 있는 소설들인 것 같아요

요즘 나오는 소설들은 확실히 그 개성들이 다양해졌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들은 조금 안정적인 소설, 뻔하지만 틀에 박혀도 익숙한 소설을 선호하는 것 같거든요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 안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면 뽐내고 있습니다 그 매력이 좋은 것이고요

그래서 오늘은 클래식 추리 소설을 가지고 오게 되었어요 클래식 추리 소설의 읽어버린 보석!이라는 문구가 굉장히 크게 와닿았거든요

얼마나 멋지고 황홀한 책이길래 이런 문구가 붙었을까라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가지고 온 책은 바로 '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라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1934년 작품으로 출간된 지가 무려 90년이 된 작품인데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인 레이먼드 챈들러가 최고의 서스펜스 작가라고 극찬까지 했었다고 해요

명작인 만큼 클래식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분들은 꽤 많이 알고 계신 작품일 것 같았습니다

이 소설은 누가 범인인지를 중점으로 찾아내는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과는 다르게

그 사람이 왜, 어째서 범인이 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이게 홀딩 작가님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처음 시작부터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변화와 행동을 세세하게 따라가면서 보여주니까 마지막까지 범인에 집중하기보단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등장인물들 그 자체에 집중해서 글을 따라가면서 읽게 되고 그만큼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휴가 가진 통찰력과 판단력은 사건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스토리를 매끄럽게 이어가는 역할도 함께 했다고 봤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라면 매력적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스토리를 가장 많이 이끄는 델란시나 사건을 뚫어보는 휴의 캐릭터가 좋았던 것 같네요




 

이 소설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로버트가 어느 날 엘시라는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살인 계획을

자신의 친한 친구인 델란시에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아주 우습게도 그 이후 로버트의 아내인 로절린드가 수영을 하러 나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오죠

이런 모든 상황을 목도한 델란시는 혼란에 빠집니다 친구가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한 뒤에 아내가 죽어버렸으니 당연히 내 친구가 그런 걸까?라는 생각을 할 테니까요

하지만 델란시는 곧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과 동시에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한 의문도 느끼게 되며 점점 그들의 일상은 꼬여만 가는데요

과연 로버트는 델란시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진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것일까요? 델란시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오게 될까요?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평범한 두 쌍의 커플입니다 이들은 정말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 숨겨진 이야기가 존재하죠

심리 누아르라는 장르답게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이면이나 감정들을 꽤나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이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들의 상황을 직접 겪어본 것처럼 심리적인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는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감정 이입을 했었거든요



 

델란시의 아내는 델란시보다 연상으로 남편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쉽게 말해서 의부증 같은 스타일 아니 의부증 그 자체인데요 저조차도 그런 행동을 보면서 정말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그녀 몰래 바람을 피운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그런 확신을 하게 할 수가 없었다.

이 구질구질한 일화를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그녀에게 아부하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그녀의 '용서'를 받는 것이었다.

"난 그 사람이나 로절린드를 한 번도 좋아했던 적이 없어.

난 내가 느끼지 않는 걸 느끼는 척하지는 않을 거야.

그런 건 당신이나 해. 내 인생은 끝장이 났어.

난 당신한테 모든 걸 다 줬어. 사랑과 신뢰를 모두 말이야.

그런데 당신은 날 배반한 거야. 그 건방지고 무례한 작은 멍청이 때문에."

"도대체 당신 같은 여자에게 누구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그가 소리쳤다. "난 그녀와 거의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살 수가 있는 것인지 제 눈으로 글을 읽으면서도 경악스러웠고 델란시가 견디다 못해 아내에게 내던진 말들 역시도 참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사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라는 적이 정신병의 일종이라고는 하던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매번 용서를 구해야 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게 반복된다면 그 대상자 역시도 정신병에 걸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만약 저 상황에서 델란시가 아내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저게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폭력이 지속되어서 일어난 일이니까

나름 '정당방위'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을 정도로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결국 모두가 친밀하게 엮인 관계입니다 그래서 서로를 가장 믿고자 하면서도 가장 먼저 강하게 의심하게 되죠

두 가지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점점 그런 감정들은 심화가 되어버리는데 등장인물들의 감정 선과 심리 묘사를 보고 있으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도 듭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정신없이 글을 읽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갑자기 마지막 결론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마지막 장면을 맞이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실지 정말 궁금하네요 저는 은근히 공허하기도 했거든요

사랑과 우정, 결혼 그 모든 것이 부질없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째서 사람들이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이라는 작가에게 열광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좋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롭게 진행되는 스토리도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캐릭터가 상당히 강렬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역할이 가볍다거나 다른 인물에 가려지고 그러는 부분이 없었고

각자 자신만의 색상과 자기 주장이 뚜렷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스토리에서 누구 한 명도 빠질 수 없는 주연 그 자체였습니다

누군가의 결혼 생활이 이토록 무참히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사랑 없는 결혼이란 부질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고요

물론 사랑이 있는 결혼이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다 역시 겪어봤기에 알고 있고,

누군가에게 분노를 가지고 가슴 속에 죽음이라는 단어 역시도 가지고 살아봤지만 그래도 소설보단 끝이 나아서 다행이다란 생각도 하게 되었네요

심리 서스펜스나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클래식 추리소설이고요

이런 작품을 지금에서라도 만나게 되어 영광스럽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한 소설입니다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클래식 소설들을 많이 찾아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에 나온 클래식 소설들이 많이 재출간 되면 좋겠다는 소망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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