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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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약인가, 위험한 환상인가?복수와 구원의 경계 그 이중성을 보여주는 소설

아마 이 책의 주제를 듣는다면 누구라도 망설임 없이 책을 읽기로 결정할지 모릅니다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음주 운전인데요

꾸준히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음주 운전이지만, 여전히 음주 운전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망 자체가 너무 허술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죠

당장에 뉴스에 검색만 해도 음주 운전에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TV에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뉴스만 나와도 참 어이없고 분노가 치솟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주제와 설명을 듣게 된다면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음주 운전과 함께 '복수'라는 키워드가 함께 섞여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사회적 문제인 음주 운전에 대한 이야기와 복수가 어떤 식으로 엮일지 너무 궁금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거든요



'비틀거리던 눈빛에서 칼날이 보일 때'라는 제목은 어떻게 보면 음주운전자들의 행동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부분을 은연중에 나타냈을 수도 있어요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면 이 제목의 뜻이 비단 음주 운전에만 속하지 않겠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이 책이 음주 운전에 관련된 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뭔가 지쳐 보이는 사람의 모습과 제목이라서 매치가 쉽진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이 표지와 제목이 꽤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래요



일단 이 책의 간단한 줄거리는 '알모사10'이라는 약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알코올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어준다는 마법의 신약을 판매하는 정인과

'알모사10'으로 인해 아버지를 치여 죽게 만든 음주운전자를 코 앞에서 놓친 민준 그리고 경찰인 한결의 이야기 크게 3가지의 이야기가 중점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정인을 중심으로 흘러가는데요

'알모사10'은 나노봇을 이용해서 몸속의 알코올을 분해하고 없앤다고 합니다 10시간이 걸릴 일을 단 10분 만에 말이죠 들어보면 정말 꿈같아 보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설명들이 나와서 진짜 이런 약들이 상용화될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처음부터 많은 아이러니가 생기는데요 주인공인 정인은 음주운전 피해자의 유가족입니다

그런 정인이 음주운전자들을 도울 수 있는 '알모사10'이라는 신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어요

그 행동이 단순히 자신의 가족을 앗아간 음주 운전이라는 그 자체를 없애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음주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음주 운전을 반복한다고 해요

자기들도 잘못된 걸 알면서도 술을 마시면 반복적으로 음주 운전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마치 술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그 자체에 중독된 것처럼 말이죠

TV에서 음주 운전을 여러 번 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모두 다 앞에서는 후회한다고 하지만 본인들도 알더라고요

술을 마시면 자신들이 또다시 운전대를 잡게 될 것이라는 걸요

이쯤 되면 어느 정도 면허 정지나 이런 부분에서 최대한으로 처벌을 하면 되지 않냐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놀랍게도 음주 운전을 하고 면허 정지를 당한 상태에서도 그 사람들은 무면허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해요

평소에 면허증이 없어도 사고만 치지 않으면 경찰에 걸릴 이유가 없으니까 그걸 악용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음주 후 복용하고 10분만 지나면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어 음주 운전에 걸리지 않는다는 '알모사10'을 복용하고

운전을 자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운전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특히 '알모사10'은 50병 1세트씩 총 2세트 100병부터 구매할 수 있었고 가격은 백만 원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병에 만 원꼴이었는데요

낱개로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이 금액이 부담스러워서 이 약을 구매할 생각도 못 하겠죠

오히려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게 어쩌면 더 안전하고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담스러운 금액을 주고서라도 이 약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징그럽기까지 했습니다

이 약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약이 100프로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작용을 하며,

부작용이 없고, 전혀 실패가 없을까? 란 생각을 했거든요 물론 그런 의심은 음주운전자들에게는 전혀 고려될 상황은 아닌 것 같았지만요




 

그리고 '알모사10'이라는 약은 단순히 사람들이 음주 운전을 하지 않게 도와주는 순작용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고를 일으키고도 '알모사10'을 이용해서 음주 운전의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버리는 사람들도 생겼으니까요

결국 이런 상황을 악용한 사람에게 가족을 잃은 또 다른 음주운전 피해자 유가족인 민준의 분노는 가해자 뿐만 아닌 '알모사10'을 판매한 정인에게도 향합니다

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가해자 그리고 그런 가해자를 돕는 꼴이 되어버린 정인 그 모두가 결국은 민준에게는 아버지를 빼앗아간 사람들이니까요

어쩌면 민준의 입장에선 가해자보다 정인이 복수의 대상으론 더 쉽게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물론 궁극적인 원인은 가해자였지만 말이죠

사실 이 복수의 대상에 '알모사10'을 구매한 사람과 정인이 들어갈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당연할 수밖에 없어요

일단 음주운전 피해자 유가족이라면 어쩔 수 없이 분노와 복수의 화살을 음주운전 그 자체에 던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가해자가 '알모사10'이라는 신약을 복용해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에 기여 아닌 기여를 했기 때문에 정인도 그 복수에서 벗어날 순 없죠

가해자의 행동이 '알모사10'을 만들었던 이들의 생각과는 매우 달라진 행동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약을 개발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면죄부가 주어진다고는 저 역시도 생각하지 않거든요

음주 운전을 하여 사람을 사망하거나 다치게 만든 사람이 가장 본질적인 잘못을 했지만 그들의 이런 행동들을 정당화시키거나,

음주 운전이라는 자체를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을 만든 것은 분명히 그들이기 때문이죠

물론 정인은 자신이 그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고, 이 약에 대한 숨겨진 진실 역시도 면죄부는 아니었지만요

이 '알모사10'이라는 신약은 어찌 보면 음주 운전을 이 세상에서 없애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적 같은 신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약은 음주 운전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부추기며, 죄의식을 없애주는 도구일 뿐, 기적 같은 신약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이런 약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음주 운전의 길로 나오며,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법망을 빠져나갈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알모사10이 정말 여럿 살렸어요.

벌금으로만 따져도 다 합치면 몇 천만 원 될 거고, 징역으로만 봐도 모두 몇십 년은 넘을 거예요.

정인 씨 너무 부럽네요. 알모사10 팔 수 있어서.

제가 이 책 속에서 가장 무섭게 느꼈던 문장입니다 수많은 문장들이 있었지만 가볍게 넘어가는 것 같은 이 문장이 저는 계속 머리에 남았고 무서웠습니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벌금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징역이 나온다는 것은 최소한 무언가 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라는 소린데

여럿을 살렸다는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너무 끔찍했고, 단지 영향력 있어 보이는 무언가를 팔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더 부럽구나라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알모사10'이라는 약에 대해서 크게 생각도 하지 않았겠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같은 생각을요

그리고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 그 약을 먹고 음주 운전을 자행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죄책감 따위는 가지지 않겠구나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주 운전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부디 현실에서만큼은 이 소설 속에 음주운전자들처럼 무언가를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 면죄부를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행하고 있는 음주 운전이라는 것이 부디 무겁게 처벌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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