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짐승Animal triste
모니카 마론 장편소설 |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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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모니카 마론이 그려내는 절박한 사랑의 언어!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기이한 시대’라고 지칭되는
구동독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_ 김미선(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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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들었습니다.
제목에서 아련함과 아픔이 느껴졌고 믿을만한 사람들의 추천이라
언제고 읽어야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작가가 읽어주는 세계문학에서
신형철 평론가의 글을 읽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신 없이 빠져들게 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여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마지막엔 심장이 쿵!
하늘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아, 세상에! 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그래요,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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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잊고 싶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왜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가치조차 없었던 사소한 사건들을 기억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는 마치 사용된 인생의 증거로서 쓸모가 있다는 듯 백 번도 넘게 다시 그것을 뒤져 보여주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 내 인생에는 잊히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지 않았다.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만 모으면 내 인생은 상당히 짧은 생이 되었다. - 15쪽
_ 자신의 삶에서 다른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어떤 한 가지 일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 한 가지에 대해서는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내어 눈으로 보고 붙잡고 싶다는 소망에 사로잡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나의 불행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28쪽
_ 일어났던 일과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을 구분하는 것이 내게는 힘이 든다. 그 많은 세월 동안 나는 가능한 모든 일을 일어났던 모든 일과 혼동하고 조합했으며 생각했던 것을 말했던 것과, 미래의 일을 절대 잊지 못할 일과, 기대하는 일을 두려운 일과 혼동하고 조합했는데, 그래도 항상 똑같은 이야기였다. 끝은 명확하고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끝은 수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끝을 잊었다. -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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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지독한 사랑과 참혹한 애도의 서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 독일의 섬세한 스케치인 이 소설을 모니카 마론은 최상의 산문 문장으로 끌고 나간다. 최상의 산문 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역설을 입증하는 문장이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을 읽는 일을 꿈을 꾸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 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는 한 참을 더 울게 되는, 그런 꿈이다. 또 그녀의 문장을 읽는 일을 잠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 잠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 한참을 더 울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그 슬픔이 달콤한 안도감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고 다시 잠드는 일을 반복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불길한 예감이 적중한 듯한 결말을 만나게 되고, 이윽고 이 소설의 제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째서 ‘post coitum’을 지우고 ‘animal triste’만 남겨 놓았나. 우리가 특정한 순간에만 슬픈 것이 아니라 사실은 대체로 슬프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라는 짐승의 근본기분(Grundstimmung)은 슬픔인가. 인간은 본래 슬픈 짐승이고 우리는 모두 슬픔의 식민지가 아닌가. 이런 생각에 저항하는 일이, 요즘의 내게는 예전만큼 쉽지가 않다._신형철(평론가)
(미리보기 알림 페이지로 바로가기▶ http://cafe.naver.com/mhdn/47784
_ 모니카 마론은 『슬픈 짐승』에서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던 ‘독일 통일’이라는 소재와 ‘사랑’이라는 주제를 짜임새 있게 결합시킨다.
주인공 ‘나’의 회상 속에서 개인, 주변 사람들, 독일의 역사는 교묘하게 짜이고 조화를 이룬다.
한 여인의 지독한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기이한 시대’라고 지칭되었던 구동독이 사라진 후에도
그 시대와 결별하지 못한 사람들의 욕망과 슬픔을 성숙하고 강렬한 문체로 형상화한다.
구동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사랑과 열정이라는 모티브를 전면에 내세워
작가의 문학 세계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1996년 독일국가상을 수상했다.