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방The Bloody Chamber

앤절라 카터 소설 | 이귀우 옮김 | 문학동네

 

 

‘영문학의 마녀’ 앤절라 카터의

대담하고 전복적인 상상력!  

 

화려한 언어와 잔혹한 상상력으로

가부장제도의 오래된 민담과 전설을 비트는 대담한 작품

- 조이스 캐럴 오츠 

 

순진한 소녀, 착한 아내, 희생하는 어머니는 없다.

천진난만한 동화의 치명적 변주

 

 

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피로 물든 방,

오로지 제목 하나와 여자 에드거 앨런 포라는 홍보문구만으로 나를 잡아당긴 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에 나오는 단편들은 동화를 패러디 한 소설들이란다.

문학소녀는커녕 어릴 때 동화책도 그다지 읽지 않았던 터라

표제작인 피로 물든 방을 읽으면서 내내 이것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인데...

곧 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하면서도 모르고 읽었다.

피로 물든 방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이란 이런 거다.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무서운 영화를 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곧 벌어질 일을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는 뭐 그런 것 말이다.

 역시 그런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피로 물든 방의 묘사는

영화 그 이상의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_ 단 한 번의 키스가 숲 속의 잠자는 미녀를 깨웠다.

여백작의 매끈한 손가락, 거룩한 형상의 손가락이 ‘사랑’이라고 불리는 카드를 펼친다. 전에는 한 번도, 전혀…… 전에는 한 번도 사랑과 관련된 카드가 나온 적이 없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모세혈관이 비치는 신경질적으로 경련하는 눈꺼풀 아래 그녀의 커다란 눈이 감긴다. 그 아름다운 카드 점술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사랑과 죽음의 카드 패를 펼친 것이다. -187쪽(「사랑의 집에 사는 귀부인」)

 

_ “남자는 누구나 부인에게 하나의 비밀, 단 하나라도, 비밀을 가져야 하오.” 그는 말했다. “이거 하나 약속해주오. 우윳빛 얼굴을 한 나의 피아니스트여. 고리에 있는 열쇠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내가 보여준 그 마지막 작은 열쇠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보이는 것 모두 갖고 놀아요, 보석이든 은 접시든. 원하면 주식증권으로 종이배를 만들어 나를 따라 미국으로 보내요. 다 당신 것이오. 어디든 열어봐도 좋소. 단 이 열쇠가 들어맞는 자물쇠만 빼고. - 34쪽(「피로 물든 방」)

 

 

 

탄력 있는 문장에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는 치밀한 묘사와 더불어 어떤 현실 앞에 맞장을 떠버리는 인물들의 기개에 소설을 읽는 내내 시원하면서 칼칼한 목 넘김을 경험한 나는 앤절라 카터 앞에 붙는다는 여러 수식어들을 다시금 찾아봤다. ‘여성 에드거 앨런 포’라거나 ‘영문학의 마녀’라니, 그와 더불어 폭력과 성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로 유명하다고 하여 다시금 형광펜을 들고 책장을 넘겨가며 밑줄 그을 준비를 하였으나 내가 그은 유일한 문장은 이랬다. “도움이라면. 엄마.” 

그리고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려봤다. 피로 물든 방이 피로 물든 지구임을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어쨌거나 엄마만이 이 피를 멈추게 할 수 있을 터, 이 피를 닦아줄 수 있을 터, 그러니 내게 엄마 언제 되느냐는 소리 좀 마시라. 왜냐, 엄마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_김민정(시인)

 (미리보기 알림 페이지로 바로가기▶ http://cafe.naver.com/mhdn/47861

 

 

 

 

_『피로 물든 방』은 카터의 대표작으로

고전 동화의 남성 중심적 시각에 대한 비판과 특유의 전복적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피로 물든 방」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을 재구성했다.

원작이 남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금지된 방에 들어간 여성의 호기심을 꾸짖는다면

카터의 이야기는 열일곱 살 소녀의 관점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밖에도 늑대에게 묘한 미소를 던지는 ‘빨간 망토’나

유부녀를 유혹하는 주인을 돕는 ‘장화 신은 괭이’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동화와는

완전히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 아홉 편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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